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잘 넘기면 내년에는 좋아질 거라고 해요."
"인생이 풀릴 시기를 얘기해 주니까 힘이 나요."
"여기저기 사주 보러 다니느라 돈을 많이 썼어요."
진료실에서 종종 듣게 되는 말입니다.
어떨 때는 치료자의 지속적인 지지보다 철학관에서 들은 희망적인 말, 사주 어플에서 본 한 문장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더 위로가 되는 거 같습니다. (살짝 서운해지기도 하면서도, 그래도 사주 이야기까지 치료자에게 전하는 거 보면 신뢰가 많이 쌓였구나 싶어 다행스러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사주’에 마음을 맡기게 될까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누군가 "괜찮다"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큰 요인일 것 같습니다.
직장, 연애, 건강, 진로 문제 등 항상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현실은 마음을 불안하고 조급하게 만듭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걸까? 언젠가는 나아질까?
지금 이렇게 답답한 상태인데 좋아질 날이 오기는 할까?
현재 상황이 좋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면 클수록 사주에 의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지금이 제일 힘든 시기이고, 다음 달부터 좋아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믿어도 되나 하는 의심을 하면서도 믿고 싶어지고,
지금 힘든 이 시기를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얻고 옵니다.
지금의 이 힘듦이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운명 같은 것이라 여기면 조금은 받아들이기 수월해지고
조금만 참으면 좋아지리란 이야기를 듣고 이 고통이 곧 끝이 나겠구나 하고 안심하게 됩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힘들 때 확신을 얻기도 하고,
나는 어떤 부분을 잘 타고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흔들리던 마음을 다 잡기도 하고요.
약물치료와 상담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더디던 환자가
사주를 보고 긍정적인 미래를 듣고 난 후
눈을 반짝이며 힘을 얻는 것을 보면
사주의 긍정적인 기능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태어난 사람이 같은 사주를 타고났지만 사는 삶은 전혀 다르기도 하고,
같은 사람이 여러 곳에서 사주를 보면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듣는 경우들도 있지만
굳이 비과학적인 부분을 논하고 싶진 않습니다.
아마 이미 알고 있을 부분이지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보고 그 빛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리라 생각하니까요.
너무 답답할 때 가끔 사주를 보고 긍정 회로를 돌릴 수 있다면,
나의 쪼글아들었던 마음을 잠시라도 활짝 펼 수 있다면,
꼭 비난하고 비판해야 할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반복적으로 확인을 하면서 거기서 또 다른 불안을 재생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왜 여기서는 다르게 말하지 하면서 또 다른 곳을 찾아나서거나, 좋은 말을 재차 확인하려고 여러 번 보는 일은 지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매일 사주를 확인하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정도까지 가면 사주의 순기능을 넘어버린 것이겠지요.
그리고 조금 더 치료자로서 욕심을 내보면
사주에서 듣고 위로받는
곧 괜찮아질 거라는 말,
지금은 힘들 수 있지만 곧 좋아질 거라는 말을
스스로 자신에게 해줄 수 있을 정도의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