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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Dec 17. 2017

알고보면 육아에 큰 도움되는 31권의 인문고전(下)

17 파리대왕


어른이 없는 아이들만의 세계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왜곡된 권력구조 문제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가 설마' 하고 생각하는 건 우리 이이가 인간이 아니라 신이나 천사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위험하죠. 아이들만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무너뜨리려고 전혀 다른 결론을 가진 작품들이 경쟁했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죠.


18. 레 미제라블


두 번의 도전만에 완독한 매우 긴 소설입니다. 하지만 30대 후반에라도 완독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빅또르 위고는 국민 시인입니다. 농익은 시적 표현과 여느 철학자에 밀리지 않는 성찰과 사회참여적 열정을 보여주는 뜨거운 작품이죠. 아이와 정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부모의 머리와 가슴을 맑게 해줄 것입니다. 그 싸움의 의미를 재정의해줄 것입니다.


19. 맹자


맹자는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맹자는 군주와 관리 등 지도자의 허위를 날카롭게 비판했기 때문에 읽는 부모는 좌불안석이 될 것입니다. 여민동락이라는 말처럼 백성들에 대한 애정은 깊죠. 백성을 아이로 보고 지도자를 부모로 놓고 읽으면 매우 통찰력 있는 육아서가 되죠. 다만 읽다가 잔망스러운 마음에 집어던지지 않도록 인내심을 발휘해주세요. 한무제는 침실에 맹자 초상화를 걸어두고 날마다 활로 쏘았다고 합니다


20. 논어


논어는 기풍 있는 운문이며 어머니와 자상한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맹자처럼 한마디를 읽고 번쩍 떠오르는 게 아니라 곱씹어야 하는 구절이 많으니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공자는 청소년의 대변인, 자식의 대변인 같은 면모가 있습니다. "아이들 무시하지 마라. 그들이 4~50세가 되었을 때 부모만 못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4~50에 이르도록 이름 하나 알리지 못한 어른이야말로 부끄러운 것 아닌가?" 이런 말들이 꽤 많아요.



21. 증여론


선물과 물건에 대한 인류의 오래된 습성을 연구한 책이며 사회학자들이 크게 빚을 진 책입니다. 물건 다루는 방법에 대한 좋은 습관을 아이에게 선물하려면 살펴보세요. 물건에 대한 예의, 물건에 대한 감수성. 이 문제가 요즘 제 골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물건에 대한 좋은 습관만 아이 몸에 배어도 참 좋을 것 같아요. 같은 고민이 있는 부모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겠네요.



22. 미디어의 이해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지구적 네트워크와 전기장치, 즉 지금의 스마트폰을 염두에 두며 전개한 놀라운 책입니다. 마셜 맥루헌이 영문학자라는 사실이 어떤 분에게는 축복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체가 퍽 문학적이거든요. 스마트폰은 아이의 중추신경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의 몸과 마음의 어느 부분을 소리 없이 절단하고 있다는 진단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 전체 과정을 이해한다면 스마트폰 쓰는 문제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겠죠?


23. 손자병법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전쟁을 해야 하는지는 키워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은 마치 필요악처럼 아이와 부모의 성장에 필수적이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기나긴 소모전이죠. 소모전만 줄여도 할 만할 것 같습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보다 훨씬 깊이 있는 손자병법에서 전쟁에 대한 이해를 하고 나서 아이와의 싸움에 기꺼이 응전하십시오. 전쟁은 국가의 큰일이라면 가정의 큰일이 될 수도 있고, 전쟁의 최후 목표가 생존이라면 아이와의 관계도 죽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와의 전쟁을 피하지 않고 이해하고 응전하려면 손자에게 배워야 할 게 있습니다


24. 팡세


신이 한물 갔다고 모두 외쳤을 때, 이성이 인간정신을 압도했던 근대에 용감하게 인간의 신성을 지켰던 것은 파스칼입니다. 계산기를 고안할 정도로 인간 이성을 대표했던 파스칼이 역설적으로 이성의 한계를 역설한 책이 바로 《팡세》입니다. 아이에게 이성을 앞세우는 부모, 이성만 가지고는 아이와 소통하기 힘들다고 느낀 부모라면 파스칼의 인간 연구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를.


25. 주역 계사전


동양경전의 최고봉인 주역을 읽고 육아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주역은 어렵습니다. 주역계사전은 주역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이므로 음미할 만합니다. 주역만큼 어렵지도 않다는 게 장점이죠.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움직임에서 번민이 생기죠. 아이를 업고 응급실로 뛰어가신 부모님들은 이 말뜻을 아시죠? 이 책을 읽는 까닭은 아이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긍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만큼 큰 죄는 없죠.


