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과 주의해야 할 점
최근 들어 많은 앱서비스에서 뱃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뱃지 시스템은 사용자가 특정 활동을 수행하거나 목표를 달성할 때 인정과 보상의 형태로 제공하게 됩니다. 이러한 뱃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흥미와 재미를 주며 자연스러운 사용자의 앱 활성화를 높이며 사용자 충성도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용자 스스로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소셜 미디어 공유를 통해 앱의 인지도를 높이는 등 UX, BX 뿐만 아니라 마케팅적인 면에 있어서 앱의 브랜드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뱃지 콘텐츠를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는데, 토스증권의 뱃지 시스템에서 몇 가지 문제점들이 보여집니다. 아래 3가지의 뱃지 신데렐라, 주식 고수, 자산가에서 보여지는 문제점을 혹시 찾으셨나요?
명확하지 않은 기준 설정
뱃지를 획득하기 위한 기준은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사용자가 무엇을 해야 뱃지를 받을 수 있는지 모호하면, 동기 부여보다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신데렐라 뱃지의 경우 달성 조건은 '밤 12시 정각에 주식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증권시장의 정규 시장 거래시간은 09:00 ~ 15:30까지 입니다. 장 시작 전이나 종료 후에 열리는 시간 외 시장도 있지만, 밤 12시 정각에 거래는 불가능합니다. 해당 시간에 거래가 가능한 것은 해외 주식인데, 토스 증권에서 밤 12시 정각에 구매할 수 있는 해외주식은 미국 주식뿐입니다.
주식 거래를 많이 해본 경험이 있는 사용자라면 밤 12시에 구매할 수 있는 주식은 해외주식이고,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미국 주식만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주식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처음 주식을 접하는 사용자라면 헷갈릴 수 있습니다. 경험에 따라 이해도가 다를 수 있는 경우 경우보다 처음 접하는 사용자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안내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해외 증시가 아닌 미국 주식을 구매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밤 12시라는 허들을 만들기보단 다양한 사용자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여 시간 제한없이 미국 주식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건을 바꾼다면 사용자로 하여금 허들도 낮추고,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as-is
조건: 밤 12시 정각에 주식을 구매해 보세요.
목적: 사용자의 미국 주식 구매
조건인식 단계
1. 밤 12시 정각에 구매해야 한다.
2. 밤 12시에는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3. 해외 주식 중 미국 주식을 지원한다.
4. 밤 12시에 미국 주식을 구매해야 한다.
조건달성 요건: 12시에 미국 주식 구매
to-be
조건: 미국 주식을 구매해 보세요.
목적: 사용자의 미국 주식 구매
조건인식 단계
1. 미국 주식을 구매해야 한다.
조건달성 요건: 미국 주식 구매
명확하지 않은 기준 설정 및 형평성
주식고수의 달성 조건은 '실현 손익금 상위 5%'입니다. 이 상위 5%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위의 신데렐라와 동일하게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입니다. 상위 5%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추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앞선 신데렐라의 경우 미국 주식을 구매하면 되겠구나 라는 달성할 수 있는 조건값이 얼추 유추가 가능하지만, 상위 5%라는 것은 그 금액이 수치상으로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명확한 달성 조건금액을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더 큰 두 번째 문제가 존재합니다. 실현 손익금이라는 것은 소위 말하는 시드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조건입니다. 100만 원을 투자한 사람은 100% 수익률을 달성해야 100만 원의 수익금이 생기지만, 1억을 투자한 사람은 1% 수익률만 달성해도 100만 원의 수익이 생겨나게 됩니다. 즉 이는 모든 사용자가 뱃지를 획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만듭니다. 특정 사용자 그룹에게만 유리하게 설정되는 것은 불공정한 경험을 조성하고, 획득 가능성이 낮은 사용자들은 동기 부여를 받기 어렵게 됩니다. 이에 따라 소외감이나 불공평함을 느끼게 된 사용자는 만족도와 충성도 감소로 이어져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너무 높은 허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흥미를 잃게 만듭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적은 금액의 수익을 목표로 설정하게 된다면 공정성을 높이고, 낮은 허들로 많은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게 됩니다.
as-is
조건달성 요건: 실현 손익금 상위 5%가 되어보세요.
조건 난이도: 매우 높음
to-be
조건달성 요건: 손익금 10만 원 달성
조건 난이도: 낮음
형평성
자산가 역시 형평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자산가의 경우 달성 조건은 '5천만 원 이상의 예탁금'입니다. 2021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체 투자자 중 투자 금액이 5,000만 원 미만인 투자자의 비율은 82%에 달합니다. 즉 자산 상위 20% 미만을 위한 뱃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특정 사용자 그룹에게만 유리하게 설정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에 있어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뱃지 시스템은 이로 인해 명확한 수익 증가를 기대하기보단 사용자에게 재미와 성취감을 제공하며 그로 인한 앱 서비스의 충성도 강조에 목적을 두는 가벼운 콘텐츠입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설계할 때 있어 오히려 악영향이 갈 수 있는 경험들을 조성한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뱃지나 보상 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모든 사용자가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당 뱃지를 얻을 수 있는 사용자 그룹은 어떤 대상일지, 그 사용자들만 달성할 수 있게 한다면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지를 고려하면서 뱃지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사용자에게 보다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달성 조건을 쉽게 만들어서 모든 유저들이 금방 달성하여 흥미가 식게 되면 휘발성 콘텐츠가 되어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달성 조건이 어려운 뱃지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그 기준은 명확하고, 합리적이며, 모든 사용자가 도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설정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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