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할 질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데이비드

by 여행가 데이지



Photo by Rafael Hoyos Weht on Unsplash



아르헨티나의 전통 바비큐인 아사도(Asado).

소고기가 저렴하다고 알려진 아르헨티나에서는

소고기를 비롯해 양고기, 돼지고기 등을 이용해 조리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아사도의 맛을 깨달은 뒤,

나는 도시를 차지하는 아사도 맛집 탐방에 불을 켠다.


카우치 서핑을 통해 함께 아사도 식당에 갈 사람을 구하니,

데이비드는 나에게 연락해 식당을 함께 알아본다.


아르헨티나 거리


"데이비드?"


"데이지!"


우린 산마르틴 광장에서 서로를 알아보며 손을 흔든다.

축구를 하며 발이 부러진 데이비드는 절뚝이며 내게 다가온다.



"데이지 안녕!"


꽤나 심각하게 다친 발인데도

절뚝인 채로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다가오는 그는

첫인상부터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는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

나를 위해 아사도 식당을 찾아간다.

그가 좋아하는 다른 메뉴와 함께 우린 식탁에 앉아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사도는 입에서 살살 녹으면서도

질겅질겅 촉감이 오래도록 입에 남아

동네 고기의 맛을 풍긴다.


20240117_203629.jpg?type=w386
20240117_203640.jpg?type=w386
20240117_203641.jpg?type=w386
아르헨티나에 왔으면 아사도를 먹어줘야지~


그는 판사인 아버지 아래에서 고등학교 당시 법을 공부했다.

법 공부를 재밌어했지만, 그

에게 끌리는 건 여행이었다.



"주위에서 나보고 변호사가 될 거라 말했지.

법 공부도 좋았지만, 난 로컬(local)스러운 게 좋았어."



그는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기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



"나는 학교도 많이 바꿨어.

그냥 바꾸고 싶으면 전학을 갔지"



자기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는 여행하려고 노력하고

경험하려고 노력했다.


20240117_203659.jpg?type=w386
20240117_203700.jpg?type=w386



그는 처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철학과 영어를 공부했다.

2년 정도 공부하던 그는 철학을 관두었다.


"나는 철학 관련 학위를 갖고 싶은 게 아니었거든.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개념을 알고 싶었고,

초반에 배웠으니까 관뒀어."


이후 1년 동안 심리학 공부를 한 그는 웃으면서 말한다.


"단지 심리학에 흥미가 있었거든!"


심리학 공부를 그만둔 뒤,

그는 저널리즘과 소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고,

이후 영화를 공부하다 오늘에 이르렀다.


무료 교육 정책이 이루어진 아르헨티나에서

데이비드는 원하면 무엇이든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무료교육으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다양하게 발을 들인 이유가 뭐야?"


"나한테 흥미가 있는지 보려고!"



시작한 공부를 관두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데,

새로운 공부를 반복해 시작한 그가 놀랍다.

단순한 그 이유는 더욱이 그가 자유로워 보인다.


그는 정말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 독특한 경험 속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


"2년 정도 대학을 다니다가 관뒀어.

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었거든.

영어 문법이 아니라, 언어로 배우는 영어 말이야."


흥미롭고 재밌는 그의 삶에

나도 모르게 추궁하듯이 묻는다.

그는 계속되는 내 질문에 답한다.


"너는 모든 걸 알고 싶어 하는구나. (웃음)"


"왜냐면 너의 삶이 정말 재밌는걸!"


Screenshot_2025-02-16_at_7.40.17%E2%80%AFAM.png?type=w386
Screenshot_2025-02-16_at_7.40.24%E2%80%AFAM.png?type=w386
여행하던 데이비드의 젊은 시절


그가 새롭게 향한 곳은 브라질.

브라질에 도착해 투어리즘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신문을 팔기 시작하며 7달이 지날 즈음에는 에디터로 일했다.

이후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며 본격 투어리스트를 위해 일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일본에서 와이어(철사) 공예로 여행을 이어갔다.



Screenshot_2025-02-16_at_7.41.53%E2%80%AFAM.png?type=w386
Screenshot_2025-02-16_at_7.41.41%E2%80%AFAM.png?type=w386
Screenshot_2025-02-16_at_7.42.06%E2%80%AFAM.png?type=w386
철사를 팔아서 여행하던 시절


와이어(철사)를 이용해 열쇠고리를 만들어 여행해 온 젊은 날,

생전 돈 한 푼도 없이 철사 공예로 전 세계를 여행했다.

철사 공예로 길거리에 서있는 그의 모습은

젊은 시절, 세계를 향한 그의 호기심이 엿보인다.


"하루는 일본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왔어.

한국에 도착했을 때 나한테 남은 건 50달러뿐이었지."


20240117_220802.jpg?type=w386
20240117_220759.jpg?type=w386


이후 그는 스페인에서 호텔 소유주로 경영하며 여름을 보내왔다.

