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겨울 결혼식 이야기

하객 A to Z

by 데이지

나와 보이지 않는 혈연으로 맺어진 림이가 드디어 결혼을 한다. 뭔가 인생의 한 장이 다른 장으로 넘어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느낌이 이상하다. 이 결혼식을 끝으로 나의 결혼식 하객 인생도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그래서 기록해 보는 너의 결혼식이자 나의 마지막 하객 이야기.


결혼 소식을 접하고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게 축의금이었다. 도대체 친한 친구 축의금은 얼마를 내야 적당한 걸까? 여태껏 축의금은 5만 원과 20만 원 이 두 가지 액수로만 내봤고 축의금을 내면서 돌려받을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축의금은 받았던 만큼 돌려주는 품앗이 개념이라지만 차용증을 쓰지 않는 이상 그 돈을 어떻게 똑같이 돌려받겠냐가 내 지론이다. 5만 원은 울다시피 억지로 낸 사회생활 비용이었고 20만 원은 아직까지 내 친구로 남아있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나의 인간관계의 분류는 이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림이는 저 두 부류에 포함되는 인간이 아니었다. 구글, 네이버에 있는 친한 친구 축의금에 관련된 온갖 글을 다 읽어봤고 GPT에게도 물어보고 멍청한 시리에게도 물어봤고 유튜브 틱톡 콘텐츠까지 다 섭렵한 결과 100만 원이 책정되었다. 20년 지기이면 혈육이랑 다를 게 없다는 게 나의 결론.


축의금 100만 원을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인생에서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다. 착한 척, 깨어있는 척, 개념 있는 척, 있어 보이는 척 가면을 쓰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다.






결혼 준비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축의금을 일찍 주기로 마음먹었다. 현금을 마지막으로 뽑아본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5만 원권으로 출금하려면 은행 ATM 가야 하는데 횡단보도를 여러 개 건너야 하는 것도 짜증 나는데 출금한도가 죄다 축소되어서 최소 2번은 나가야 하는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이 생겨버렸다. 펫로스 여파로 밖에 나가는걸 극도로 꺼려하는 중이라 집 앞 편의점 카카오뱅크 스마트출금으로 뽑기로 했다. 이것도 1일 최대 출금한도가 50만 원이라 두 번이나 나갔다 온 게 어이가 없다.







축사 부탁받고 맹구로 거절하려고 했는데 왜 승리를 당한 거냐며







이번에 축사하면서 새로 알게 된 점은 축사 대본을 미리 웨딩홀에 넘겨야 한다는 거였다. 난 당일날 즉흥적으로 하는 건 줄 알았다. 마이크 잡고 입 털고 오는 건 줄 알고 아무것도 준비 안 하고 있다가 주말까지 대본 넘겨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초안 작성. 이거 완전 브런치 작가신청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잖아.







왜 중요한일정을 앞두면 꼭 변수가 생기는 걸까. 인생 참







겨울 하객룩

아니 애플아 누끼 좀 깔끔하게 따줄래? 누가 시리 창조주 아니랄까 봐 일하는 꼬라지도 똑같네

축사를 핑계로 굉장히 느끼한 여자여자한 하객룩을 준비했었는데 결혼식 일주일 전부터 목이랑 쇄골 주변에 알러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약국 가서 항히스타민제 먹고 버티다 안 되겠어서 스테로이드 연고까지 발랐는데도 쇄골 쪽 두드러기가 덜 가라앉아서 하루 전에 급하게 의상교체하게 되었다. 긴급 투입된 유니클로 니트와 쿠팡에서 새벽배송 가능한 아이템에서 고른 핀턱 슬랙스. 자라 맥시 코트는 어깨뽕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서 패드 제거 수선도 맡기고, 마놀로블라닉 한기시는 밑창이 홍창이라 자빠지기 십상이라고 해서 전문업체에 밑창 보강까지 맡겼다. 미니백을 선호하지 않다 보니 마땅히 들고 갈 만한 게 없어서 일회성으로 사용하다 처박힐 가방도 자라에서 3만 원대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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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케어 및 관리

