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강하게 하는 것

페루 이카에서 만난 아우구스토

by 여행가 데이지

여행의 끝이 보인다.

한국행 비행기가 예정된 리마(Lima).

리마로 가기 전

와카치나를 품은 마을, 이카로 향한다.


와카치나는 사막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 마을이다.

모래 언덕이 펼쳐진 채로 관광객들은 샌드 보딩을 즐긴다.


마지막 도시로 향하기 전,

와카치나에 들리기 위해 근처 도시인 이카를 찾는다.

사막 마을인 만큼 건조하고 온화한 기후가 느껴진다.

이카의 호스트 아우구스토는 더위에 웃통을 벗은 채로 나를 맞이한다.


간단하게 아침을 조리하고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우린 이야기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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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 호스트 아우구스토와 함께


올해 36살인 아우구스토는

16살 때 수도 리마로 홀로 떠났다.

부모님도 사이가 좋지 않던 그는

리마에서 구한 프린트 가게 업무로 하루 종일 일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릴 적부터 시작한 일을 그에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 과정 속 주위의 제안으로 패러글라이딩을 접하게 되었고,

그는 하늘을 날으며 큰 쾌감을 느꼈다.


"날고 있으면 "이 순간 아무것도 필요 없다" 느낌을 받아. 죽음에 두려움이 없는 순간 말이야."


어릴 적부터 하늘을 날고 싶었던 그는

와카치나 사막에서 패러글라이딩과 사막투어로

관광업계에서 일을 이어간다.


"내가 이집트에서 스킨 스쿠버를 배웠을 때,

강사는 물이 더 이상 지겹다고 말하곤 했어.

너는 하늘을 나는 게 지겹지는 않았어?"


"있잖아, 네가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어도 때로 그 사람이 싫어지곤 하지. 하늘을 나는 것도 마찬가지야.

그럼에도 내가 나는 이유는 날지 않을 때 느끼는 지루함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야."


그는 하늘을 날기 위해서 많은 시간 훈련하며 배운

강한 정신력을 말한다.


"내가 하고 있는 직업이 쉽지 않아. 많은 이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지."


그는 정신력으로 얻은

자기 절제를 동력으로 삶을 살아간다.

자기 절제는 자신을 향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20240222_150059.jpg?type=w773 아우구스토 집 창문 풍경


"동기(motivation)와 절제(discipline)는 다르지.

동기는 누구나 다 가질 수 있지만,

절제는 누구나 갖지 못하기 때문이야.

동기는 때로 위험해."


"왜?"


"동기가 사라지면,

다시 생길 때까지 기다리잖아.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지."


그는 강인한 자기 절제로 삶을 풍부하게 한다.

절제는 이내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오늘 할 일을 다 마무리하면

자기 전에 스스로에게 만족하겠지.

그때의 감정은, 내가 느끼는 어떤 감정보다도 기쁜 감정이야."


내가 나를 통제하고 있을 때 느끼는 행복감.

흔히 자기 효능감이라 불리는 이 감정은

아우구스토 생활을 탄탄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는 행복이란 영적 지도자(spiritual motivator)라고 말한다.

그는 부지런한 삶의 뿌듯함으로 행복을 발견한다.


"40-50살이 되어서도 파트너를 찾고

뱃살로 맥주를 마시는 삶을 상상하는 것도 싫었어."


꾸준히 이어져온 운동은 그에게 새로운 꿈을 만든다.

튼튼한 몸에 대한 바람으로 그는 보디빌더를 꿈꾼다.


"내 예술에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몸이야.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기 위해서지."


밥그릇이 다 비워질 때까지

우린 사람과 철학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아우구스토가 가진 삶과 깨달음에 공감으로 끄덕인다.

아우구스토 집의 커다란 창문 너머 사막 냄새가 풍겨온다.

그는 이어 말한다.


"내가 마음속에 간직하는 말이 있어.

이 세상에서 너 자신을 만족스러워하는 두 명의 사람이 있다. 8살의 너 자신. 그리고, 80살의 너 자신.

이걸 기억해. 앞에 있는 너의 어린아이가 "지금의 너 모습처럼 되고 싶어!"라고 말하는지,

너는 알고 있어. 너의 어린아이가 어떤 모습의 너를 원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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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토가 하는 사막 투어를 하러 가는 길


그는 오늘 사막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며

무료로 자기 투어에 나를 초대한다.


그가 투어 준비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따라간다.

사막 운전을 위해 자동차 정비소에 가는 길에도

수없이 질문하고, 궁금해하는 내게 그는 말한다.


