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위해서
이기적일 필요가 있어

아르헨티나 푸에르토이과수에서 만난 조세피나

by 여행가 데이지


원주민 과라니족의 언어로 '위대한 물'을 뜻하는 이구아수.

초당 1,000톤에 달하여 쏟아지는 이구아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지대에 있다.

우락부락하게 쏟아내는 이구아수 폭포를 보고자

아르헨티나의 작은 마을 푸에르토 이구아수를 찾는다.


GOPR2988.JPG?type=w773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푸에르토 이구아수 호스트 조세피나는

나를 맞이하고자 업무를 일찍 마쳤지만

도착 예상 시간보다 3시간이나 지연된 버스에도 웃으며 나를 반긴다.



"함께 마을을 둘러보지 않을래?"


20240115_172440.jpg?type=w773 그는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 여권을 모두 갖고 있다.


마을은 웅장한 이구아수를 품은 것과 달리 조그맣다.


관광객으로만 이루어진 조그만 마을이기에

관광객을 맞이하는 상점과 술집은 옹기종기 길거리에 펼쳐진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전통차 '마떼'를 끼고 거리에 나온다.



하루 종일 버스에 있으며 수그러든 에너지는

조세피나 에너지로 인해 다시 가동을 시작한다.

우린 잔뜩 신난 채로 이구아수 거리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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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이과수 마을 한 길목에서


크로아티아 아버지와 아르헨티나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난 조세피나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아왔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호텔에 일을 구하게 되어 1년 반전에 이곳에 왔다.

그는 지금 이구아수 근처 5성급 이상 럭셔리 호텔에서 상류층 접대 서비스를 맡고 있다.


관광학을 졸업했지만, 처음부터 관광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병원은 싫지만, 사람을 치료하고 싶었던 그는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동물행동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거리 곳곳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그는 유능한 가이드와 같다.

종종 보이는 벽화와 돌담의 이야기를 비롯해

마을의 역사, 아르헨티나의 상황을 유창하게 말하는 그는

세계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분야에서 박학다식을 보인다.


자신의 지식을 호기심과 정성에서 찾는다.


가령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공주를 대접해야 하는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코란을 다 읽는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며 느낀 점을 말한다.


"이슬람 문화는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거 같아.

때로 나에게는 여성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거든."



모든 건 상대적이라고 하지만,

서아시아를 여행하며 느낀 나의 마음은

조세피나의 통찰력에 말끔히 씻긴다.


"너는 스포츠를 볼 때, 이해하려고 하니?

아니지. 종교도 마찬가지야.

종교는 관찰하는 거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스포츠 보듯이 관람하는 거지.

너는 그 종교에 입단하려는 게 아니잖아."


그가 몽골에 있으며 불교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는

불교문화가 익숙한 나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준다.


'단지 이슬람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거구나.'


종교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해 온 순간이 스치며 들었던 의문점은

다지 관찰자의 시각으로 바라봤다는 이유로 말끔히 사라진다.



20240114_191437.jpg?type=w773 우린 마을을 흘러 이구아수 폭포로 이어지는 강가를 거닌다.


그도 크로아티아에서 승마 일을 하면서 유럽 여행을 다녀왔기에

나의 여행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자신이 여행하며 겪은 지혜를 공유한다.


감정적 이해를 넘어 지적 수준으로 확장하여

상대가 지닌 문화를 공부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그의 모습은

대화 내내 그를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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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이과수 마을에서



"때때로 여성으로서 이슬람 문화가 차별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어?

서아시아 여행하면서 그게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다방면으로 열려있는 조세피나의 견식 때문일까,

이슬람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서

이슬람 문화를 느끼며 받은 남모르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아니? 그건 단지 하나의 삶인걸.

다만, 이슬람 여성들은 너와 같이 세계여행을 생각할 가능성이 적겠지.


그들은 종교주의적 삶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으니까.

경제적이나 심리적 문제로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도 삶의 형태니까.

만약 네가 삶을 바꾸고 싶다면,

그건 너에게 달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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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날씨는 멀리 떨어진 이구아수 폭포의 수증기가

마을로 들어와 습윤한 더위를 이룬다.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최대 수증기로 가득한 느낌에도

조세피나가 주는 지적 사고와 열린 마음은 내게 시원함을 준다.

나는 여행하며 떠올린 고민을 말한다.



"인도에 있을 때, 정말 많은 노숙자를 봤어.

극심한 빈부격차를 실제로 마주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


노숙자는 극복할 배경이 있지 않을까?

그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생은 정말 불공평한 걸까?"



인도에서 마주한 불공평에 대한 답을 얻고자 고군분투했던 나는

그가 풍기는 시원함에 머릿속에 품고 있던 물음을 쏟아낸다.



"어딜 가나 가난은 존재해.

이 마을에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도 있지.

거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가 가난을 어떻게 다루는 지야."


"삶이 공평하다고 생각해?"


"공평하다 불공평하다의 문제가 아니야.

삶은 단지 네가 만드는 거지. (Life is what you make it.)"


20240114_201942.jpg?type=w773 함께 저녁을 먹으며



열대야 공기를 뚫고 둘러본 마을을 뒤로

우린 맥주 한 잔과 감자튀김을 갖고 함께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그는 인형극을 흉내 내듯이 말하면서도

박학한 지식과 폭넓은 포용력을 바탕으로 대화를 재밌게 이끈다.


