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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봄 Feb 17. 2024

나의 심장을 주고 싶어(1)

1.  특별한 심장, 사랑하는 나의 아가에게.

                 

            

1. 특별한 심장, 사랑하는 나의 아가에게.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존경을.

선천성 심장병 아가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첫 번째 이야기.



 무슨 말로 처음을 시작해야 할까.  핸드폰 메모장에 틈틈이 기록된 너에 대한 기록.



  크리스마스이브의 이브날. 결혼한 지 두 달,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그때. 홍콩 여행을 갈 생각에 들떠있던 밤, 급체를 한 나는 토하다 지쳐 잠들고, 다시 구토감에 깨서 토하기를 반복하며 하룻밤을 꼬박 지새웠다. 그것이 바로 입덧이 서막인 줄은 꿈에도 모른  채.



 16주면, 20주면 끝날 거라던 나의 입덧은 열 달 내내 지속되었다.



 너와의 첫 만남. 설렘 대신 얼떨떨했지만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준 선물이라 여기며 수줍은 행복에 잠겼다.



 감사하게도 엄마, 아빠, 애태우지 않고 쉽게 찾아와 준 아이. 하지만 임신 기간 내내 입덧 약을 먹어도 가시지 않는 입덧에 병든 병아리처럼 하루하루를 보냈던 임신 기간.



 입덧은 해본 사람만 아는 고통. 똑같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본 같은 여자들도 해보지 않은 자는 공감하지 못한다는 그 입덧. (전날 폭탄주는 열 잔은 마시고, 청룡열차를 열 번은 탄 후 밀려오는 숙취 감이랄까. 그것을 열 달 동안, 24시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했다고 상상해보시라.)



 10분 거리에 있던 산부인과에 걸어가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때. 초록불이 켜지자마자 열심히 걸어가도 빨간불이 되기 전에 겨우겨우 건너갔던 횡단보도. 그 길이 그때는 왜 그리 서러웠는지 모른다.



- 아기만 태어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너와의 첫 만남. 뜨거운 여름, 기쁨의 눈물 대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던 잔인한 소식.



-아이가 숨을 좀 힘들게 쉬네요. 대학병원에게 검사를 받아봐야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팔로사징후, TOF란 단어. 선천성 심장병이란 진단명을 받고, 나는 그토록 기다린 나의 아기를 10일 만에 처음 안아보았다.



 참고로 보통 선천성 심장병은 임신 중에 진단받는데, 임신 중 정밀초음파를 했음에도 우리는 아이의 병을 찾아내지 못했다. 한편으론 한탄스럽고 한편으론 신은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주시기에 임신기간 내내 너무 힘들었던 나를 위한 신의 배려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니큐( 신생아 중환자실 )에서 우리 아가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 조리원 안에서 나는 '아기 없는 산모'로 관리대상이었다.


 

 워낙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14시간 동안 진진통을 하고 산모도 아이도 위험하단 판단에 제왕절개를 했기에 회복이 정말로 더디었다.



 목디스크가 와서 아기 면회도 못하고 밥도 안 먹고 잠만 자던 나를  조리원 실장님은 유축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젖도 잘 안 나왔다. 내 몸이 너무 아파서 슬퍼할 겨를도 없던 날들, 축복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쓴 나의 일기를 꺼내본다.



( 2018년 8월 24일 12:56)




 니큐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엄마 없이 베드에 홀로 누워있었을 너.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아이가 생존본능이 강해요. 엄청 우유를 잘 빨아먹어요.

(니큐 간호사쌤의 말에 어찌나 대견하고 고맙던지! )



 아기를 정성스레 돌보아주신 니큐 간호사쌤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축복이와 함께 나란히 니큐에 있었을 아가들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길 기도한다.


 

 하지만, 이 날의 감사한 마음은 나약한 나의 저질 체력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초보 엄마의 시작은 임신기간과는 또 다른 힘듦이었다.



*21년글을 재발행했습니다. 24년, 3월 연재가 재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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