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봄 Feb 17. 2024

나의 심장을 주고 싶어 (6)

처음과 용기의 상관관계.


 

축복아, 용기라는 것은 별 게 아니야. 무서워서 안  타려던 놀이기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탄 후에 넌 어땠니?


 막연하게 무언가가 두려울 때는 언제나 이 날을 떠올리렴. 무서워서 놀이기구 타기를 포기했더라면 놀이기구가 재미있는 것이란 사실을 영영 몰랐을 것이란 것을.



우리는 외래 가는 날을 서울로 여행 가는 날, 먹고 싶은 음식 실컷 먹고 즐거운 일을 하는 날로 정했다.

첫 외래를 순조롭게 끝내고 우리는 축복이를 데리고 놀이동산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놀이공원을 함께 간 날이었다.



새벽 네시 출발. 오전 일찍 외래가 끝나고 우리는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처음 타보는 놀이기구, 회전목마에 처음 오른 너는 내려달라고 울고 무섭다고 그 자그마한 손으로 회전목마 봉을 꼭 잡고 있었단다.


 잠시지만 회전목마에서 내려 놀이기구 타는 것을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웬 걸.



 회전목마가 멈추고 내릴 때쯤, 너는 도리어 재밌어서 안 내리겠다고 울면서 떼를 썼단다. 그 모습이 황당하면서도 얼마나 귀엽던지.



 축복아, 용기라는 것은 별 게 아니야. 무서워서 안  타려던 놀이기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탄 후에 넌 어땠니? 두려움이란 이겨 낼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이겨냈을 때 즐거움이 따른다는 것을 알 게 되었지? 막연하게 무언가가 두려울 때는 언제나 이 날을 떠올리렴. 무서워서 놀이기구 타기를 포기했더라면 놀이기구가 재미있는 것이란 사실을 영영 몰랐을 것이란 것을.



피곤함도 잊은 채, 병원 외래가 원래의 목적이 아니라 놀이공원에 오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마냥 우리 세 가족은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단다.


 




부모님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뛰어놀던 내가 어느새 부모가 되어 너를 데리고 다닌다는 사실이 어쩐지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단다.



어릴 적 부모님과 놀이공원에 간 기억이 거의 없다던 네 아빠도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짓는데 정말로 행복한 하루였어.



 하지만 엄마의 욕심이었을까. 네가 즐거워해도 적당히 놀았어야 하는 것인지 멀미가 심했던 너는 그날 저녁 멀미와 감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고 먹는 구토에 열에 밤새도록 잠도 제대로 못 잤어.



코로나 시대에 아이가 열이 나면 모든 엄마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잊고 있던 '기저질환자 아이'란 사실은 나의 가슴에 멍처럼 새겨져 셔 네가 아플 때마다 내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고 불안했더랬어.



하지만 축복아, 이 또한 다 지난 이야기야.


그러니까 엄마는 괜찮아.



아픈 기억은 다 지나가기에 괜찮을 수 있는 거야.  반대로 좋은 순간도 네가 아무리 붙들어도 지나가고 말 거야. 행복한 기억은 가슴에 품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면 네 마음이 따뜻해지게 해 줄 것이고 힘든 기억은 손에서 놓아버리면 너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 거야.



엄마는 네가 무엇을 가슴에 담고 무엇을 손에서 놓아야 하는지 아는 현명한 아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


*21년에 작성된 글을 재발행합니다. 24년 3월, 연재가 재개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