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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유령도시 아스타나  

양질의 콘텐츠로 기회 엿보기




너무 기대했었나 대실망 아스타나


카자흐스탄은 두 번째다. 2015년에는 알마티, 그리고 올해 수도인 누루술탄(구, 아스타나)에 다녀왔다.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국 가다. 내륙 환경을 떠올리면 마냥 건조하고 스산할 것 같지만, 알마티에 가보면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진다.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이전 수도로 웅장하지만 아름답고 고색창연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들이 가진 역사와 전통에 대해 자신감과 희열에 넘쳐 이야기했다. ‘~스탄’ 국가들에 대해서는 정규적인 교육과정을 통해서는 거의 배우지 못하는지라 만나는 모든 장면과 역사적 사실들이 신비롭기까지 했다. 또한 그 전통이 현대에도 꽤 무리 없이 이어져 온 것을 식당과 시장에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쇼핑몰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진하게 우린 사골이 투박하지만 손 때 묻은 놋그릇에 담긴 맛이랄까. 알마티 방문으로 카자흐스탄의 깊은 매력에 빠졌고, 언젠가 꼭 다시 가볼 수 있기를 고대했다. 2019년 9월 누루술탄에서 60개국의 220개의 관광 관련 전문가들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 관광 박람회(PATA Asia)가 열린다는 소식에 무리스러운 일정이었지만 참가를 강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 실. 망. 이틀 째부터는 호텔방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가능한 한 빨리 서울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쉬운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과연 이 것뿐인 걸까.



 


내가  수도다’ 독재자의 정지선 없는 야심


아스타나에서 누루술탄으로 개명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설기도 하지만, 개명 사연을 들으니 더욱 입에서 겉돈다. 사임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前)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인데 그는 1990년 4월 24일 취임해, 30년이나 독재정치를 벌이다가 경제난 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하자 자진 사임한 불명예스러운 리더다. 그런 대통령이 사임을 하면서 수도의 이름으로 남았다? 뭔가 석연치가 않다. 


나자르바예프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인수한 토카예프 현 대통령 (당시 상원의장)이 수도 명칭을 누르술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고, 제안한 당일 일사천리로 현지 의회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관련 법률을 통과시켰다. 사임 발표 바로 다음날 수도의 명칭이 아스타나에서 누르술탄으로 바뀌었고, 조기 대선 일정이 발표되었다. 예고 없이 급박하게 전개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들은 지난 몇 년간 치밀하게 준비되어온 시나리오다. 사임은 일종의 ‘쇼’로 여론을 잠시 잠재우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사임연설에서도 “대통령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국가안보국 수장, 집권 여당인 ‘누르오 탄’(조국의 빛) 당의 당수, 헌법위원회 위원장 직은 계속 유지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직위에서는 물러나지만, 꼭두각시를 세우고 뒤에서는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대놓고’ 공표한 셈이다.


나자르바예프가 사임한 표면적 이유는 경제난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은 원유 매장량 세계 12위, 천연가스 22위, 우라늄 2위, 크롬 1위 등 다양한 광물자원을 다량으로 보유한 중앙아시아의 최대 자원 부국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따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 러시아 제재 조치의 불똥이 카자흐스탄에도 튀면서 러시아와 교역이 축소되는 등 주요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 부정축재 문제도 불거졌다. 로이터통신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원유 수출을 대가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외화를 챙겨 왔다”라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러자 나자르바예프는 2월 말 “국민의 생활수준을 높이지 못했다”며 내각을 총사퇴시키는 등 국민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제스처를 보였다. 국민이 장기 집권과 독재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신의 사임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해 당분간의 정치적 희생을 감수할 필요도 있었다. 이슬람 카리모프 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후계자 지명도 못 한 채 2016년 급사한 전례를 피하려는 것 같다. 