26.앵무새 죽이기


인권은 인간의 고귀한 가치입니다. 그래서 전달도 더 어렵죠. 부모 스스로도 인권 감수성이 한없이 부족하니까요. 공자보다 더 훌륭한 현자가 아주 쉬운 말로 설명하더라도 《앵무새 죽이기》를 읽은 만큼은 아닐 것입니다. 인종차별이 극에 달했던 시대, 미국에서도 인종차병 가장 심했던 미국 남부 앨리버마 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저절로 인권 개념이 싹트는 보석 같은 고전 소설입니다.


27. 니코마코스 윤리학


왜 사나요? 행복하기 위해 살죠.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나요? 좋은 삶을 살면 됩니다. 좋은 삶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나요? 실천적 지혜를 얻으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은 쉽고 명쾌하고 경험적입니다. 육아를 하나의 철학이라고 한다면 역시 경험 철학일 것입니다. 영국 경험론도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뿌리를 두고 있죠. 니코마코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들 이름이니, '아들에게 들려주는 잘 사는 법'이라는 뜻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아이를 위한 서양 최고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서양철학 전체를 검토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읽기 쉽고 말의 뜻이 깊은 철학 중의 하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일 것입니다. 그리고 철학의 으뜸은 정치철학과 윤리학입니다. 


28. 춘추좌전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 곧 자신을 지배하는 시대와 사회통념을 극복하고 예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외쳤습니다. 동양정신의 요체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도 어렵고 익히기 어려운 것은 바로 '예'일 것입니다. 춘추좌전은 예의를 핵심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예의는 죽고 살고 살아남고 망하는 일의 기본"이라는 말만 들어도 느낌이 확 들어옵니다. 춘추시대 말기 전국시대로 넘어가기 전 휴머니즘이 아직 남아 있을 때 가치를 잃지 않으려고 애썼던 사람들의 이야기죠. 우리 시대는 마치 전국시대처럼 피도 눈물도 없기에 《춘추좌전》의 이야기가 사치스럽게 들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간학'에 대해서 이처럼 풍부하게 담겨 있는 책은 드뭅니다. 사회성이 점점 강조되는 오늘날 아이들에게 필수 덕목은 '예의'입니다. 예의의 보고인 이 책의 메시지를 경청한다면 우리 아이는 매우 강력한 기술을 보유할 것입니다.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29. 사기열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사마천이 발굴해 호명해주지 않았다면 있는 줄도 몰랐을 꽃 같은 인물들이 즐비한 사기열전. 제가 《사기열전》을 좋아하는 이유죠. 사기는 역사서의 표준이 되었지만 나라의 공식 역사책인 '관찬사서'가 아니라 사마씨 일가에서 펴낸 '사찬사서'입니다. 특히 소신 있게 동료를 변호하다 궁형이라는 참혹한 벌을 받았기에 비판정신이 가득합니다.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전편에 비해 한무제 당대의 인물들을 다룬 후편은 당대의 모순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어서 안타까운 아이를 둔 부모, 아이가 자신의 주장을 잘 하지 못해서 답답한 부모,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지리멸렬하기만 한 아이의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싶은 부모에게 권합니다. 


30. 파우스트


파우스트 박사의 목숨을 건 여행. 하느님의 충실한 하인 메피스토펠레스의 집요한 검증. 과연 파우스트 박사는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까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살다》(生きる: Living , 1952)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콘스탄틴》 (Constantine, 2005)을 보면 《파우스트》가 생각나요. 지금도 많은 문학작품과 영화, 연극에 영감을 주고 있죠. 저는 '사교육 고민'과 관련해서 읽었습니다. 누구나 사교육을 시키니까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사교육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의존하면 위험하죠. 파우스트 박사는 위험하지만 용감한 결단으로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하고 결국 승리하죠. 아이를 교육시킨다는 건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도망치지도 않고 무시하지도 않고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지혜와 용기를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3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저는 사마천의 《사기열전》과 플루타르코스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비교하면서 음미했습니다. 어떤 게 더 재밌는지, 공통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스 문학 번역의 대가인 故 이윤기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좌절의 이야기"라고 했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좌절에 빠집니다. 어떻게 좌절에 빠지게 되었고, 좌절로부터 어떻게 이겨냈는지 따라가다 보면 인생이란 무엇인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죠. 저는 평전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맹자의 말처럼 "뜻밖의 영예를 누리는 경우도 있지만, 완벽을 추구하고 쉼없이 준비한 끝이 최악의 결과를 내는 경우"도 있죠. 이것이 인생입니다. 아이에게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위 책들은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에 담겨 있는 31권의 인문고전 중에서 15권을 소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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