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가 데이지 Jun 30. 2024

세계일주를 시작하는 자신에게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이다


#1.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꿈.



가볍게 들리기도 하며 무겁고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한 글자.



지금까지 내가 만나왔던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면 대다수는 꿈이 없다고 답했다. 

되려, 꿈이 없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 있고 꿈이 뭐냐는 질문을 두려워했다.  




꿈이란 무엇일까?



집 앞 조그만 정원에서 반려동물 '다래'와 함께


과거, 나에게 있어 꿈은 장래 희망이었다. 

커서 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과학자는 나의 꿈이었다.


자라오며 내게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가 되었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밝은 삶을 사는 기자, 혹은 그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


동사라는 땅에 뿌리를 내린 꿈은 지금 이 순간까지 수많은 뿌리 가지를 만들었다. 

뿌리가지는 길어지고, 굵어지며 

어느새 뿌리는 나무에서 빠질 수 없이 단단하고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현재, 나에게 있어 꿈은 무수히 많다. 


가령, 

배워보지 못한 가야금을 연주해보고 싶고,

진정한 사랑에 빠져보고 싶고,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


내게 꿈은 하루하루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사실 네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된 거야.
앞으로 네가 상상도 하지 못할 즐거움과 재미로 가득하다고.
지금의 너도 상상조차 못 할 앞으로의 네 인생이 궁금해.
누가 들어도 듣자마자 크게 비웃을 만큼 터무니없이 큰 꿈을 꿔.

꿈은 이루려고 꾸는 게 아니라 매일 설레려고 꾸는 거더라."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 문구는 내 인생에 큰 깨달음을 줬다.


우리는 꿈이란 커야 하고 이루어내야 하는 것이며 

그 꿈을 이루지 못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해 온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나 미래에 꿈이 있다고 생각했고, 

미래에 있는 꿈을 달성하기 위해 순간에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꿈은 목적지가 아닌, 과정이었다. 

길이었다.


꿈은 무조건 이루어내야 하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즐겁게 만드는 설렘이었다.



나는 그러한 꿈을 희망이라 부르기로 했다.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

삶의 설렘을 가진다는 희망,

삶을 살아가게 하는 희망,

아침에도 눈을 뜨게 하는 희망,


오늘도 삶을 살게 하는 힘, 희망.


희망은 목적이 아닌, 과정이다.







#2. 창문 없는 조그만 방에서 잠들지 못한 그날 밤을 나는 잊지 못한다.



사람의 욕심은 대게 결핍에서 비롯된다. 

어릴 적부터 갖지 못했던 사랑으로 인해 애정결핍이 생기며 

가난하게 살았던 시절부터 비롯해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나에게도 결핍이 있다.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은 결핍.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결핍. 

넓은 세상에 나아가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결핍이 있다.

삼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나는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이라는 산골짜기에서 자라왔다. 

19년간 조그만 마을에서 자라오며 언제나 더 넓은 세상을 갈구했다.


꼬마 소녀에게 넓은 세상을 훔쳐볼 방법은 책이었다. 

유년 시절, 소녀의 엄마는 종종 직장에서 책을 가져오곤 했다.  

그중 한 권은 김수영 작가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였고,

그 책은 중학생이 된 소녀에게 넓은 세상의 설렘을 안겨주었다.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꿈을 물어보는 저자의 모습을 통해 

나는 세계를 무대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문화를 경험하며 

들과 함께 희망을 노래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강원도 산골의 조그만 집, 

창문도 없는 조그만 방에 누워 

전 세계를 누비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쿵쾅거리는 가슴을 멈출 수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설렘에 잠들 수 없었다.



훗날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조그만 희망은 

어린 소녀에게 큰 설렘을 안겨주었다.


나는 여전히 그 밤을 잊지 못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에 밤새 뒤척이던 나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나의 조그만 희망은 열여덟에서 열아홉으로 넘어가는 밤, 구체화되었다.





