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우리를 대체해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오랫동안 고민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로봇이 인간을 다 대체한다면 나는 어디서 가치를 찾아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당시에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우선 좋아하는 일, 마음 가는 일을 하자는 식의 결론이 낫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상상의 한계는 로봇이었다. 인간의 골격을 닮은 로봇은 의사가 되어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수술도 하고 인간은 들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옮겼다. 그런데 이제는 형태도 없는 AI라는 녀석이 실제로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창의성이 필요한,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한 그림도 그린단다.
실제로 AI가 그리는 그림, 챗GPT가 쓰는 소설을 읽으며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거나 소설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인간이 고유성을 빼앗긴 느낌을 받았다. 이 녀석은 정말 인간을 몽땅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을까? 차라리 엄청난 기술의 발전 아래 풍족한 여가만 향유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은 과도기임이 분명하고 계속해서 '노동'을 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미래의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까? 이 막연한 질문에 대한 답은 다시 '좋아하는'으로 끝난다. AI가 나와 함께 일을 해도(내가 AI를 돕는 역할일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넘을 수 없는 벽에 좌절을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 일상과 사람을 지킨다면 무너지지는 않으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