비록 다른 나라 이야기지만, 이런 개명의 배경 때문에 누루술탄이라는 이름이 거북스러웠다. 독재자는 잠시 뒤로 물러나지만, 독재는 계속될 것이라며 대놓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개명은 되었지만, 이 글에서는 아스타나로 부르기로 한다. 


물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나자르바예프의 심복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Kassym-Jomart Tokayev) 대통령이 지난 4월 12일 카자흐스탄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집권여당인 누르오 탄 당의 공천을 받아 후보 6명과 함께 6·9 대선에 출마해 70.96%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나는  수도다


아스타나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야심과 아집으로 건설된 꿈의 도시다. 그걸 공증이라도 하듯 자신의 심복을 통해 ‘수도’라는 뜻의 아스타나를 본인의 이름인 ‘누루술탄’으로 개명을 하게 한 것이다. 아스타나 천도를 18세기 초 표트르 대제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에 비견하는 이들도 있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토르 대제의 새로운 러시아 건설 의지 덕분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오늘날 러시아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스타나를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카자흐스탄의 독립의지와 개척정신의 투영’이라는 정부의 그럴듯한 배경 설명이다.


수도이전의 이유와 개발 추이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기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균형발전과 인구분산 그리고 안보 때문이었다. 천도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들은 “알마티가 있는 남쪽 지역에 인구가 편중돼 있다”(국가전략연구소 마리안 아비 셰바 박사)며 “4만 헥타르(서울의 3분의 2 정도) 크기의 알마티에 120만 명이 집중해 도시가 성장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니콜라이 티호뉵 건설처 부처장)이라며 수도이전의 당위성을 더했다. 그러나 국가 안보 목적이 가장 컸다. 1950년대 말부터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 북부에 본격적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60년대 초에는 전체 인구(930만 명) 중 러시아인이 43%로 카자흐인(30%) 보다 더 많았다. 91년 소련에서 독립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북부 지역이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수도를 북쪽으로 옮긴 것이다. 


수도 이전비용으로 사용한 비용은 첫 10년 동안 무려 약 1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집계 당시인 2007년 카자흐스탄 GPD의 10%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지금까지도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여되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제대로 된 도시로 정착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는 게 여러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와중에 카자흐스탄 정부가 2019~2023년 아스타나 건설 종합 계획을 승인했다. 계획에 따르면, 25.7천 헥타르에서 15.4천 헥타르로 구역 경계를 최적화하고, 멋들어진 건물을 올리기에 적합한 지역 5개 지역을 믄즐득 가로수길, 철도역 ‘누를르 졸’, 만겔렉 옐 대로, 투란 대로 서쪽, 텔만 마을 남부 지역, 아산 카이 그 거리로 정했다.


바흐트 술탄노프 아스타나 시장은  “인구 이동과 출생률이 증가하면서 주민 수는 매년 평균적으로 2.5% 증가하고 있고 2023년에는 약 150만명의 인구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2030년에는 2백만 명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예상에 따라, 그리고 경제가 매년 4~6% 성장한다는 조건 속에서 2023년까지 아스타나 지역 총생산량은 70% 증가해 10조 텡게(1 카자흐스탄 텡게=3원)를 초과하게 될 것이다”라며 정부 회의에서 변화를 맞을 아스타나의 현재와 미래를 열거했다. 이어 술탄노프 시장은 “기대하고 있는 경제 성장 속도와 과세 기준이 지역 예산 자체 수입을 43.7% 증가시켜 3,550억 텡게까지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엄청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특히 도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모든 도시 주거 지역에서 20분 도보로 이동 가능한 곳에 공원과 소공원을 건설할 계획이며, 교육 분야를 위해 37개 학교와 6만 3천 자리를 위한 10개의 부속 건물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보건 분야에서는 13개의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441억 텡게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장이 발표한 계획과 전망이 정말 현실화된다면, 카자흐스탄은 명실상부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입지를 구축할 것이다. “5년 동안 예산에 7조 텡게가 들어오게 되며 이 외에도, 6조 텡게의 민간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며, 이로 인해 3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3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행한다는 조건에서 5백만 명 관광객 유치도 기대할 수 있다”라며 시장은 발표를 마쳤다. 