"너는 정말 많은 질문을 하는구나.

21살로 여러 곳을 탐험하고 경험하고 싶어 하지만,

30살이 되면 조금씩 동기를 잃게 될 거야


30살이 되면서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어.

조금씩 무언가에 흥미를 잃게 된 나를 발견했지.


그건 단지 우리 몸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냥 네 몸 안에 무언가가 발생하는 거야."


"나는 아직 느끼지 않았어."


"그렇지. 조금씩 느끼게 될 거야.

무언가 심리적 변화 말이야.


너는 40-50살이 되면 더더욱 느끼겠지.

그래서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화내고,

점점 더 불평하는 거야."


"나도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들의 꿈을 잃고

어린 시절을 잃고 흥미를 잃는 사람들을 봤어.

그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늙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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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투어를 하기 위해 지나는 마을에서


그는 내 말에 동의하며 덧붙인다.


"나도 어느덧 30살이 되었잖아.

내 주위 집단들이 행복을 어떻게 갖는지 보지.

내 나이대 커뮤니티에서 꿈꾸는 행복은 전혀 달라.

그 나이대 그들은 클래식한 것들의 생각하지.


나는 아니야.

나는 30년 정도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어."


몸 안에 히피 문화가 가득한 그는

한때 비건도 실천했다.

또한 이십 대 시절, 파티와 여자로 보낸 시간을 떠올린다.


"내가 이걸 60살이 되어도 계속한다고 생각하니 문득 싫더라고.

내 에너지는 이십 대와 완전히 다를 거야.


클럽에서 누군가와 만난 뒤 함께 돌아오는 일이 멋지긴 하지만,

주위 환경이 달라지는데 내 마음에 있는 것만 쫓는다면,

그건 나를 파괴시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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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치나 사막의 오아시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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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투어를 준비하며

황갈색 모래 언덕을 바라보며

이카 사막이 품은 보물을 담는다.

다른 관광객을 싣고 능숙하게 사막을 운전하는 아우구스토.


그의 운전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사구의 아찔함을 느끼고

이카 사막 샌드 보딩을 하며 사막이 주는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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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마친 저녁,

이카를 떠나기 전 우린 함께 이카 시내를 구경한다.


페루 길거리 음식을 먹고,

이카 중심 광장을 거닐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나에게 줄곧 꿈을 좇아 한계에 도전하라고 말한다.


"행복은 언제나 있는 게 아니야.


삶은 업에 다운(up and down)이야.

네가 업(up)에 있을 때 누구도 너 옆에 있지 않을 거야.

네가 무언가 너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고 만족스러울 때도

누구도 너 옆에 있지 못할 거야."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어려운 순간이 지나면 좋은 일이 오기도 하고,

행복한 순간이 끝나면 어려운 시기가 올 수 있다


내가 굳게 믿는 총량의 법칙.

삶의 비밀을 페루의 한 청년에게서 듣는 이 순간에

조용히 감사를 느낀다.

그는 자기 삶을 바탕으로

내게 삶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방출한다.


"데이지, 다 너에게 달렸어.

네가 하고 싶은 거야 많겠지.


너의 꿈, 과 목표를 찾아.

그렇지만 동시에,

시스템을 따르며 그에 따른 자기 절제를 잊지 마."


그는 강제가 주는 자유로움을 말한다.


스스로의 절제를 통한 자유,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자유,

그로 인해 생긴 자신감,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그는 내게 알려주고,

그의 삶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의 말에 백번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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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유는
계속해서 내가 사랑하는 것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야.

왜냐면 그것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나 자신을 강하게 해 주거든.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강해지는 거야.

나는 계속해서 이 삶을 즐기고 싶어.


자기 절제가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그 속에서 내가 성장하고,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에서 큰 쾌감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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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 시내를 구경하며


"데이지, 너는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고,

네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걸 먹고,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겠지만,

너는 동시에 슬픔을 느끼기도 하지."

"그렇지. 이게 삶이니까."


"그래. 그게 삶이야.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나는 여기 있어.

그게 삶이야.

질병, 슬픔, 고독 등등 모든 게 삶이야."


"맞아. 우린 단지 모든 상황에서도

그걸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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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에서의 마지막 밤


새벽 2시. 이른 새벽에 일어나 아우구스토와 작별 인사한다. 아우구스토는 늦은 새벽임에도 부스스 일어나서 나를 배웅한다.


"데이지, 단지 건강해지려고 해. 네가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고,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


이카에서 오래 남을 철학적 대화를 끝으로 첫 번째 세계 일주의 마지막 도시, 리마로 향한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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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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