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여행 읽어드립니다

더우 풍성하고 깊이 있는 여행을 위한 '여행 큐레이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관광청 대표'라는 직함으로 살아왔지만,

‘관광’이라는 단어는 극혐하는 편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관광은 

‘주로 기분 전환이나 

여가의 목적으로 떠나는 여행’이라지요.

이 정의로만 판단하면 제 업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여행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행위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제 스스로를 부를 때는 

#여행큐레이터 라 소개합니다.

내가 살던 익숙한 곳과 다른 곳을 방문할 때는 

어떤 관점으로 그곳을 바라봐야 하는지 

관점을 제시하거나 해석을 돕는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제가 소개하는 지역의 모든 정보를 

설민석 선생님처럼 줄줄 꿰는 

해박한 전문가는 아닙니다. 

다양한 관점을 소개할 뿐이죠.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그 지역과 사람들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아픈 역사도 고단한 하루하루도 그들의 삶입니다.

우리는 그저 보고 듣고 공감할 뿐이죠. 


모든 일이 그럴만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거창하게 문화라 부르는 

'사는 방식'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공동체와 개인이 환경에 응전한 과정과 결과죠. 

누구도 그걸 평가할 자격은 없습니다.

‘그곳을 그곳답게’ 바라보고 경험하는 여행이 

얼마나 삶에 큰 변화를 주는지 

직접 경험하고 감화와 변화를 받았습니다.

영어로는 'Local Alike' 

요즘 말로 이런 여행에 진심이죠. 

이걸 '지속가능 관광'이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전 이 단어도 마땅치 않은 것 같아

'현지인처럼 여행하기' 정도로 부르겠습니다.


‘그곳을 그곳답게’ 바라봐야 한다는 

혼잣말 같은 주장(?)은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덮친 

지난 2년 동안에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이 사단이 난 이유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만, 

노자 선생님이 정의처럼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을 

훼방하고 괴롭혀 질서를 어지럽혔기 때문일 테니까요. 

문화도 자연과 다르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존중해야 

서로를 헤치지 않습니다. 

‘그곳을 그곳답게’ 바라보는 것은 

문화 상대주의 관점을 기초로 합니다. 

어떤 형태로 표현되어 있던 모든 문화는 

그럴만한 이유와 과정으로 형성된 것이라 

더 낫고 낮음을 판단할 수 없다는 가치관이죠. 


도시 생활자인 우리들의 삶의 환경과 비교할 수없이 

척박한 곳에서 살아온 분들이 이룩해 놓은 삶을 

관찰,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듭니다. 

굳이 낫고 낮음을 평가하라면 

전기, 수도 없이 단 몇 시간도 버틸 수 없는 

제 삶이 단연 미개하게 느껴지죠. 


이해하고 공감하고 경외하려면 알아야 합니다. 

여행 가이드북에 적힌 맛집, 숙소, 액티비티를 

숙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적어도 내가 방문하는 나라가 

어떻게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의식주로 살아가는지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어떤지 정도는 알고 가면 

스쳐 지나가는 창밖의 소소한 풍경에서도 

‘이국적이다’ 그 이상의 감상과 깨달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를 읽기 좋게, 

가능하면 이야기로 만드는 게 제 업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업을 꽤나 오래 하는 중입니다. 

벌써 20년째입니다.


태평양 전반, 사모아, 피지, 모리셔스

메콩(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현지인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더 아름다운 곳들을 알리는 일을 합니다.

알리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팬데믹 중에 깊이 하게 되었습니다. 


상업성이 결여된 순수한 여행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거든요.

상업성이라는 단어에 반감을 갖는 분도 계시겠지만,

내 여행을 통해 현지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내가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통해 

새로운 영감과 기회를 얻는 의미를 담기 위해 선택한 단어입니다. 


앞으로 떠나게 될 나의 여행의 중요한 '선택'들 중

꼭 내가 그곳에서 만나게 될 분들의 삶이 

반드시 고려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삶의 방식들은

분명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반성, 발견의 기회를 줄거라 확신합니다. 


다음 편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지속 가능한 여행을 진흥하고 있는지 소개할게요. 


박재아 @DaisyParkKore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