향후 5년은 아스타나가 카자흐스탄의 수도로 완전히 자리매김을 할 중요한 시기다. 2019년 9월, 유령도시에 가까운 참담한 아스타나를 목격한 나로서는 더욱 기대가 크다. 5년 후 아스타나를 다시 찾는다면 시장의 말대로 꽃과 나무들이 우거진 공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게 될지 기대된다. 



첨단도시 누르술탄가보니 유령도시


누루술탄의 원래 이름은 아크몰라였다. 하얀 무덤이라는 뜻인데, 아마도 아스타나의 매서운 추위 때문에 지어진 이름 같다. 아니면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 눈 덮인 황량한 풍경이 무덤 같아 보였을 수도 있고.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한 내륙국가로 일교차와 연교차가 큰 대륙성 기후의 특징을 보인다. 인구가 집중돼 있는 알마티와 아스타나의 1월 평균기온은 각각 -5도, -15도로 무려 10도나 차이가 난다. 아스타나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Coldest Capital Cities of the World)' 2위에 선정될 정도로 기후여건이 척박하다. 1위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다. 날씨가 이렇다 보니 난방 가동률이 높은데 아직도 많은 가정과 기업에서 고체연료 보일러를 사용한다. 카자흐스탄은 국가 자체가 광산이라 불릴 정도로 석탄 등의 고체연료가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기가 탁하고 분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아스타나에 머무는 3일 내내 눈이 시리고 기침이 잦았다. 꽤 좋은 호텔에 묵었음에도 욕조에 물을 밭아 놓고 보니 거의 고동색에 가까운 물 빛이다. 공기 중에 꽤 큰 덩어리의 분진이 섞여있어 마트라도 한 번 다녀오면 샤워를 다시 해야 했다. 이튿날부터는 저녁도 먹으러 나가지 않고 나간 김에 저녁거리까지 장을 봐서 들어왔다. 출퇴근 시간 외에는 거리에 인적이 드물다. 도시를 구석구석 걸으며 정말 의아했던 건, 이 크고 수많은 건물들과 상가에 대체 누가 살며, 장사를 하는지, 대체 누가 아스타나를 먹여 살리는 가였다. 스크루지 영감의 유령이라도 사는지 오가는 사람은 적은데 건물들은 지나치게 화려하고 웅장하다. 도시가 활기를 찾으려면 아직 인구가 더 필요한 건 분명해 보인다.


예술 작품들 빼곡한 초현실 도시 


하지만 위와 같은 모습은 실제 이 곳에 와 보지 않으면 짐작조차 안 되는 실상들이다. 아스타나에 위치한 건물들을 사진으로 보면,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보인다. 우주적인 건축물들이 호기심을 자극해 전 세계의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건축에는 문외한인 사람이 봐도 엄청난 금액이 투여되었을 것은 당연히 짐작된다. 세계적 건축가를 불러 모아 돈을 아끼지 않고 과감한 건축물을 경쟁하듯 쌓아 올리는데 힘을 쏟은 덕분이다. 도시마다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건축물들이 한두 개 있긴 하지만, 아스타나처럼 자신감을 넘치도록 뽐내는 건물들이 밀집된 곳은 드물다. 나뭇가지들이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듯한 형태의 바이테렉 타워(Baiterek Tower), 원형경기장을 보는 듯한 서커스 아스타나(Circus Astana), 라이터처럼 생긴 정부 청사(Modern Government Quarter), 연꽃이 피어오르는 모양인 카자흐스탄 국립음악당(Kazakhstan Central Concert Hall) 등 초현실적인 건물들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각종 공공 건축물의 잇따른 건설은 인구 증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쳐 현재 약 1,010만 명에 도달했으며, 매년 평균 3만 명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훨씬 더 많은 인구가 필요해 보인다). 1999년부터는 아스타나의 자존심, 얼굴과도 같은 화려한 건축물들을 전 세계에 뽐내기 위해 매년 국제 건축박람회를 유치해 건축 도시로서 임무 또한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내년 건축박람회는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마이스로  도약한 아스타나