#3. 나의 꿈이자, 나의 희망. 세계일주 100가지 버킷리스트


사진: Unsplash의Jana Shnipelson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입을 준비하면서 나는 수없는 밤을 울었다. 

불공평해 보이는 사회와 내게 기대를 걸지 않는 주위 환경,

느끼고 싶지 않은 열등감을 억지로 느끼게 만드는 타인의 비교까지. 


 속에서 믿을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

어제의 나와 싸웠고, 오늘의 나와 부딪혔다. 

매일 밤 할 수 있다는 혼자만의 믿음으로 공부했다.


치열한 나와의 경주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한 글을 발견했다.


지금 네가 사는 삶은 절망적일지라도,
이 세상에는 네가 상상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곳이 많아.



글은 이제껏 보지 못한 아름다운 지구의 사진을 담고 있었다. 

몰디브의 별의 밤,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브라질의 이구아수 폭포, …



광활한 지구의 모습은 

등급으로 간주되는 열등감 늪에 있는 나를 울게 했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었고 거침없이 호흡하는 곳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꿈꿨던 희망을, 꿈을, 살아갈 힘을 되새겼다. 

그 뒤로 생각날 때마다 조그만 수첩에 나의 희망을 하나씩 써 내려갔다.


세상을 탐구하고 싶다는, 

넓은 세계를 한없이 껴안고 싶다는, 

세상을 향해 소리 높여 노래하고 싶다는, 

지구 위 사람들과 서로의 우주를 공유하고 싶다는 나의 욕망들. 

나도 모르게 감춰왔던 나의 욕망들을 써 내려갔다.


훗날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렇게 열여덟에서 열아홉이 되는 날 밤,

나는 나의 세계일주 100가지 버킷리스트를 완성했다.