그는 운영을 하고 싶지 않을 때면,

호텔을 닫은 채 여행을 했다.


그는 2년 동안 스페인에서 살면서 시민권을 얻었다.

실제 스페인에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말한다.


"이전에 스페인은 매우 가난한 국가였어.

거기서의 삶을 매우 재밌었지.

그 당시 아르헨티나는 잘 사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반대야 (웃음)"


20240117_223400.jpg?type=w386
20240117_223427.jpg?type=w773



데이비드는 흔히 사회가 규정한 "자유인" 그 자체의 삶을 살고 있다.

그와 대화하면 할수록

그가 지내온 삶들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놀란다.

그는 그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지금은 뭐 하면서 지내?"


'글쎄'라고 말하며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자유분방해 보인다.



"스페인 호텔 사업은 이미 다 팔아서

새로운 사업을 열까 생각 중이야."


그는 모아둔 돈으로 또 다른 여행도 준비한다.


"아르헨티나로는 왜 다시 돌아온 거야?"


"나는 오랫동안 유럽에서 지냈지만,

그곳이 내 집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어.


지금은 다리가 부러졌으니까

우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더 머물러야지 (웃음)"


Screenshot_2025-02-16_at_7.42.15%E2%80%AFAM.png?type=w386
Screenshot_2025-02-16_at_7.42.29%E2%80%AFAM.png?type=w386
Screenshot_2025-02-16_at_7.41.33%E2%80%AFAM.png?type=w386


한평생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오며

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인 삶을 살아온 데이비드.

그는 말한다.



"지금도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고 있어.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거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웃음)"


그에게 대답한다.


"우리는 우리가 죽기 전까지 계속 생각해 봐야지."


"네가 죽게 되면 너는 한 곳에 오랫동안 죽어있는 상태로 있겠지,

네가 살아있을 때, 너는 수많은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지."


54개국을 여행하고, 살아온 그.

수많은 곳에서 경험을 해왔을 텐데도,

그는 여전히 여행을 마음에 품고 있다.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중국에 가고 싶었는데,

중국 비자를 받으려면 2주나 있어야 해서

당시에 가지 못하고 태국에 갔었어.


나는 언제나 중국에 가보고 싶었어. 다음에는 중국에 가보고 싶어."


그의 삶을 보며 내 삶을 돌아본다.

그와 동일하게 여행을 좋아하는 나,

나도 그처럼 여행하는 삶을 택하는 삶을 상상한다.


27살에도, 서른 살에도,

배낭을 메며 계속 여행하고 있을까?

그런 삶을,

나는 좋아할까?


IMG-20240119-WA0002.jpg?type=w386
IMG-20240119-WA0003.jpg?type=w386



그의 삶을 들으며

나의 삶을 그렸고,

나는 그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너는 왜 움직이면서 사는 거야?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사는 게 궁금해."


그는 끝없는 질문에 당황하면서도

웃음 지으며 대답을 이어간다.


"되게 좋은 질문이다.

그게 나 자신에게 계속 질문하는 거기도 하거든."



"나도 어렸을 적부터 언제나 세상을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

이유는 모르겠어.

무언가 내 안에, 내 안에 무언가가 있었어."


세계 일주를 하며 42번째 국가로 아르헨티나를 찾은 배낭여행자,

54개국을 여행하며 한평생을 살아온 데이비드.


우리는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으로

대화의 안줏거리를 끊임없이 만든다.


그가 보내온 삶이 너무나 역동적이어서 책을 써야 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역동적인 그의 삶이 신기하기만 한데,

더욱 신기한 건,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 한다는 점이다.

그에게 삶은

단지 그 삶일 뿐이었다.


그 점이 재밌고 좋다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라,
나는 여전히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 대답을 계속 찾아가고 있어."



그는 고민 이후에 이어서 말한다



나에게 성적 에너지는 매우 중요해.
모든 인간의 창조와 예술이
성적 에너지의 승화일 수 있는 프로이트 말에 동의하거든.

어쩌면 내가 전갈자리여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웃음)



Screenshot_2025-02-16_at_7.40.46%E2%80%AFAM.png?type=w773 데이비드 삶의 이유


그런 그의 삶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그려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무엇일까?

여전히 뚜렷하게 펼쳐진 이미지가 없더라도,


확신한 한 가지는

이 질문은 죽기 전까지 계속될 거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 목소리를 듣고,

그에 맞는 도전을 하며

새로운 경험과 여행과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


나를 그런 삶으로 이끄는 주요 질문은

나 자신을 향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삶을 한평생 살아온 데이비드.


그를 바라보며

이제 막 세계 일주를 시작한 배낭여행자는

앞으로의 길을 바라본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daisyshin:유튜브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전 04화행복을 위해서 이기적일 필요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