지도상으로 보면 남쪽으로 치우친 알마티 보다는 지리상 중심이라 개방도시로 잘 성장하면 그 주변의 중·소도시와 그 밖의 지역에서 지배적인 영향을 끼쳐 통합의 중심을 이루는 광역도시(metropolitan)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법한 입지라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다. 수도이전의 목적이었던 균형발전, 인구분산을 위해 수도이전은 불가피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아스타나의 개발이 시작되고 10년이 넘은 지금에도 여전히 이심(Ishim) 강의 우측에 주요 인프라가 편중된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 도시의 과거를 소비에트의 잔재로 여겨 무분별하게 청산하였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한, 도시 과거부터 오랜 기간 동안 정착한 사람들의 주거지역 또한 개발에 소외되어 ‘불공평한 개발’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 게임, 2017년 알마티 유니버시아드 동계올림픽과 아스타나 세계박람회(EXPO) 개최 등을 계기로 잦아들었고, 다양한 박람회, 엑스포를 개최를 계기로 미래도시, 첨단도시, 새로운 에너지 도시 등 별명이 붙어 국제적으로 위상이 올라가기 시작한 아스타나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발 벗고 나서 2030, 2050 국가발전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여해 120여 개의 다민족 국가(2019년 현재 인구 1,855만)인 카자흐스탄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산업부문의 성장을 직접 이끌고 있다. 장관, 시장, 은행장 등 주요 자리에는 30, 40대의 젊은 인사들로 채워져 밀레니얼 세대의 감각에 발맞추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대변인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사임 전에 발표한 '2050 전략’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인구의 62%를 도시화할 계획이라고 지난 9일 공식 발표했다. 약 700만 명에 달하는 카자흐족 마을의 90% 인 3,477개의 마을을 현대화를 목표로 한다. 정부는 이 작업을 위해 1.3 조 텡게 (38 억 3 천만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아스타나는 일본 건축가 기쇼 구로카와(Kisho Kurokawa, 1934-2007)의 작품이다. 아스타나 공식 가이드북 첫 페이지부터 그의 업적과 도시계획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있다. 구로카와는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설계한 일본 건축가로, 1998년 4월 공모를 통해 그의 도시 설계안이 최종 당선되었다. 쿠로카와의 설계의 주요 개념은 도시의 ‘공생’과 ‘신진대사’이다. 즉 자연과 도시, 과거 도시와 신도시의 공생과 선형 조닝(zoning) 방식을 채택해 지역의 수요가 발생하면 그에 맞추어 도시 개발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설계자의 의도대로 정부가 주도하여 쌓아 올린 새로운 건축물과 마을들로 아스타나는 물리적으로 점점 팽창하고 있다.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동참한국과의 교역 증가


중앙아시아의 허브인 카자흐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연결된 신 실크로드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다시 한번 호재를 만나게 된다. 카자흐스탄 산업자원부는 동서와 남북으로 도로를 연결하는 국가 계획인 '누를릐 졸(새로운 길)'에 따라 내년부터 2026년까지 일부 도로 정비를 포함해 총연장 1만 1천700km에 달하는 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CIS 국가 중 러시아에 이은 한국의 2위 교역국이다. 섬유 및 화학 기계, 자동차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원유, 합금철 등 자원을 수입하는 구조로, 양국 간 교역은 국제 유가 변동이나 러시아 경기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우리 정부는 신북방정책을 통해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북방 경제권과의 경제 협력을 추진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향후 인프라, 기계·전자기기, 소비재 등 부문에서 카자흐스탄의 협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해당 분야에서 양국의 경제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외관만 수려한 거대 마이스 도시질적 성장 절실


