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네 안의 빛을
뺏어가려 할 거야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만난 샐리

by 여행가 데이지

해발 약 3,650m에 위치한 수도, 라파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를 자랑하는 이곳은 높은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다.

급경사에 위치한 도시를 따라 건물과 도로는 비탈에 놓여 기울어진 도시를 이룬다.


예술 벽화를 찾는 관광객과 그들을 기다리는 상인들로 활기를 이루는 거리에서

카우치 서핑을 통해 만난 샐리와 만난다.


유명한 관광지를 들리며 라파즈의 귀여운 기념품들을 함께 구경한다.

대만에서 온 샐리는 귀엽고 앙증맞은 미소를 보인다.

우린 아시아인이지만, 자유를 꿈꾸며

세계여행하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금세 친해진다.


상점과 시장이 즐비한 거리에 카니발로 거리는 한껏 들뜬다.

다양한 수공예품을 구경하고,

길거리의 핫도그를 사 먹으며 우린 서로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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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라파즈 거리


대만에서 유명한 대학교의 졸업장을 땄지만,

AHC 메이크업 회사에서 공급망관리로 2년 동안 일하던 샐리는

하루 15시간가량 일에만 매진한 직장인이었다.


"나는 언제나 일을 열심히 했어. 언제나 내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


"부족하기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갖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야.

그렇지만, 종종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잊게 만드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드네."


쉬엄쉬엄 일을 하며

매일 낮잠으로 휴식을 취하는 남아메리카 사람들의 생활을 보며

우리는 아시아의 사고방식으로부터 나오는 공감을 나눈다.


"졸업 전에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어.

배낭여행자 호스텔에서 일을 했었는데,

거기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내 삶을 바꿨지."


치열한 경쟁에서 지내오던 그가 마주한 배낭여행자들의 삶을 처음 본 순간이다.

다른 사람이 되기(To be different) 힘든 아시아 문화에서

각자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배낭여행자의 모습은 그에게 큰 변화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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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즈 거리에서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네가 성공하지 않는 걸 선택한다면,

네가 성공하기를 선택한 것보다 더 어려워.


그렇지만 내가 만난 친구들은 프랑스, 미국 등에서 좋은 대학교를 나왔지만,

그들은 삶에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듯이 살아가더라고.


그들이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알고 있고,

그들은 절대 배움을 멈추지 않았어."


여타 자라온 문화처럼 언제나 무언가를 쫓아간 샐리는

마침내 쫓아온 무언가에 도착하면 새로 생기는 다른 단계를 발견한다.


"만난 배낭여행자를 통해 내 삶을 바라봤어.

그들의 삶을 따라 변화하는 과정에서 난 매우 행복했어.

언제나 내 안의 평화를 마주하는 느낌인 거야."


언제나 무언가를 쫓아온 샐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는다.

그리고 말한다.


"나는 여행할 때 행복해. 사람들의 손길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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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라파즈 거리를 걸으며


우린 낄리낄리 전망대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며 조금씩 탁 트인 전망대가 드러난다.

라파즈를 이루는 수많은 노란빛이 보인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언덕 위의 집과

비싼 언덕 아래의 집은 모두 동일하게 노란빛을 발현한다.

낄리낄리 전망대를 둥그렇게 감싸는 수많은 집들은

라파즈의 빈부격차를 여실히 드러낸다.

우린 노란빛을 배경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샐리는 말한다.


"여행은 특권이야.

모두가 우리처럼 여행할 수 있지 않으니까."


그는 베트남에서 만난 이를 덧붙인다.


"내가 만났던 베트남 남자는 나를 보고 '외국인을 처음 봐!'라고 말했어.

그는 자기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가고 싶다 말했어.

엔지니어인 그는 나한테 말했지.

'샐리, 너는 정말 행운아야. 이렇게 여행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야.'


우리가 서양인 부자가 아니어도,

이렇게 여행하고, 비용을 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는 건 참 행운이야."



"그 주제에 대해 나도 여러 차례 생각을 했었어.

동남아시아와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특히 더 생각했지.

한편으로 회의감이 들기도 했어.

다른 이와의 비교를 통해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게 옳을까라는 회의감 말이야."



"너의 말이 맞아. 우리가 삶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지.

그렇지만, 내가 행운이라고 말한 건,

우리는 세상을 볼 기회가 있잖아.

그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어.

그들은 비자를 비롯해 여행을 위해서 투쟁해야 해.


여행은 특권이야."


20240213_195400.jpg?type=w773 낄리낄리 전망대 전경


우린 전망대 가장자리에 앉아 노란빛의 향연을 바라본다.

각자 자신만의 꿈으로 세계를 여행하는 대만인과 한국인은

볼리비아 수도의 야경을 함께 바라보며 우주를 공유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봉사하는 것을 오랜 꿈으로 갖고 있던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룬 순간을 발랄한 목소리로 여전히 들뜨게 이야기한다.

