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라파즈에서 만난 하디야
킬리만자로가 여행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될 줄 알았는데,
장정 6,088m에 달하는 와이나 포토시에 오른다.
킬리만자로에서 배운 겸손함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에
와이나 포토시로 향하는 내내 간절히 기도한다.
"무사히 오를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해발고도가 높은 라파즈에서
불과 이틀이면 도착하는 곳이지만,
고도가 주는 고난과
날씨가 주는 어려움은
나를 한계에 부딪히게 만든다.
등반객 세명과 가이드 한 명이 함께 올라가는 상황.
내가 등반을 포기하게 된다면,
나머지 두 등산객도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나로 인해 다른 이의 꿈을 막을 수 없기에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나는 이를 악물고 오른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눈앞의 발자국만
한걸음 더 앞으로 가겠다는 심보로 오른다.
와이나 포토시 등반을 마친 뒤,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도 다시 돌아온다.
볼리비아 라파즈 거리는 낙후된 느낌이지만,
그 낙후함이 사랑스럽다.
라파즈에 오기 전,
카우치 서핑을 통해 알프레도와 연락이 닿았다.
"지금 나는 인도에 있지만,
라파즈에 있는 우리 가족이 너를 반겨줄거야."
알프레도 가족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산행을 출발했기에
다시 돌아와 멋쩍게 인사를 나눈다.
산행으로 기진맥진한 나는 온종일 잠을 자고,
밀린 사진과 일기를 정리한다.
알프레도 어머님은 나를 정성을 다해 챙긴다.
따뜻한 차와 조그만 식사, 간단한 간식까지. 그의 돌봄을 받으며 체력을 온전히 충전한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건네온 따뜻한 차로 소통한 우리.
"저는 내일 아침 버스로 떠나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떠나기 전 감사 인사를 전하는 나에게 그는 대답한다.
"저녁 같이 먹자."
맛있는 피자와 함께
알프레도 어머님, 누나 분과 저녁을 보낸다.
스페인어가 어설픈 나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알프레도 누나, 하디야를 통해 이야기 나눈다.
따뜻한 피자가 나오며 나는 하디야는 내 질문에 답한다.
하디야는 5년 전인 26살 당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마 부엌에서 빵을 만드는 취미였지만,
만든 빵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빵을 준 뒤에 결정하라고 말했지."
브라우니를 들고,
갓 구워진 쿠키를 들고,
대뜸 가정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던 지난 날들.
6달 가까이 이어지며 조금씩 하디야 디저트를 찾는 이가 생겼다.
그는 오늘날은 수도 라파즈에 3개의 빵집을 운영하는 CEO이다.
그는 본인이 운영하는 빵집을 보여주며 말한다.
"만약 네가 사업을 하고 싶다면, 너는 좋은 판매자가 되어야 해."
처음에는 엄마 부엌을 빌려서 요리하던
그저 베이킹 좋아하는 소녀는
여러 점의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숙녀가 되었다.
그는 오늘날 자기 사업을 이루어내는데
수많은 문을 두드렸고,
그 문을 두드리기 위한 용기는
오늘날 그녀를 만들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돼?"
"6개월 뒤에는 산타크루스(Santa Cruz de la Sierra)에 가고 싶어."
볼리비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산타크루스로의 확장을 이야기하는 그.
커다란 눈과 입으로 미소를 짓는 하디야에게서 모델처럼 당당한 풍채가 느껴진다.
더 많은 기회를 찾고 성장을 위한 풍채.
작게나마 빵을 판매해오던 이가 사업을 확장해
어엿한 비즈니스 여성이 되어서 사업을 행온 그의 풍채.
그에게 연신 감탄하며 우린 대화를 이어간다.
"아침에 버스가 없으면 다시 돌아와요.
편하게 우리를 찾아오세요."
알프레도 어머님, 글래디스는
버스를 고민하는 나에게 말한다.
나는 그에게 묻는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를 챙겨주신 이유가 뭔가요?"
"나의 아들도 다른 나라에서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기 때문이죠."
아들 알프레도는 소리꾼으로 소리를 모으며 세계를 다니고 있다.
글래디스는 그런 아들을 응원하고,
나를 챙기면서 아들을 챙기고 있다.
낯선 이의 마음을 보듬으면서
아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글래디스.
그를 통해 자식을 향한 엄마의 마음을 느낀다.
“고마워요.
여행이 그런 거 같아요.
아무리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요.”
푸노행 버스가 매진될 확률은 없지만,
그럼에도 나의 안부를 묻고,
돌아올 곳이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그들의 너그러움을 느낀다.
글래디스는 답한다.
"모든건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que pase lo que tenga que pasar_everything happends for something.)"
헤어지는 날 아침, 글래디스는 어김없이 내 주머니에 조그만 간식을 넣는다.
그에게 감사인사를 전한 뒤 출근하는 길인 하디야와 함께 택시에 오른다.
"하디야, 일을 안 하면서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이유가 뭐야?"
"직원들에게 내가 왔음을 확신시켜줘야 해서 그래."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의 말임에도 CEO의 위엄이 느낀다. 택시 안에서의 짧은 찰나에 나는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야.
지금 하고 있는 디저트를 통해서,
훗날 엄마가 되어서,
여러가지로 좋은 영향을 주고싶어.
어느덧 도착한 버스정류장. 하디야 와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하며 말한다.
"나중에 빵집에 꼭 찾아갈게. 그때 멋진 엄마와 CEO가 되어있기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할게!"
그는 언제나 짧은 스페인어로 말하는 나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고, 나의 작별 인사에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가 집에 있어서 정말 좋았어. 앞으로도 즐거운 여행이 되길."
포근한 엄마의 마음과, 성장을 향한 사업가의 마음으로 물든 라파즈. 라파즈 거리를 채우는 경적과 작별하며 마음을 다시 떠올린다.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라파즈에서 머무는 동안 따뜻하게 잠자리와 음식을 주던 가족분들. 정말 포근하고 따뜻한 집이었다.
왕이나 포토시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서 누워있던 그 순간.
그때 느낀 극도의 행복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행복은, 알프레도 가족이 준 안정감 덕분에 가능한 일이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데이지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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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