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섬사람들은 왜 살까?

페루 티티카카 호수에서 만난 지역민들

by 여행가 데이지



20240217_134408.jpg?type=w773 티티카카 호수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에 걸쳐있는 티티카카 호수.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인 티티카카 호수 위에

과거 원주민은 갈대를 자르고 엮어

탄탄한 섬, 우로스섬(Uros)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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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우로스 섬으로 향하는 길


내게 미지의 곳이자,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우로스 섬.

짙은 남색으로 펼쳐진 티티카카 호수를 헤치고 나아가는 페리 위해서

오랫 꿈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울컥한다.


페리 뒷좌석에 앉은 남성은 페루의 전통 노래를 부른다.

여행 막바지라는 사실이 가져다준 감수성은

페루 남성의 목소리가 왠지 더 구슬프게 들린다.


남몰래 울컥한 마음으로 괜스레 티티카카호를 바라보며 코를 훌쩍인다.


20240217_073916.jpg?type=w773 페리 안


가이드는 마이크를 잡은 채 티티카카에 대해 설명한다.


"케추아어나 원주민 언어로

티티(Titi)는 퓨마를, 카카(Caca)는 호수를 의미해요.

티티카카 호수를 거꾸로 보면 퓨마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죠."


# 티티카카호 우로스 섬에서


우로수섬은 우로스족이라는 원주민이 거주한다.

이들은 갈대 보트와 집에 살며 자급자족하며 생활한다.

물고기를 잡고, 지푸라기를 먹으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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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스섬 도착


고산지대의 기후와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다른 부족의 공격을 피해 온 과거 원주민은

호수 중앙에 머무르며 자신의 터전을 만든다.

공동생활과 협력을 통해 외딴섬에서 자급자족해 온 우로스족.


그들은 토토라(totora)라는 갈대를 엮어 우로스섬을 만들었다.

우로스섬은 여러 작은 섬들로 나뉘어있으며

전체 700 가구가 함께 지낸다.


하나의 섬에는 10 가구 내외가 지내는데,

그중 한 곳에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정박하니

기다리던 우로스 족이 방긋 웃으며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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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되기 전 새로운 갈대를 덧붙여 섬을 유지해 나간다.

섬에 발을 디디니 딴단 한 갈대 바닥은 호수 한가운데에 있어도 안정감을 준다.

되려 사방이 뚫린 섬 위에서

단단하면서도 스펀지처럼 부드러운 갈대 위를 푹신푹신 걷는다.


마치 갓 익은 브라우니 위를 걷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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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스족 사람들


스페인어를 하는 우로스 족 한 명은 관광객들의 가이드가 된다.

그는 홀로 자급자족 생활을 하면서

우로스족이 꾸려온 전통을 유지한다.


가이드 우로스 족은 자기 이야기를 공유한다.


"저도 원래 다른 섬에서 살았는데,

우로스 섬으로 가는 중에, 아내와 만나게 되었어요."


아내에게 반한 그는

우로스섬으로 건너와 함께 생활 터전을 꾸린다.


배를 타고 섬과 섬을 이동하고

배에서 눈이 마주친 아낙네와 사랑에 빠진 우로스 족은

시간이 가져다준 지혜로 사냥해 배를 채우며

자신의 가족을 꾸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슨 방법이든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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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아내/그가 기념품을 파는 모습/그의 아들


소년같이 수수한 웃음을 가진 그는

어떤 이유로 삶을 살아갈지 궁금해

섬을 한참 둘러보던 중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뜬금없는 질문에 그는 웃음 지으며 고민하더니 이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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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유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야.


지구를 이루는 수많은 호수 위,

지푸라기로 만든 그저 하나의 섬에 불과하더라도,

단지 물에 떠 있는 갈대 섬일 뿐이라도,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에 나의 추억과 시간이 담겨있다면,

그곳에 나만의 의미가 있다면,

그곳은 단지 하나의 섬이 아니다.

그건 내 삶의 이유이다.


20240217_095324.jpg?type=w773 우로스 섬



나무는 더 이상 당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세계의 어떤 나무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보고 판단하고 이름 붙인 나무이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 중

그저 하나의 외딴섬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나의 숨결이 있다면

외딴섬은 내게 있어

그 무엇으로도 바뀔 수 없는 소중한 공간이 된다.



# 티티카카호 북동쪽의 타킬레 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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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킬레 섬 사람들



전통이 묻어나는 직조 기법으로 전통 수공예를 만든다.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뜨개질을 하는 마을 사람들은

직조 기술이 없으면 결혼할 수 없다.


섬에서 묻어나는 그들만의 생활 방식은 굳어져

오늘날 하나의 아름다운 문화를 만든다.

가이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둘러본다.


카니발의 흥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 사람들은

북과 피리로 요란하게 소리를 내면서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환상적일 정도로 완벽한 날씨는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설레게 만든다.

울려 퍼지는 피리와 전통 옷을 살랑이며 춤추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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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킬레섬 사람들과

"하몬?(일본에서 왔어?"


"노.

요 소리 꼬레아(한국에서 왔어요)"


빠진 치아 사이로 침을 튀기며 웃는 현지인들

한층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전통 옷으로 빼어 입는다.


현대인의 삶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이들.

이전 조상의 전통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여전히 세상에 다양한 형식의 삶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자본주의가 만든 경제적 논리 속에서

자신의 전통과 문화도 관광 상품에 지나지 않다며

전통은 훼손되어 하나의 상품이 된다고 말하는 혹자도 있지만


관광 상품이든, 여전히 명맥이 유지되는 전통 관습이든

그것은 우리가 만들어온 여러 형태의 삶의 양식이다.


타킬레 섬 주민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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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유는 이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어서야.
그것이 인생이지.

밭에 감자, 오카(안데스 전통 덩이줄기), 옥수수를 심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가족과 함께 한 집에서 오손도손 살 수 있는 게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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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킬레 섬에서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이든

호수 위 섬에서 베를 짜며 살아가는 삶이든


우리 삶을 지탱하는 힘은

어디서나 같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내게 소중한 이들,

나의 가족,

나의 사람들.


짙은 티티카카 호수는 바람과 만나

하나의 바다처럼 거센 물살을 만든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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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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