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은 왜 위험할 때 쓰일까
우리는 학습[學習]을 통해 분야에 대한 지식[知識]을 습득하고 경험을 통해 통달[通達]한다.
아는 것과 배운 것은 다르다.
무지[無知]: 아는 것이 없음.
무식[無識]: 배우지 않은 데다 보고 듣지 못하여 아는 것이 없음
한 분야의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에 대하여 비 전문가에 비해 학습을 통한 깊이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하여,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배운 식[識] 보다는 자연스럽게 습득한 지[知]인 경우가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보통 빨간색은 주의를 요하는 위험한 곳에 빨간색을 많이 사용한다. 미술계통이 아닌 사람이어도 빨간색이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왜 빨간색이 위험한 곳에 사용되는지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순히 잘 보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知],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빛의 파방 범위는 가시광선으로, 빨간색은 가시광선 중 가장 긴 파장(625~750nm)을 갖고 있다. 색상 감지 세포중 장파장[long wavelength, 長波長] 인지 세포가 가장 많아 빨간색의 인지율이 높다. 또한 가장 낮은 굴절율(1.33)으로 산란되는 빛의 양이 가시광선 중 가장 작기 때문에 모든 색상 중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빨간색은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음으로 위험한 곳에 사용한다. 라는 것은 식[識]을 통해 습득해야만 알게 되는 사실이다.
왜 지식이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남을 설득시켜야 하는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설득은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따르게 하는 행위이다. 설득의 기반이 탄탄해야 설득이 쉬워진다. 단순히 '내가 전문가이니 내 말을 들어'라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그렇게 된다면 실력유무에 상관없이 단순히 높은 경력과 연차를 가진 사람의 말 만을 들어야 할 것이다. 지식은 설득의 기반이 되는 힘이다. 그 힘이 깊고 클수록 폭풍처럼 닥쳐오는 문제들에 버틸 수 있게 된다.
그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지식이 있어야 할까?
배움에 있어 정확하게 수치화를 할 순 없지만 회사 혹은 타인이 자신의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요구하는 능력만큼은 따라와야 한다 생각한다. 인간의 뇌와 수명엔 한계가 있고, 한 분야에 관해 공부하더라도 그 방대한 양을 모두 습득하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즉 효율적인 지식의 습득을 통해 발전해나가야 한다.
왜 빨간색을 위험할 때 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의 깊이는 같은 교수님이 질문하더라도 대학교 교양수업 때 '비전공자 학사과정 학생에게 내준 교양 과제'의 원하는 답의 수준과 '전공 석사과정의 학생의 연구 논문 주제'의 원하는 답의 수준은 다르다.
또한 같은 디자이너여도 회사 실무에서 빨간색을 사용하고자 다른 이를 설득할 때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는 색상이며, 다른 기업들의 사례들을 보여주는 정도'라면 설득이 가능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사회문제들이 얽혀있는 '국제사회의 위험색상 규격'을 정하는데 초빙되었다면 '인간의 시세포 중 색을 감지하는 세포는 L 원추세포(ρ세포), M 원추세포(Г세포), S 원추세포(β세포)로 나뉜다. L 원추세포(ρ세포)의 비율이 가장 높으며, 장파장 감지 세포로 파장이 가장 긴 빨간색(625~750nm)을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다.'와 같은 더 전문적인 내용을 통해 설득할 것이다. 즉 전문가로서의 지식수준은 상대방이 내게 상식선에서 요구하는 정도가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이라 생각한다.
지혜와 자만
학구열이 과해 상대적으로 많은 지식을 습득한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자만이다. 아무리 많은 공부를 통해 해당 분야에 대해 다른 이들보다 지식이 많다 하여도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잣대로 남들을 눌러서는 안 된다. 그보다 더 높은 깊이의 사람들이 많으며, 그러한 방식은 소통에 있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디자인에 대해 최고라 떠들어봐도 도널드 노먼, 디터 람스, 빅터 파파넥, 하라 켄야와 같은 대가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항상 배움에 대해 열망하고,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
대학생, 신입사원, 주니어, 시니어, 리더의 지식의 깊이는 달라야 한다.
연차가 쌓인다고 실력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늙은 이를 노인이라 부르며, 사회 경험을 통해 성숙해진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 부른다. 우리는 17년 차 신입사원이 아닌, 17년 차 리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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