인도에서 쥬드프라이데이와 식사하기

인도 갠지스 강에 손 담그기

인도 타지마할에서 명상하기

인도 앙리차르 황금사원의 야경 보기

LA에서 분수쇼 보기

멋진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기

캐나다 yellow kinfe에서 오로라 보기

미국 time square에서 새해맞이해 보기

유로패스로 유럽여행하기

이구아수 폭포의 웅장함 느끼기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거대함 느끼기

앙헬폭포 앞에서 천사 포즈 취하기

모시오야툰 야 폭포 악마의 수영장 가기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사진 찍기

브라질 카니발 축제에서 춤추기

토마토 축제에서 토마토 먹기

사파리에서 빅 5 느긋하게 보기

킬리만자로 오르기

히말라야 베이스캠프 다녀오기

호주 울루루에서 나의 꿈이야기하기

바이칼 호수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듣기

네팔 아이들과 노래 부르기

칠레 끝에서 라면 먹기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에서 풀 만지기

베트남 길거리에서 쌀국수 먹기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스카이 다이빙하기

알프스 산악열차 타기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번지점프하기

시베리아 열차 타보기

이집트 피라미드 벽 만지기

세계 3대 폭포에서 동일한 포즈로 사진 찍기

루브르 박물관에서 3일 동안 즐기기

터키 파묵칼레에서 발 사진 찍기

마야 문명을 보고 멸망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기

서핑 배우기

스킨스쿠버 해보기

섬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바다 보며 광합성하기

티베트 라싸 포탈라궁에서 숭고함 느끼기

김수영작가와 이야기나누기

세계 오지에 가보기

남아메리카에서 플라멩코 배우기

크리스마스 여름에 보내보기

아타카마 사막에서 물을 위한 춤추기

남아메리카에서 탱고의 열정 배우기

페루 마추픽추에 가서 돌멩이 포즈하기

러시아 오이먀콘에 가서 아이들과 인사하기

태국 카오산 로드에서 여행자 기분 느끼기

태국에서 뾰족한 왕궁들 구경하기

해외봉사로 아이들 가르치기

아이들 가르치며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보답하기

이탈리아에서 찐 피자 먹기

블루라군에서 탕을 즐기고 나와 시 쓰기

독일에서 소시지와 맥주 맛있게 먹기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하기

아프리카에서 봉사하기

칠레에서 칠레소스 먹어보기

쿠바에 가서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행복한지 묻기

부탄에 가서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묻기

쿠바 사람들의 생활상 엿보기

누드비치 가보기

돌고래랑 같이 수영해 보기

인도에서 요가나 명상 배우기

대만 예류지질공원에서 누가크래커 먹기

일본에서 하야시라이스 먹기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길쭉하게 사진 찍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트윈빌딩 앞에서 사진 찍기

싱가포르 머라이언 동상 물 마시기

라오스에서 사람들과 숨바꼭질하기

동남아시아에서 트레킹 하기

터키 열기구 타며 경치 구경하기

유럽에서 뮤지컬 보기

볼리비아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묻기

중동에서 여러 가지 종교문화 체험해 보기

덴마크에서 버터빵 먹기

스페인에서 빠에야 먹고 새우의 촉감 느끼기

프랑스 에펠탑에서 바게트랑 사진 찍기

유럽 거리에 누워 신호등 바뀌는 거 구경하기

파리 밤거리를 걸어보기

벨기에에서 정말 맛있는 와플 먹기

지중해에서 생생한 올리브 먹어보기

캄보디아 왕나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이탈리아 휘어지는 건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스페인 안토니 건물보고 곡선과 곡선의 미학에 대해 생각하기

콜롬비아 까뇨 크리스탈레강에서 눈에 강을 담기

몰디브 별의 바다 가보기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가서 아름다움 느끼기

마다가스카르 돌숲 가보기

마다가스카르에서 라이언 킹노래 듣기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막에서 노을 보기

지옥의 문 앞에 서보기

중앙아시아 나라 여행해 보기

멕시코 세노테에서 물속의 아름다움 느끼기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더 베이 가보기

이탈리아에서 마카롱 먹기

라오스 꽝시 폭포에 입수해 보기

멕시코 여행하고 타코 맛나게 먹기

인도네시아 카와이젠 화산 보기

전 세계사람들 100명과 만나 이야기나누기

지나간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올 모든 것을 긍정하기

위의 99가지를 이루기




#4. 내가 살아가는 이유, 희망과 함께 세계일주에 오르다.



단순히 숨을 쉬는 ‘생존’과 '삶을 사는 것'은 다르다. 

인간의 존재 목적은 '삶을 사는 것'이다.


오래 살기보다 주어진 시간을 뜻깊게 사는 것은 내 인생의 궁극적 목표이다.

삶을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삶을 살아갈까?'는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건가?'라는 문장과 동일 선상에 있다.

내가 지금 꿈꾸고 원하는 삶이 곧 나의 미래의 삶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한다. 



'젊음'이라는 보물을 가지며 배우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것은 죄라고 생각했다.

공부는 단순히 학창 시절에 종이로만 배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이야기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는 것도 공부이며 

스스로와 마주해 사색하고 자신의 감정을 마주해 눈물을 흘리는 것 역시 공부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꿈꿔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죽을 때까지 배우고 싶다.

꾸준히 성장하되, 성장 속 겸손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을 향해 거침없이 심호흡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희망을 갖는 건 숨을 쉰다는 것과 같다.

나는 꿈을 꿀 때,

희망을 가질 때, 행복하며 

다른 이와 희망을 나눌 때 행복은 극대화된다. 


꿈을 꿀 수 있다는 희망이,

세상을 향해 노래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나를 살아가게 한다.



나는 나의 희망인 

세계일주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과정을, 

나의 꿈을 노래하는 길을,

목적이 아닌 과정 자체의 길을, 


'희망'이라는 꽃말을 가진 데이지와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당신은 젊다. 세계가 당신 안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