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이 되고 싶은 직장인
요 며칠 회사에서 꽤 힘들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업무핑퐁에 속절없이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타 부서에 새로 온 xx는 뜬금없이 자기 업무를 내 업무라고 들이민다.
얼버무리며 막아내긴 했지만 어딘지 찝찝함이 남아있다.
사람 좋아 보이던 oo부장은 작년까지 자기들이 했던 업무를 내 것이라며 오히려 본인이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처음이라 그런 줄로만 알았던 나는 그러겠노라 얼떨결에 대답했고,
자리에 돌아와 전임자에게 문의해 본 결과 작년엔 그쪽에서 다 했다는 대답을 받았다.
사람 바뀌니 업무도 사람 따라가는 건지... 작년까지 잘하던걸 왜 내가 오니 갑자기 내게 떠미는 걸까.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자기 업무면 제발 본인이 하면 좋겠다는 것. 왜 자기 걸 자꾸 나눠 주려고 하는 걸까.
희한한 나눔 본능이 있는 걸까. 양 사이드로 겹쳐 몰려온 어택에 정신 차릴 수 없는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어설픈 경력에 한 부서의 장이라는 직책도 버거운데, 말만 장일 뿐이지 하는 일은 실무자와 다름없이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로선, 하루하루가 버겁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그들의 입장을 백번 천 번 양보해 바라봐 주려고 노력해 보지만 역시 코스프레밖에 할 수 없는 그런 노력 따위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뿐이다. 버텨내지 않는 직장생활을 하겠노라 다짐했건만, 하루하루 주어지는 과업들은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막아 내고, 직장에서 짊어지고 온 무거운 그 스트레스를 적어도 사무실문을 나서는 순간 바로 벗어던져버리는 것. 그것뿐이겠지. 집에 오면 직장에서 켜둔 예민스위치를 모두 단번에 확 꺼버리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그래도 잘 막아냈음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록 밀어내는 과정을 겪어야 했기에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에 둘러싸이긴 했으나, 그래.. 잘 막아냈으면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쌓아두었던 깊은 한숨을 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