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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카퍼필드 / 동서문화사(2011)

DAVID COPPERFIELD by Charles Dickens

by 앨리의 정원

저자 - Charles Dickens, 역자 - 신상웅



1장 내가 태어나던 날


내가 태어난 날과 시간을 보고서,

유모와 현명한 이웃 여인들은 직접 내 얼굴을 보기 여러 달 전부터,

첫째, 내 일생이 불행한 운명을 타고났으며,

둘째, 내가 유령과 망령을 보는 하나의 특별한 능력을 타고나리라 예언했다.

금요일 밤 자정 앞뒤에 태어난 불운한 아기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러한 두 가지 재앙을 면할 수 없다고 여인들은 말했다.



9장 잊을 수 없는 생일


운명하시던 날 저녁, 어머니께서는 내게 키스해 주면서 말씀하셨어요.

‘페거티, 만약 내 아기도 죽거든 내 팔에 안겨서 같이 묻어 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기를 나와 같이 영원한 안식처로 가게 해 줘.

그리고 데이비에게 전해 줘,

어머니는 여기 누워서 한 번이 아니라

수천 번씩 데이비드의 행복을 빌었다고.‘“



10장 역경


책이 나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그런 만큼 책에 대해서는 매우 충실했고,

책도 결코 나를 배반하지 않았다.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그것들을 계속 되풀이해서 읽었다.



11장 홀로서기


지금은 나도 세상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아서 어지간한 일에는 거의 놀라지 않지만,

그래도 그 어린 나이에 그처럼 버림받다니 지금 생각해도 놀랄 일이다.

뛰어난 능력과 예리한 관찰력을 갖추었으며, 재빠르고 열성적이며, 신중하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쉽게 상처받는 이 아이를

누구도 도우려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사실이 그러했다.

나는 열 살에 머드스톤 앤드 그린비 상점의 잡일을 하는 점원으로 고용되었다.


나는 이런 생활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아주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었다.

내 일에 보람을 느낀 적이 단 한 시간도 없었고, 말할 수 없는 불행과 비통함을 느끼며 살았다.

그러나 나는 참고 견뎠다.


옛 생각을 하며 그리운 일대를 걷다 보면,

그 이상한 경험이나 온갖 역겨운 사물 속에서도

나만의 공상 세계를 만들었던 순수하고 낭만적인 소년의 모습이

지금도 내 앞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15장 새로운 출발


절대로 비겁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을 해서도 안 돼. 잔인한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이 세 가지 악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하거라.

그래야만 나도 늘 너에게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어.“


이 학생들은 전혀 모르는 인생을 겪었고,

내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낯 선 것들을 맛보았으며,

내 또래들의 형편이나 처지와는 너무도 다른 상황에서 생활해 왔었기에,

내가 보통의 조그만 학생으로 이 학교에 입학한 것이 어쩐지 사기 행위처럼 생각되었다.

따라서 그 애들에게는 가장 평범한 것이 내게는 서툴고 경험 없는 것이란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18장 이제는 어엿한 졸업생

“ 굳은 의지를 갖춘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해.

충분한 이유 없이는

누구에게도, 무슨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 강인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어라.


“처음에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하더라도,

자신을 의지하고 스스로 행동할 줄 알아야 하느니라.

그래서 나는 너를 혼자 여행 보내는 것이란다.“



25장 선한 천사, 악한 천사


툭하면 매우 자랑스럽게 “그럼, 그럼”하고 말하면서 만족스러워하는

워터브룩 씨의 태도가 나한테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정말 의미 있는 “그럼, 그럼”이었다.

은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의 성공 사다리는 가지고 태어나서,

한 걸음씩 밟고 올라가 마침내 성벽 꼭대기에 서서 까마득한 아래,

여전히 참호 속에서 밀치락달치락하는 사람들을

마치 철학자나 보호자 같은 눈으로 내려다보는,

그런 사람의 사고를 유감없이 드러낸 ‘그럼, 그럼‘이었던 것이다.


내가 여자에게 반하기 쉬운 성격이었던 것은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언제나 순결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도 그때를 되돌아보고 웃을 수는 있어도 경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32장 긴 여행의 시작


그 짧은 사이에 거미지 부인은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

그녀는 아주 딴 여자가 되었다.