한 도시의 발전성과는 인구, 경제규모, 도시의 공간 팽창 등과 같은 양적 성장과 주민들의 삶의 질, 문화생활, 교육 수준 등 도시의 내적 기능을 나타내는 질적 성장으로 나타난다. 바람직한 도시 발전은 당연히 양과 질의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1995년 수도로 공포된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 봤을 때, 아스타나의 현재 상태는 어느 정도 양적 성장을 달성하고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도기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의 과제는 거대한 하드웨어 안에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 사회복지 보장 서비스 확충과 건강과 교육 서비스의 증가, 문화 및 여가생활 시설 확충, 공평한 시민참여 기회 제공 등을 담은 소프트웨어를 채워 넣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한국이 참여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카자흐스탄에는 지금도 11만 명의 고려인이 거주 중이다. 자연히 한류는 카자흐스탄 문화의 일부가 되어있다. 한류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분야는 바로 한국어 배우기다. 약 20개의 카자흐스탄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알파라비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 국제관계 및 세계언어대학교 등에서 7백 여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전공 또는 복수전공으로 배우고 있다. 또한 알마티 한국교육원에는 연간 2천5백 명 이상의 카자흐스탄 학생과 일반인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등록하고 있으나, 교실이 부족해 신청자를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국 유학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매년 알마티 한국교육원에서 개최되는 유학박람회에는 많은 학교 관계자 및 학생들이 방문해 한국 유학 정보를 얻고 있으며, 현재 약 1천 명의 카자흐스탄 학생이 우리나라 여러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건강검진 등 의료 관광차 한국을 찾는 카자흐스탄 인도 급증하고 있다. 2017년 한국을 찾은 카자흐스탄 환자는 1만 2566명을 기록했다. 이는 외국인 환자 중 6위이자 중앙아시아 환자 수의 75.6%에 해당한다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8). 

아스타나의 초대형 몰인 메가 카자흐스탄(MEGA Kazakhstan)에 가보니 ‘한국의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어 따라가 봤다. 한국 산 물건들을 파는 상점들이 2층 가장 좋은 목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입점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중산층 이상이 구매하는 제품들의 고급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화려하고 비현실적인 건축물에 매료되어 높은 기대만으로 아스타나를 찾게 되면 황량하고 척박한 생활환경에 실망이 클 수 돼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도 엿볼 수 있다. 작년 한 해 878만 명의 사람들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과거 5년 동안의 증가 추이는 엄청나다(그래프). 4년 동안 200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전 세계 관광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놓고 주체 측에서 기획한 1일 시티투어, 공연, 저녁 만찬은 실망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 9시에 집결을 시켜놓고, 투어는 11시가 다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오후 1시까지 2017 아스타나 엑스포 전시장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몇 개의 건축물을 버스를 탄 채 구경하는 일정이 전부였다. 건축물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고, 인원이 많다 보니 지체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반면 놀라우리만큼 웅장하고 초현실적인 외관을 자랑하는 박물관 내부에는 엑스포 운영 당시 시연한 다양한 영상들과 전시물들이 아직도 관리가 잘되고 있어 에너지 분야에는 문외한이지만 충분히 흥미로웠다. 이렇게 훌륭한 건축물과 인프라에 양질의 콘텐츠를 가진 전시, 교육, 이벤트가 기획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은데 안타깝다는 들었다. 비록 독재자이긴 하지만 한 사람의 야망과 염원이 이뤄낸 비현실적인 성과에 대해 토론도 하며 풍성한 일정을 기획해 볼 수 도 있을 것 같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아쉬움도 컸지만, 그 아쉬움을 채울 힘이 누군가에게, 특히 우리에게 있음을 발견했다. 마이스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은 꼭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5년 후, 다시 한번 아스타나를 방문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카자흐스탄에 불어 들 훈풍을 기대해 본다.


글: 박재아 (DaisyParkKorea@gmail.com)

사진: 카자흐스탄 관광부 (Kazakh Tou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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