서로 여행하며 느낀 이야기,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삶에 대해 나눈 이야기는

뜨거웠던 감자튀김이 식을 때까지 깊어지며 우리의 밤을 달달하게 만든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

사회가 규정한 것에 연연하지 말고, 너를 행복하게 하는 걸 해."



"네가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았는데?"


"우리 앞에 있는 무수한 선택지가 있잖아.

여러 가지를 도전하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따라가는 거야."


그는 자신의 말처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다.

좋아하는 직업을 갖고자 도착한 이구아수 마을에서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않기에 새로운 삶의 변화를 시도한다.


"맞아.

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알고 있지만,

그걸 무시하려고 하곤 해."



"많은 사회에서 말하지.

'이것이 올바른 방법이고, 이렇게 하는 게 너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야.'

하지만, 사실 그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어.


행복해지려고 노력해.

거기에 머물지 마.


최소한 너는 너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 돼.

너의 행복을 위해서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저마다 행복해야 할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깨달음은

조세피나가 어릴 적부터 응당 가진 생각이 아니다.


그가 22살 때 위촉증(Tromosis)은 그를 죽음의 위기까지 몰았고,

거의 고동까지 멈춘 심장과, 쉬지 못한 숨 앞에서

천천히 낮아지는 심장을 느끼며

대부분이 죽게 되는 순간에 운 좋게 살아나면서 그는 깨닫는다.



'나의 행복을 쫓아가야 하는구나.'



죽음은 삶을 대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죽을 뻔한 순간이 그에게 준 생각은

그가 이제껏 삶을 대하는 방식을 선물한다.



"22살 때, 온전히 지금 생각을 가진 건 아니야.

그렇지만, 오늘날 생각으로 가는 중에 있던 거지.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고 나면

너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다르게 보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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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사랑할 때

'우리 가족은~ 남자의 가족은~'이라 변명을 만들어 이뤄지지 않은 합리화를 하곤 해.

하지만 그건 운명을 운운하는 문제가 아니라, 네가 적절한 시기에 행동을 취하느냐의 문제야.


때때로 순간의 행동이 너의 운명을 바꾸는 거야.

운명으로 변명을 말하는 건 멍청한 일이야.

삶은 네가 만들어내는 거야."



"나이도 같아.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면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고 변명하겠지.

그렇지만,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잖아."


"맞아.

40살과 20살이 사랑을 하더라도, 그걸 시도하고 나서 나중에 헤어지더라도

여자가 25살이 되었을 때, “그래, 나도 시도해 봤어. 그게 어떤지 알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기분 좋게 취한 우리의 기분 위로 마지막 건배를 한다.

후덥지근한 바깥공기를 막은 유리창은

바에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까지 막지 못한다.


이구아수를 품은 조그만 마을의 밤에서 흥겹게 퍼지는 음악에 맞추어

기울이는 맥주잔과 함께 기울어지는 달을 바라본다.


imran-ali-WJd3rY9EQyU-unsplash.jpg?type=w773 Photo by Imran Ali on Unsplash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맞이한 다음날 아침.

마을을 떠나는 버스를 타기 전, 우린 함께 테라스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가는 이웃은 조세피나에게 인사하며 아침을 준비한다.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자신의 고양이를 쓰다듬는 그를 바라보며

우린 '친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때로 친구 사이에는 무언가 태도가 요구되기도 해.

어느 날 네가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면, 친구들은 너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말이야."


속상한 일을 겪은 친구가 있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더라도

찾아와서 도와주는 친구를 말하며 그는 중립적인 친구보다 편을 드는 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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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으로 내 편만 들기보다,

올바르게 상황을 판단해서 올바른 편에 서는 친구가 좋지 않아?"


친구를 대할 때도 언제나 편을 들기보다

상황을 판단해 입장을 밝혀온 나는

그가 말한 '친구'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

그렇지만 나는, 어떠한 이유도 없이 나를 위해주는 친구가 좋아.

그런 종류의 충실(loyalty)이 좋아.

나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고, 그런 친구들이 있지."



그는 옆집 이웃 동료이자 충실을 가진 친구의 이야기를 한다.

직장의 어려움이 있을 때 함께 힘이 되어준 친구.

그는 '우정'을 새긴 팔을 보여주며 말한다.


20240115_173729.jpg?type=w773 '우정'을 타투로 새긴 조세피나


"친구는 행복한 순간만을 공유하는 게 아니야.

슬픈 순간도 공유하는 게 친구야."


"맞아.

그래서 친구에 있어 나이는 정말 중요하지 않아."


그의 말에 공감하며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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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유는 나는 다른 이들을 만나 여행하고
몰랐던 곳을 알아가고,
이야기하기 위해서야.

내가 말하고, 생각하고, 삶에서 무언가 하도록 선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어.
네 삶의 순간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만 하면 막을게 아무것도 없어.



그에게 느껴지던 박학다식함 너머로

그가 가진 굳건한 삶의 기둥을 느낀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자신만의 행복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조세피나.


그의 모습은

강하게 내리치는 이구아수 폭포와도 같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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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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