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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sy Jun 18. 2022

우리는 운명이야

반려견과의 첫 만남


 둘째 동생의 생일이었다. 생일이 다가오기 며칠 전부터 집에서 강아지를 키워도 되냐고 부모님께 물었다. 엄마랑 아빠는 완강히 반대하셨다. 괜히 우리들만 들떠있었다. 엄마는 심지어 알레르기까지 있었다. 그 부분이 나도 조금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돌아오니 손바닥만 한 작은 강아지가 우리 집에 있었다. 아마 동생은 허락을 받기 위한 질문은 아니었나 보다. 예고나 통보에 더 가깝다고 해야 맞겠다.


 친구가 선물로 줬다며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온 강아지는 갈색 푸들이었다. 푸들 중에도 토이푸들이라고 했는데 그때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꼬불꼬불 갈색 털이 빛나고 있었고 검정 눈동자도 검정 코도 반짝였다. 첫눈에 반할 만큼 곰인형같이 정말 귀엽게 생긴 아가였다.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우리 집에 온 건지 벌써 행복이 차올랐다. 손바닥만 한 강아지가 총총 뛰어다니는 게 너무 신기했다.


 가족들은 이제 이름도 정하기로 했다. 나는 초콜릿처럼 예쁜 털색에 반해서 초코, 코코아 등을 생각하다 코코라고 하자고 했다. 음식 이름으로 정하면 오래 산다는 이야기도 생각났고 이름을 불렀을 때 밝고 통통 튀는 어감도 좋았다. 반려견이 알아듣기도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동생도 코코라는 이름에 동의했다. 알고 봤더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반려견 이름 1위가 코코라고 한다. 특히 갈색 푸들은 대부분은 초코 아니면 코코일 확률이 큰 것 같다. 가끔 산책하다 갈색 푸들을 만나면 괜히 코코하고 불러 보면 쳐다보는데 그게 그렇게 귀엽다.


 2개월 정도 된 아기였다. 끼니로 사료를 몇 알씩 주라고 했다. 근데  챙겨주면서도 너무 이상했다. 원래 이렇게 조금 먹는 건가 잘 몰랐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코코가 이것저것 너무 물어뜯는 걸 보고 배고파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되어 조금씩 더 줘봤는데 너무 잘 먹었다. 이렇게 잘 먹는데 사료를 병아리 콩만큼 주라고 한 거냐며 엄마랑 나는 코코의 식사량을 늘렸다. 그랬더니 덩달아 몸집이 커졌다. 얼굴은 토이푸들이 맞는 거 같은데 점차 미니어처라고 하는 푸들의 크기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자이언트 푸들이 된다 해도 좋았다. 잘 먹고 무럭무럭 크는 코코가 너무 대견했다. 오히려 그 며칠간 밥을 너무 조금 줘서 미안하고 속상했다. 설마 크는 거 방지하기 위해 사료를 조금 주라고 한 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아빠는 처음엔 코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빨리 친구 보고 데려가라고 하라고 했다. 특히 배변 실수를 할 때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발랄함으로 우리 집의 마스코트로 톡톡히 자리하고 있는 코코. 아빠도 말로는 툭툭 내뱉지만 사실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맛있는 거 먹을 때도 그렇게 주지 말라고 하는데 자꾸 하나씩 줬던 탓에 가족끼리 밥 먹을 때 꼭 아빠한테 가서 달라고 팔을 긁곤 한다. 발자국 때문에 매일 같이 청소를 하면서도 이제 불평 대신 코코를 사랑하고 있다.

 

 분양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된 코코가 안쓰럽기도 했다. 일찍이 엄마와 떨어져 낯선 우리 집에 온 건데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조심스러웠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처음부터 함께 있었던 마냥 잘 뛰어놀았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그런 코코에게 빠져들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코코와 우리는 자연스레 서로에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로 크게 자리하고 있다. 우리 집에 찾아온 코코와 우리는 운명이다. 우리 코코가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꼭 전해고 싶다.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코코야, 사랑해"


공보다 작은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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