이게 참 웃긴 게 그냥 친구랑 진짜 친한 친구의 결혼식은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스킨케어 관리? 그냥 얼굴 비추고 오는 목적 외에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찐친은 다르다며. 최소한 사람처럼은 보여야 하니깐 미리미리 피부관리 및 체중조절 하기 위해 무려 두 달 반동안 떡볶이와 카페인을 끊고 당 섭취 제한을 했다. 6년 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보니 밖에 나갈 일도 거의 없어서 염색은 무조건 집에서 하고 브로우 왁싱이나 속눈썹 연장은 안 한 지 오래였는데 식 일주일 전에 샵 가서 전체염색도 하고 속눈썹 연장도 받고 왔다.


유세린 이븐래디언스 라인과 안티에이징라인 번갈아가면서 1달 반정도 집중 케어했다. 특히 이븐래디언스는 잡티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옅어지는 게 확실하다. 파데프리 하는데도 예전엔 컨실러로 10곳 가릴 걸 지금은 2-3개 정도만 가리면 될 정도라 베이스가 두꺼워지지 않아서 좋다. 30대부터는 베이스를 얇게 할수록 덜 나이 들어 보인다.


유세린 모공세럼은 LG프라엘 갈바닉부스터프로로 흡수시켜 주면 쫀쫀해진다. 근데 효과는 잘 모르겠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은 마음으로 바르는 중이다.


결혼식 하루 전에는 아비브 부활초라인 사용. 부활초 마스크시트로 수분 넣어준 이후에 같은 라인 토너에 파하 성분 들어있어서 각질 재워줘서 다음날 화장 잘 먹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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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 메이크업

목표는 하나다. 뜨거나 번지지 않는 착붙 메이크업. 한 달 동안 겨울철 화장 안 뜨는 방법을 테스트해보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울 엄마가 이 과정을 지켜보더니 그냥 샵 가서 메이크업받으라는 소리까지를 했을 정도로 진심이었다. 화장 뜨는 건 절대 못 참아.


스킨케어

중요한 날 당일에는 마스크시트는 절대 붙이면 안 된다는 걸 이제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지. 온몸으로 실패하면서 얻은 경험이다.

세안 후 바이오더마 하이드라비오 토너 2겹 레이어드 해서 흡수시킨 후 토리든 패드 5분 정도 붙여준다. 이 패드는 에센스 양도 적고 패드 질도 별론데 베이스 전에 깔아 두기엔 딱 적당하다. 토리든 스킨부스터, 온그리디언츠 로션 차례로 흡수시켜 준 후 토리든 물막선크림으로 마무리해 준다.


베이스

베네피트 더포어페셔널은 20대 때에는 잘 썼는데 성분이 별로라 30대 되고 나서는 거의 사용 안 하는 편인데 오늘은 하이라이터 올릴 예정이라 코 주변 모공만 메꿔줬다. VDL 로즈 프렙 얼굴 전체에 도포해 주고 대기. 여름에는 픽서로 한 번 눌러주는데 겨울에는 이 단계가 오히려 베이스를 뜨게 만들어서 생략한다.

오늘은 아이메이크업에 힘을 줄 예정이라 베이스까지 진해버리면 화떡이 되기 때문에 커버크림도 최소한 비율로 사용했다.

체이싱래빗 톤업크림 3 | 체이싱래빗 커버크림 1 | VDL 세레니티 1 이 비율이 피부가 맑아 보이고 제일 이상적이다.

잡티커버는 마루빌츠 컨실러 13호 피카소 401 컨실러 브러시로 도포 후 픽싱시켜준 후 메이크업포에버 투명 0.1호 프레스드 파우더를 화홍 컨실러 브러시에 묻혀서 고정시킨다.

나스 섹스어필 블러셔 가볍게 도포해 주고 로라메르시에 하이라이터는 콧대, 코 중앙, 블러셔 광대 부분만 가볍게 쓸어주고 마무리했다.

