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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Apr 03. 2020

제주4.3의 과거와 미래

제주4.3을 상징하는 숫자 72와 21


제주4.3을 상징하는 두 개의 숫자가 있다.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72이다. 올해는 제주4.3 72주년이다. 그렇다면 21은 무엇일까? 제주4.3특별법 제정 21주년이다. 제주4.3의 사회적 나이는 21세이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나이를 먹는다. 1948년부터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침묵의 시간이었다. 사람으로 친다면 제주4.3은 72세 노인일 수도 있고, 21세 대학생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72라는 관점에서 머물렀다면 이제부터는 21의 관점도 돌아볼 때가 되었다. 


제주4.3은 젊다. 다만 나이가 든 것은 제주4.3을 다루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들과 제주4.3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 어린이들은 제주4.3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주4.3은 인간의 보편성이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통 방법만 잘 설계하면 어린이들과도 제주4.3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JIBS 라디오 김민경의 나우 제주에 출연해 제주4.3의 미래를 말하다



JIBS 라디오 김민경의 나우제주에 출연했다. 문화중개소에서 4월 25일 시작하는 <4.3없는 4.3그림책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고, 제주4.3 72주년을 맞이해 초청을 받은 것이다. 나는 거기서 제주4.3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아직은 실현되지 않은 상상 속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상상에 머물 것인지, 현실이 될 것인지는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린이들이 어른이 될 즈음 제주도는 '세계 인권 수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제주4.3만큼 지구적 차원에서 인권을 이야기할 만한 사건은 별로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는 이미 많은 이야기와 작품으로 표현되었지만 제주4.3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만약 제주가 세계 인권 수도가 되면 제주의 아이들은 전 세계의 인권 침해 현장에 달려가 일을 할 수도 있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도 있다. <4.3없는 4.3 그림책 수업>은 제주4.3의 미래를 준비하는 나의 첫 번째 발걸음이다. 


제주4.3 역시 제주의 주요한 문화 산업이 될 수 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나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는 작품은 제주의 어린이들에 의해서 완성될 것이다. 제주4.3이 주요한 문화 산업이 된다면 제주의 먹거리를 담당할 수도 있다. 제주4.3은 단지 우리가 의무적으로 기억해야 할 주제가 아니라, 미래의 제주 아니 대한민국을 먹고살릴 중요한 문화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제주4.3이 과거적 시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이란 무엇일까? 이것은 과거적 메시지인가, 미래적 메시지인가? 나는 '제주4.3의 완전한 시작'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1960년 국회 4.3양민학살 진상조사 이야기를 꺼냈다. 단 하루만 조사한 졸속 이벤트였지만 그나마 1961년 군사정변으로 제주4.3은 다시 약 40년간 침묵의 늪으로 빠져들고 만다. 제주4.3 연구자들은 민주주의의 역량이 제주4.3의 미래와 인권의 진전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좌익폭동', '공산주의 세력의 무장반란'이라는 공공연한 주장이 선거 공간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은 앞으로 정권 상황에서 따라서 제주4.3이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예고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처럼 제주4.3특별법 폐지론이 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 제주4.3특별법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 찾아오면 4.3유족과 제주도 사람들은 다시 커다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집에서의 민주주의,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직장 내 민주주의..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맑은 공기처럼 민주주의가 가득해야만 제주4.3이 주요 문화산업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세계 인권 수도의 꿈도 커질 수 있다. 


검색창에 '문화중개소'를 치면 홈페이지에서 <4.3없는 4.3그림책> 수업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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