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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봄 Feb 17. 2024

나의 심장을 주고 싶어 (7)

선천성심장병, 수술 그 이후. 긍정만이 살길!




긍정의 힘!


심장은 마음과 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병,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고칠 수 있는 병이고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병이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용기, 감사, 믿음. 나는 이 세 가지를 잊지 않고 아이의 엄마로서 옆에서 도와주고 믿어줄 것이다.



세 번째 수술, 완전 교정을 하고 첫 시티를 찍은 후 풍선 시술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시술 날짜를 예약하기 위해서 두 달 만에 찾은 심장내과 외래. 이미 결정되었던 시술이라 생각보다 마음은 담담했다.



 다정하고 배려심 넘치는 심장내과(이하 내과) 교수님은  차분하게 시티 사진과 심장 모형을 보여주시며 설명해 주셨다. 우리의 생각보다는 시티 결과가 좋았기에 오히려 기분이 많이 홀가분해진 외래였다.



 완전 교정을 할 때, 제거했던 근육이 다시 조금 자라서 협착이 진행되었고 그로 인해 재수술을 할 수도 있다. 시술과 성인이 된 이후에 수술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재수술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지난번 외래 이후로 나는, 많이 시무룩해져 있었다.



재수술을 겁내는 이유는 개흉을 또다시 해야 하기에 심정지를 해야 한다는 것. 갈비뼈를 또 잘라야 한다는 것. 아이가 혼자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보내야 한다는 것. 기도삽관을 해야 한다는 것. 흉관을 배에 꽂아야 한다는 것. 흉관의 고통은 수술한 부위보다 더 큰 고통이라고, 말할 줄 아는 학생들이나 성인들이 입을 모아 경험담을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자아이이기에 재수술을 하면 흉터가 더 커진다는 것. 축복이는 가슴을 두 번 개흉 했고 옆구리를 한 번 열었는데, 다른 아이들에 비해 흉터가 많이 작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아물어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정도였다.  튀어나온 뼈도 들어가고 있고 몇 년이 지나면 완전히 들어갈 듯하여 정말 감사히 여기던 중이었다.



 이 모든 이유들을 막론하고 4살이란 나이는 이제 어느 정도 아프다, 무섭다는 것을 말로 표현할 줄  알지만, 엄마와 떨어져서 홀로 수술을 받고 낯선 곳에서 홀로 깨어나 기도삽관을 하고 말도 못 한 채 상상도 못 한 아픔을 혼자 견뎌낼 아이가 받을 정신적 충격이 가장 큰 나의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이번 외래 때 교수님의 설명으로는 협착의 정도가 상, 중, 하 중에 중 정도에 해당되고 다음번 시술 때 압력차를 확인해 본 후에 재수술 여부는 대답해 주실 수 있다고 하셨고 무엇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재수술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셨다.



무엇보다 희망적이고 기뻤던 결과들은 두 번의 션트(단락술)로도 자라지 않았던 폐동맥 혈관들이 완전 교정 후에 조금은 자라주었다는 것. 오른쪽 혈관은 5,6미리 정도로 정상 아이들의 6,70퍼센트 정도의 크기는 되고, 폐에 가까운 쪽 혈관은 수술이나 시술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인데 그 부분이 자라주었다는 것이었다! 사진으로 봐도 현저히 넓어진 것이 보였다.



 물론 왼쪽 혈관이 아직 7미리 정도 가늘고 길게 협착이 되어 있고 가장 좁은 곳은 2미리가 채 안되지만 그럼에도 뒤쪽은 4미리 정도로 자라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교수님 입에서 '판막 크기는 괜찮아요.'란 말을 들었을 때의 기쁨이란!


인공도관이나 인공판막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나와 신랑은 항상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가을에 하기로 한 첫 번째 시술은 왼쪽 혈관 가운데를 4미리까지 넓히는 것이 목표였다.


예전 같으면 안 좋은 결과부터 생각했을 나였는데 혹은 막연히 잘 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큰 실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축복이가 3번의 수술을 잘 견뎌주고, 대구에서 서울로 왕복 12시간 차를 타고 외래를 다니기를 벌써 3년. 엄마는 힘든 상황에서 긍정을 배웠다.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버렸다.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아무리 미리 생각해도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그저 그 상황에 맞춰 잘 견디고 지나갈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단단히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긍정의 힘'이었다.



내가 긍정의 힘을 믿게 된 것은 주문처럼 외우는 말 때문이다.



"심장은 마음과 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병이기에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꾸준한 운동, 식습관이 중요하다."



실제로 병실에서 만나고 인터넷상으로 알게 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중학생, 성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위의 말이 사실임을 더욱더 확신케 해 주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인공도관을 두세 번은 교체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기 때 수술한 이후 단 한 번의 도관 교체 후 성인까지 도관을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던 중학생 아이, 5년 이내 재수술, 기계판막을 넣고 와파린을 복용해야 할 줄 알았는데 5,60대까지 재수술은 없을 거란 결과를 들은 인친 님, 스무 살이 되면 인공판막을 넣어야 한다고 했으나 서른이 넘어서까지 제기능을 하고 수술 없이 시술만으로도 몇십 년은 더 살아갈 수 있단 판정을 받은 또 다른 성인분까지.



심장병은 예측할 수가 없다. 한 번의 수술로 끝날 거라 했던 축복이가 3번이나 수술을 할 줄 몰랐듯이, 이전 병원에서 두 번의 션트 후 두세 번은 더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완전 교정을 할 수 있을지는 미정이라던 교수님의 말씀.



 하지만 정말 어려운 수술이라 했으나, 병원을 옮긴 후 축복이는 완전 교정에 성공했고 예상했던 최고의 시나리오보다도 더 수술이 잘됐다고 하셨으니 예상보다 더 긍정적인 상황으로 바뀌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미리 걱정할 것 없이 그저 잘 먹고 잘 놀고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며 하루하루를 보내면 되는 것이다.



선천성 심장병이란, 고칠 수 있는 병이고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병이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용기, 감사, 믿음. 나는  이 세 가지를 잊지 않고 아이의 엄마로서 옆에서 도와주고 믿어줄 것이다.



축복아, 이해하기 어렵고 세상이 불공평하다 원망하는 순간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너는 결국에 잘 받아들일 것이고 힘든 시간들도 잘 이겨낼 거야.



매일 밤, 기도하고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너를 엄마가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너는 강한 아이라는 것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이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잘 견뎌준 아이와 아이 아빠와 나 자신, 의료진들, 부모님, 참 고마운 나의 지인들, 그리고 축복이가 즐거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친구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두의 덕분이다.


*21년에 작성된 글을 재발행합니다. 24년 3월, 연재가 재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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