그녀는 헌신적이었다.

말해도 좋은 것과 안 되는 것을 재빨리 구분했고,

자신은 뒤로 돌리고 주위 사람들의 슬픔에만 온 마음을 다했다.

불행을 한탄하는 일은 까맣게 잊고 동정 어린 말만 늘어놓았다.

그녀는 밝고 조용하며 침착했다.

잔소리 심하고 까다로운 부분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부인의 이러한 말을 들으며 그 태도를 보고 있자니,

나는 어쩐지 그 어머니에게 대드는 아들의 말과 표정이 선하게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스티어포스에게서 보아온 고집 세고 방자한 모습이 부인에게도 그대로 있었다.

이상하게 비뚤어진 그의 정열을, 이제는 모두 이해할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고스란히 그 어머니의 성격이었으며,

그 둘이 근본적으로는 하나라는 것도 알았다.



44장 신접살림


“너는 정말로 사랑스럽고 상냥한 여자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단다.

그러니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을 평가해 주는 것이 네 의무이자 즐거움이기도 하지.

아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만을 찾아내어 비난해선 안 된다.

그 아이가 갖고 있지 않은 성품은 네가 잘 길러주어야 해.

그래도 안 된다면,

그것 없이도 지낼 수 있도록 익숙해져야 한다.

아무튼 얘야,

너희 앞날은 너희 두 사람 손에 달려 있단다.

남이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너희 힘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그것이 결혼생활이야, 트롯.

숲의 아이들 같은 두 사람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51장 다시 긴 여행의 시작


“도련님, 사람이란 자고로 이득이 있는 일만 하고자 할 게 아니라

때로는 밑지는 장사도 해야 되는 거죠.

이 세상은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58장 방랑


나에게는 슬픔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 어린 시절의 인내심이 오늘의 나를 만든 것처럼,

지금의 이 큰 고난 역시 나를 격려하여 좀 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며,

그 고난이 가르쳐준 것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르쳐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64장 마지막 회상


이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펜을 놓기 전에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떠올려 본다.

나는 아그네스와 함께 인생의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식들과 친구들이 있다.

내가 인생행로를 걸어갈수록,

내게 관심을 보이는 많은 목소리를 듣는다.

빠르게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가장 뚜렷이 보이는 얼굴은 누구일까?

그렇다, 이 얼굴들.

내가 속으로 그걸 물어보면 모두가 일제히 나를 뒤돌아본다.


아직 더 쓰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이제 펜을 내려놓고자 한다.

그리운 얼굴들도 사라져 간다.

그러나 그 위에서, 그 뒤에서, 다른 모든 것을 비추어 주는

천상의 빛처럼 환하게 빛나는 한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들고 바라본다.

그 얼굴은 내 곁에 아름답고 조용하게 자리 잡고 있다.



Charles Dickens (1812-1870) 1812년 영국 포츠머스 근교에서 해군 경리국 직원 존 디킨스의 여덟 자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2세에 부친이 채무자 감옥에 수감되는 바람에 구두약 공장에서 혹독한 노동을 체험하는데, 이 경험이 후일 [리틀 도릿] 등 사회개혁과 노동문제를 다룬 신문, 소설에 반영된다. 1833년 [올리버 트위스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가로서의 위상을 다진다. 이후 [니콜라스 니클비], [골동품 가게] 등 사회모순과 삶의 애환을 풍자와 유머, 사실적 묘사로 그려낸 작품들을 발표했다. 1943년 첫 크리스마스 소설인 [크리스마스 캐럴]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후 [데이비드 코퍼필드], [어려운 시절] 등 후기작으로 갈수록 사회 각계 각층을 폭넓게 다루며 비판적인 태도와 신랄한 풍자를 선보였다. 사회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잡지 발간, 복지사업 등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등 묵직한 장편소설을 잇달아 발표했다. 1870년 [에드윈 드루드의 수수께끼]를 집필하는 도중 사망했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장되었다. 사후 대중성과 예술성을 두루 갖춘 19세기 영국의 대문호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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