메이크업포에버 라벤더 0.2호는 인중이랑 턱 부분만 브러시로 가볍게 눌러줬다. 겨울에 얼굴 전체에 파우더 도포하면 오히려 늙어 보여서 적당한 속광 올라와 보이게 만드는 게 피부가 더 좋아 보이는 것 같다.


아이 앤 브로우

눈두덩이 베이스로 로라메르시에 진저를 언더까지 도포하고 맥 소바로 한 번 더 블렌딩 시켜주고 클리오 펜슬 아이라이너로 가볍게 점막 채워줬다. 이미 속눈썹 연장을 빡세게 한상태라 라인을 두껍게 안 따도 충분히 화려해 보였다. 살짝 픽싱 시키고 쏘내추럴 실러까지 발라주면 절대 안 번진다. 모브닝 아이글램 펜슬 뉴린넨으로 애교살 라인 잡아주고 블렌딩 해준다. 릴리바이레드 아이블렌딩 수줍피치랑 듀이핏팔레트 아몬드밀크 메이플시럽 섞발해서 애교살 채워주면 눈은 끝.

눈썹은 베네피트 프리사이슬리 브로우 펜슬로 비워진 부분 채워준 후 꼬리를 조금 길게 뺐다. 마지막으로 페리페라 브로우 마스카라 모카애쉬로 눈썹 색 죽여주기.


클리오 립펜슬 코지누드로 외곽 따준 다음에 퓌 푸딩팟 마이로 베이스 깔아준 후 디올 어딕트립글로우 로즈우드로 마무리해 줬다. 립 메이크업까지 마친 후 쏘내추럴 픽서 얼굴 전체적으로 뿌려주면 화장 안 무너진다.


헤어

다이슨 에어랩 30mm 배럴로 말아준 다음 브러시로 빗어주고, 정수리 부분 추가로 라운드 브러시로 말아서 볼륨 만든 후 픽서로 마무리해 주면 끝.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하







필름카메라로 결혼식 담아주고 싶어서 필름도 구매. 인물사진은 찍어본 적이 없어서 컬러보다는 흑백필름이 나을 것 같아서 로모그래피 포츠담으로 찍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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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스캔까지 마친 지금 72컷 중에 20컷 정도 건졌다. 아니 나는 필름을 도대체 어디서 태운 걸까.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올림픽대로 안 타고 외곽순환도로로 빠지니 본의 아니게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13시 예식인데 11시도 되기 전에 도착해서 졸지에 혼주실 락커까지 사용하는 민폐 인간이 되어버렸다. 코트랑 가방 다 락커에 넣어두고 사진 찍으러 다니기 시작. 드레스실 직원분들이 양해해 주셔서 준비하는 과정도 찍고 티아라랑 귀걸이까지 골라주니 재밌었다. 뼛속까지 테토녀인 애가 에겐녀 탈을 쓰고 있으니 그저 웃음만 나온다. 확실히 신부 쉐입이 예쁘니깐 뭘 입어도 옷태가 좋다. 엽떡은 같이 먹는데 왜 살은 나만 찌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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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다 사진 찍히는걸 극혐 하는 터라 저 날 얼마나 고단했을지 알기에... 근데 봐도 봐도 웃기기에 ㅋㅋ







꼴랑 두 페이지 작성하는데 4일씩이나 걸린 나의 축사 대본. 사람들이 남의 축사에 관심 없어하는 걸 알기에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얘기 마음껏 시부리고 내려왔는데 림이 오빠가 잘 썼다고 칭찬해 줘서 뭔가 뿌듯했다. 4일 동안 글 뜯어고친 보람이 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들어줬구나.

신랑이 동갑내기이니깐 극존칭 써가며 느끼하게 말하지 않아도 되니 축사하기가 확실히 편했다. 서로가 서로를 콥으로 오해했던 맹구 두 명. 우리 이제 맹구로서도 제발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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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꽂은 꽃 하나에 웃는 지금처럼 항상 행복해라 내 소중한 친구들아.







| 플로피 디스크

iCloud에 동기화되지 않는 저장공간


데이지

사진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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