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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 Dec 02. 2023

만일 내가 물에 빠진다면?

소녀와 남자친구인 선원이 바닷가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만일 내가 이 부두에서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지면, 익사하고 말까?”


소녀가 방파제에 부딪치는 거센 파도를 바라보며 답했다.

“당연하지. 물에 빠져 죽겠지.”


선원이 다시 말했다.

“단지 물에 빠졌기 때문에 익사한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물속에 계속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익사한 거지.”


소녀는 확신이 없었다.

“익사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심한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겠지.”


선원이 빙그레 웃었다.

“물에 빠지자마자 저체온증에 걸리는 사람은 없어. 물속에서 오랫동안 버티다가 그렇게 되는 것이지.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물에 빠졌다고 해서 모두 죽는 건 아니라는 거야. 다시 물 밖으로 나오면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지. 물에 빠졌다고 해서 죽을 궁리를 할 게 아니라, 살아나올 방법을 찾으면 돼. 이미 일어난 문제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고, 찬찬히 해결 방법에 대해 생각해봐.” 


   -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 보도 섀퍼 - 밀리의 서재



선원의 질문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답변은 '당연히 익사하겠지' 였다. 이후 이어진 선원의 답변을 읽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많은 환자들의 사연들. 


직장내 스트레스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연,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허우적대는 사연, 학업이 잘 되지 않아 허우적대는 사연들. 모두가 물에 빠져 허우적 허우적대며 '나는 여기서 물에 빠져 죽고 말거야'라는 확신속에 자신을 서서히 물속에 가라앉히고 있다. 

 

진료실의 나는 환자들의 '물에 빠져 죽을거야' 라는 부정적 인지, 파국적 사고를 찾아내어 "실은 죽을 일은 아니에요. 빠져나올 궁리를 해봅시다!" 라고 손내밀어 물속에서 건져올린다. 

물속에서 빠져나온 환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가장 많은 반응은 아마도 

"실은 죽을만큼 깊은 물이 아니었잖아?!" 일것이다. 

단지 물에 빠졌다는 공포심, 부정적 예측으로 점점 더 상황을 어렵게 보고 있었을 뿐, 실제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것을 깨닫게 된다. 

 

한번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나면 다음번엔 물에 빠져도 덜 당황하고, 조심스레 물의 깊이를 가늠해볼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물속에서 빠져나오게 될것이다. 

 

내가 지금 허우적대는 물속이 정말 나를 힘들게 할 정도의 깊이인지, 

그리고 나는 빠져나올 궁리를 하고 있는건지, 이미 빠져나올수 없다고 단정지어버린건 아닌지 고민해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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