매우 만족하고, 꿈을 이룬 행복을 느끼며 여전히 남아공에 가고 싶지만,

봉사를 하며 그는 깨달은 점을 말한다.


"그곳의 생활을 좋아했지만, 내가 원하는 생활방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

거기서 일하는데 언제나 항상 좋은 일만 있지 않았어. 예를 들어 이 구역에서 저 구역으로 사자를 옮겨야 하는 게 위험할 수도 있었지.


만약 네가 직접 느끼고, 보지 못했다면, 너는 그걸 영원히 모를 거야. 그 꿈은 너를 계속 잡아먹을 거야."


그는 이어 말한다.


삶의 이유는 매 순간 바뀌는 법이야.

지금 이 순간의 이유는,
삶이 내게 주는 경험을 즐기기 위해서야.
나는 모든 감정을 느끼고, 다른 것들을 포용하려고 노력해.
내가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생각되면, 하려고 노력하지.
내가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더 낫잖아.(웃음)


"때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판단하는 내 모습을 봤어.

섣부르게 판단하고 싶지 않기에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어느새 내 생각과 의견이 사라지는 거야(웃음)"


"나도 정말 공감해.

상대방과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나만의 생각이 사라지는 느낌!"


우린 동일한 생각으로 삶을 대하고,

더 나은 삶의 태도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모순에 대해 각자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서로 각자의 삶에서 답을 내리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톡톡 튀는 에너지와 햇살이 되어주는 샐리의 이야기는

내가 거치고 있는 삶과 같은 파노라마가 펼쳐지면서

우린 서로의 필름을 교체해 함께 웃음을 나누고 고민을 함께한다.


우린 한창 서로가 보낸 여행이야기를 나눈다.

잊지 못할 정도로 압도된 자연 앞에 서있던 순간,

위험하지 않더라도 성적으로 불쾌했던 순간,

여행하며 겪은 힘들었던 순간까지.


칠레에서 도난당한 이야기를 전하는 내게 샐리는 말한다.


“너는 정말 좋은 여행을 하고 있구나.

비록 나쁜 일이 생겼더라도,

너의 여행은 정말 좋은 여행이야.”


“맞아.

사실 모든 것에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

여전히 도난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 찾고 있지만, 그 만한 이유가 있겠지.

나중에라도 그 이유를 알 거겠지."



"여행 가기 전에 본 영화가 있어.

주인공은 벤(van)을 빌려서 미국을 여행했어.

강이 흐르는 곳에서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말했지.

나도 여행을 하며 그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물론 여행하면서 마주한 아름다운 순간이 많지.

그렇지만, 지금은

'세상이 정말 아름답구나.

앞으로 더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다!'라고 생각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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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나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 여행가들을 보면서 영향을 받았지.

바에서 만난 남자는 나에게 말했어.

“와! 여행이라니! 정말 멋진 삶이다!”

그한테 말했지. “그거 알아? 나는 멋진 삶이 아니어서 여행을 시작한 거야.

많은 이들이 정말 멋진 삶을 살고 있어.

그들은 삶을 살고 있는 거야. 박스 안에서 사는 게 아니라."


샐리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낄 리 낄 리 전망대의 불빛을 바라본다.

반짝이는 빛은 내게 말한다.


우린 어떤 형태의 사람이든지 간에

언제든지 우린 우리가 살고 싶은 형태의 삶을 살 가능성이 있다.

삶을 살기 위해 여행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고 싶은 방식으로 삶을 사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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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해 조언해 달라는 나에게 그는 말한다.


"무언가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마.

그냥 느끼고 경험해. 너의 심장이 향하는 우주를 향해 질주하는 거야.


말의 의미는, 너의 목표에 가기 위해 세계의 틀을 깨라는 말이야."


그 말은 눈앞에 펼쳐진 전망대의 노란빛과 함께 반짝이며

내 마음속에 깊숙이 박히고,

여행이 끝나고서도 마음에 노란빛이 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덧붙여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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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정말 어리고 용감한 사람이야.

지금 있는 그대로의 너를 잊지 마. (Don’t forget the way you are)


너의 눈 안에는 빛이 있어.

근데 그거 알아?

일부 사람들은 네가 가진 빛을 뺏으려고 할 거야.

짓이기려고 하겠지.

각종 조언과 이야기로 너를 변화시키려고 할 거야.

그렇지만, 그들이 네 눈 안에 있는 그 빛을 뺏어가게 두지 마."


그가 말한 불빛이 실재하든 아니든

샐리가 내게 말한 그 순간만큼은

전망대를 둘러싼 모든 노란 불빛이 내 안에 있었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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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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