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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Jan 01. 2018

문제는 쓰기가 아니라 '읽기'야!






저도 책을 참 좋아하지만, 이제서야 기록의 필요성이 임계점을 넘었나봐요


메모 독서와 데이터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고 나서 책을 사랑하는 한 독자님께서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어떻게 적을까, 어떻게 하여야 나만의 웅덩이가 생길까 고민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취미를 위한 독서라면 더 깊이 들어갈 필요가 없겠지만, 그 이상의 독서를 위해서는 나만의 독서법을 개선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장에서 만난 에비 작가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독서법을 제안하기 위해서 이 글을 씁니다. 작가란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을 읽고 본 것을 글로 번역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독서 방법(메모 독서, 데이터 독서)는 예비 작가, 세상을 제대로 보고 읽기 위한 분을 위한 선물입니다.
  

저는 한때 작가지방생으로 오랫동안 글 쓰기 연습과 습작을 했고 지인들과 동인 활동을 했지만 저의 글을 길러준 것은 읽기였습니다. 쓰기를 백날 연습해도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 끼닭은 자명합니다. 그릇에 쓸 것이 있어야 쓰죠. 쓸 것이 없으면 공허한 껍데기 글밖에 안 남습니다.


반면 책 읽기가 개선되면 세상을 읽는 자기만의 관점이 생깁니다. 세상을 읽을 눈이 있어야, 자기가 본 세상을 본질적으로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쓰기를 위해서는 읽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메일을 보낸 분의 답답함도 읽기의 목마름 때문이었습니다.  



난독증 치료제, 메모 읽기와 데이터 독서


데이터 독서를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엉뚱하게도 난독증 때문입니다. 내가 난독이 있던 것은 오래 전이었지만 최근에야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죠. 책을 읽다가 중요 부분에서 난독을 일으키면 토씨 하나나 조사 하나 어휘 하나에도 전체적 왜곡을 일으킵니다. 오늘 데이터 독서로 바로잡은 난독만 해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은) 인디언들로부터 텍사스를 탈취하면서는 '명백한 운명'이라고 말했다. -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나는 '명백한 문명'으로 난독했어요.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이 아메리카 인디언을 몰살하고 땅을 빼앗는 것은 문명활동이라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책의 원래 뜻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무지하고 무기력하기 때문에 몰락했으니 명백한 운명이라고 한 것이죠. 'ㅇ->ㅁ'의 난독이 주어까지도 바꿔버린 것입니다.


외래문물을 받아들일 때 모든 문명은 원적을 지우지 않고 자기정체성에 따른 독특한 해석과 첨삭을 통해 알맞게 변형시키고 다듬어 토착문화와 짜깁기한다 - 같은 책


이 구절 역시 나는 "원적을 지우고"로 오독했어요. 그 결과 문명을 기형아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논어와 노자의 왜곡이 얼마나 쉽게 일어나는지 배웠기에 사소한 오독이 불러낼 폐해를 알고 나서는 책 읽는 게 무서웠어요. 중요한 구절은 시간을 들여 베껴쓰기하고 엑셀 입력 등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두어 난독을 대부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나의 상상력은 난독에도 양분을 주어 이상한 논리의 가지가 달라붙어 듣도 보도 못한 열매를 틔우기 일쑤이니 무서운 일입니까.


책 제목, 저자, 출간년도, 독서시작~끝
요약을 추가했습니다
순우리말 사전도 따로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어휘 뜻과 예문은 반드시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메모를 하면서 읽으면 대부분의 난독증을 제거할 수 있었지만 데이터 독서를 하면서 완전히 사라졌죠. 여러분이 독서할 때 난독을 안 한다는 걸 보장할 수 있나요? 난독이 제거될 뿐 아니라 자신만의 독법을 세울 수도 있죠. 저는 글쓰기의 출발은 읽기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문장과 비슷한 문장을 쓰는 사람은 작가라고 부르기 어렵겠죠. 작가라면 누구나 자기의 문장을 꿈꿉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독법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독서를 하려면 독서 메모장을 엑셀에 저장해야 합니다. 일단 데이터를 입력하는 건 힘들지만 데이터를 쌓는 재미도 좋고,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논거를 탄탄하게 해주니 제 독서파일은 점점 쌓이고 용량은 커졌습니다. 실제로 데이터 독서를 하면서 저는 저만의 책을 펴낼 수 있었습니다. 저를 작가로 만들어준 독서법이 당신에게는 도움이 될지 궁금하네요.


2018년에는 메모 독서와 데이터 독서로 읽는 방법을 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좋은 책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매거진 메모 독서 20년에 관심을 주시는 분들을 위해 조그만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엑셀에 하는 데이터 독서에 관심이 있거나, 샘플파일을 받고 싶은 분들은 댓글에 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또는 dajak97@hanmail.net 이메일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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