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중에 만나기만 하면 서로 언쟁을 벌이는 사람이 두 명 있다. 아주 친한 사이라고 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하고, 지인의 선은 넘어선 관계다. 사실 그 둘은 딱 한 마디로 요약된다. 견원지간, 세상에 그런 개와 원숭이 사이도 없을 테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들 사이에 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극도로 혐오한다. 누가 오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약속을 잡았다면 모를까, 이미 둘 다 나온다는 걸 알고 나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자리를 피하곤 한다.
그 두 사람이 그처럼 다퉈야 할 이유 따위는 없다. 이미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교분을 쌓아온 사이였다. 친밀도만 따져도 꽤 깊은 관계니 같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나까지 포함해서 셋 중에 어느 하나가 정치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든 일이 늘 그런 식이었다. 그렇게 조심하다가도 무심코 누군가가 별 의미 없는 말을 한마디 던져 놓으면 그때부터 그 자리는 전쟁터가 되고 만다. 원래 불구경이나 남의 싸움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가만히 지켜보면 네트 경기에서 서로 랠리를 주고받는 것만큼이나 흥미롭지만, 그것도 내가 기분이 좋을 때의 이야기다. 그렇지 않을 때는 정말이지 내가 왜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만 들뿐이다.
입을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자신을 탓해도 소용이 없다. 화살은 이미 활을 떠났고 어딘가로 날아가 콱 박혀야 될 운명이다. 하긴 식당에 틀어놓은 뉴스를 보다가도 싸움이 일어나고, 옆 자리에 있던 누군가의 얘기를 듣다가도 언쟁이 붙곤 했으니 우리만 말조심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편의상 한 녀석은 A, 다른 하나는 B라고 하겠다. A는 뼛속까지 진보주의자다. 가장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 어쩌면 그 자부심 하나로 '1찍이'라는 B의 비아냥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생각이라고는 없는 너보다는 낫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로 똘똘 뭉친 녀석이다. 이와는 달리 공교롭게도 B는 골수 보수주의자다. 입만 열면 이 어지러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이들은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2찍이'라고 부르는 A와 언제든지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들과는 달리 노란색을 가장 좋아하는 난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그건 마치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어정쩡한 회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나는 안다. 조금은 더 그럴듯한 생각에 손을 들어주는 순간 우리의 이 애매한 관계는 종말을 맞게 되리라는 걸 말이다. 물론 내게도 특정한 현상에 대한 의견은 있지만, 가급적이면 밝히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정치 이슈만 나오면 서로 으르렁대는 두 사람이 유일하게 일치하는 생각이 있다.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전과자로 낙인찍는 것도 모자라 재판을 강요한다며 A는 주장한다. 죄가 없으니 재판을 안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반면 B는 통치자의 기본권 행사를 두고 내란을 저질렀다고 몰아 억울한 옥살이를 시키고 있다며 열변을 토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누명을 벗고 그가 다시 돌아오는 날 민주주의는 실현될 거라고 했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한다면 적어도 두 사람 모두의 의견에는 각각 그만의 신빙성, 즉 근거가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둘은 서로 상대방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고, 최소한 상대방이 틀렸을 뿐만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라 한다는 점이다.
"야, 네 생각은 어때?"
"넌 파란색이냐, 빨간색이냐?"
서로 핏대를 세워가며 얘기하다가도 결론이 안 난다 싶으면 어김없이 그 화살은 내게 날아든다. 어째 묘하다. 둘 다 틀렸다는 게 성립할 수 있다고 해도 두 사람 다 맞는 얘기를 하고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누가 전과범이건 누가 내란범이건 간에 적어도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할 텐데 그걸 가려낼 혜안이 내겐 없다.
"너희 둘 다 틀렸어."
마음 같아선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다. 만약 두 쪽 중에 어느 한 편이 옳다고 해도 결국 그 옳고 그름은 당사자만 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