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는 것이 두려웠다. 20대엔 감히 30대가 상상이 되지 않았고 30대엔 40대가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고 나는 그토록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30대도, 40대도 모두 마주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이 보드랍던 손은 거칠게 변해갔고 총기 있던 눈은 흐리멍덩 해졌다. 야속한 세월은 곁을 잠시도 내어 주지 않고 세차게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문득 엘리베이터 안에 선 내 모습을 보고 든 상념이다. 거울 속에 비친 40대의 나는 희끗희끗하게 반짝이는 흰머리 몇 가닥에 곧 깊은 근심에 빠졌다. 바로 2주 전에 뿌염을 했었는데. 금세 자라난 흰머리의 생명력에 적잖이 질려버린 심정이었다.
지금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며, 그렇기에 오늘의 흰머리는 시작에 불과할진대, 벌써부터 노화의 습격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라니. 외적인 변화에 흔들리는 나 자신이 우습기도 했다. 아직은 내면만으로 충만해질 수 없는 걸까.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흰머리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세월을 담아 겹겹이 쌓인 주름 또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도 있을 테고. 당당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새삼 부러우면서도 억지로 생각이 바뀌지 않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나는 흰머리가, 주름이 아직은 어색한 게 사실이니까..
40대의 초입에서 늙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세월의 흐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애쓰지 않겠다고. 흰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주름을 보톡스로 가려볼 수 있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이 아닐까? ㅎㅎ
꼭 초연해져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흰머리도 주름도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겠다는 끝맺음이 아니라 조금은 어색할 수 있는 글이 될까.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아직 늙는 게 싫다. 이게 정말 솔직한 내 마음이다.
희끗하게 반짝이는 흰머리는 내일 뿌염을 통해 멀끔한 검정 머리로 변모할 예정이다.
2주 뒤 거울 앞에서 또다시 깊은 근심에 빠질지라도 그 찰나의 젊음을 누리며 행복할 수 있다면 염색쯤이야 기꺼이 하면 되는 거니까.
아무튼,
아직은 어색한 노화와 당분간 결별을 선언한다!
2주간은 내 곁에 얼씬도 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