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by 다작이

이거 참 큰일이다. 그 잡기 어려운 도서관의 노트북 전용 좌석을 차지했는데, 오자마자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니 온몸이 으슬으슬해지기 시작했다. 거의 이런 일이 없던 나였다. 그래서인지 글을 쓰는데도 무슨 정신으로 쓰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집중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1년이 다 가도록 감기는커녕 독감 한 번 걸리지 않는 나로선 퍽 이례적인 일이긴 했다. 사실이 그랬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강 체질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감기나 몸살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가 본 게 족히 육칠 년은 되었을 것이다. 그러던 내가 갑자기 한기가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가장 좋은지 모를 리는 없다. 지금이라도 꽁꽁 싸매고 얼른 집으로 가서 감기몸살 약을 먹고 난 뒤에 한 잠 푹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 만약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증상이 감기몸살이라면, 그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동네 병원 원장도 그런 말을 했다. 자기가 의사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감기 따위로 병원까지 올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일단 구체적인 증상도 인지했고, 어떻게 하면 호전되는지도 이미 알고 있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꾸려 도서관을 나서는 것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맡은 자리인데, 하는 생각 때문에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이제 고작 온 지 두 시간 반 정도밖에 안 되었다. 글을 쓰거나 틈틈이 책을 읽다가 시간이 되면 점심도 먹으러 가야 했다. 최소한 폐관 시각인 5시까지는 죽치다 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이 좋은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려니 속이 쓰라렸다. 그렇게 일찍 와놓고는 내내 머리가 띵해서 한 편의 글밖에 쓰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발길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상 증세를 느낀 건 쉴 새 없이 콧물이 흐르는 데에서 시작됐다. 그때 어젯밤에 보일러 가동을 깜빡한 채 잠이 든 게 생각났다. 다행스럽게도 화장실 입구 바로 옆 자리를 차지한지라 타인에게 실수할 만한 민폐는 저지르지 않았지만, 두 시간 반 남짓 하도 코만 닦아대니 코가 문드러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아마 그때부터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지 않았나 싶다. 그러더니 어느새 겨드랑이가 쑤시기 시작했다. 등짝부터 시작해서 허리까지 온몸에 아프지 않은 데가 없는 듯했다.


사실 어제 웨이트를 조금 무리했던 건 맞다. 평소에는 1시간 반 정도 하는데, 어제는 주말을 앞두고 있던 탓에 평소보다 삼십 분 정도 더 운동을 하긴 했다. 정해진 중량을 철저히 사수했고, 세트 당 횟수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꼬박꼬박 채웠다. 부위별로 자극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동작을 수행하며 운동한 탓도 있으리라. 그런데 단순한 근육통이라고 하기엔 심상치 않았다. 근육통으로 온몸이 결릴 수는 있어도 콧물이 흐르거나 머리가 띵한 것은 아무리 해도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이미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 조금 전에 이마를 짚었을 때에는 심지어 열까지 나는 것 같았다.


모든 일은 건강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내기 마련이다. 기본적인 컨디션이 나쁘지 않고 마음도 편안할 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법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자리에서 뭉그적대고 있는 게 참 마뜩지 않다. 조금 더 고민해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겠다. 솔직히 지금 이대로 집으로 가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뿐이다. 설마 감기몸살 정도로 몸져누울 일이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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