화에 대해 생각할 두가지
화가 많아 어쩌지 못하는 분들은 의외로 진료실에 들어설때 꽤나 수줍은 모습으로 들어온다. "저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거 같아요" 하며 다소 민망해하며 들어선다.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화가 점점 치밀어 올라 씩씩대는게 보여지는데, 그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져 나 역시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한다. 처음 본 의사 앞에서 이정도로 감정이 오를 정도면 실제 그 상황이 되면 훨씬 더 큰 분노를 표출하고 있겠구나 싶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정말 화낼일이 아닌데 화가 나기도 하지만 상대가 화를 돋우는 행동을 실제 해서 화가 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그때 진료실에서 첫날 꼭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두가지 있다.
우선 화를 내며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이 심하게 화를 내는구나’만이 기억에 남고, 상대가 화를 낸 이유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화를 내는 이유는 상대에게 내가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표하고 행동을 수정하게 하기 위함인데 그 목적 달성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억울한 사람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잘못은 상대가 먼저했는데 화를 심하게 낸 사람이 사과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 나쁜일을 당하고도 더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억울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씩씩대며 뿜어내는 분노의 감정이 애잔하게 느껴지는 시점이다.
억울한 지점을 짚어주면 화로 날뛰던 감정이 생각보다 잘 가라앉는다. 소량의 약물과 함께 오늘의 이야기를 잘 생각해보며 일주를 보내고 만나자고 하면 고맙게도 대부분은 안정적인 일주를 보내고 돌아온다.
"화를 내지 않고 지내보니 제 마음이 가장 편해졌어요" 라고 말하며. 보통은 화받이가 되는 가족들이 견디지 못해 병원에 보내는데, 막상 화를 제어하고 나면 제일 편해지는것은 자신이다.
이 안정감의 경험은 선순환을 만들어내서 다음 일주도 화를 내지 않고 조절을 할수 있는 힘을 준다. 화내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 모습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 이후 몇가지 팁들은 천천히 소개하기로 하고
화가 날땐 딱 두가지만 기억하자.
화를 내는 목적과 화를 내고 억울한 사람이 되지 말자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