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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Apr 13. 2020

초록은 초심이다

자연이 초심을 보고자 할 때

백목련이 꽃필 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다.

과사무실쪽에는 울창한 나무가 있지만

조그맣고 꽃도 다 떨어진 백목련 나무에 눈길이 가는 건

네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닮아서야.


캠퍼스는 마치 방학처럼 한산하고

가끔 차들만 몇 대 지나갈 뿐

꽃이 떨어지고 초록색 이파리만 남은 너의 모습은

자연의 초심이야


자연은 말도 없고 혼자 그렇게 있는 것이지만

자연이 막상 초심을 보고자 한다면

인간은 비켜줄 수밖에 도리가 없다.


자연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도구를 통해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며

초심을 찾겠다고 나섰던 것 아닐까


자연을 고문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은

딱 자연이 눈감아 주는 동안만 가능할 뿐

초심은 무섭다

자연의 초심은 더 무섭다


인간의 초심이란 자연 앞에 벌벌 떨던

원시인의 웅크린 몸

자연이 그것을 보고자 한다면

나는 원시인처럼 몸을 웅크려

두려워하고 또 두려워할 뿐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비온 다음이라 그런지 하늘은 참 맑기도 하다.

이게 너의 진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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