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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준비하지 않은 여행

by 다정

인생을 살면서 모든 여행에는 계획이 있었다. 20대 초반에는 이동 동선과 수단을 고려해서 분 단위로 짰다. 정류장 이름과 버스 배차 간격, 그 지역의 맛집 등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거의 갔다 온 거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여행 횟수가 늘면서 점차 느슨해졌지만 뭘 보고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정도는 미리 알아보고 결정했다. (맛집은 참을 수 없지!)


그런데 이번 여행에는 아무것도 없다. 계획형 인간으로 우선 노션을 켜서 여행 탬플릿을 채워보지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다시 느낄 뿐이다. 액티비티나 투어는 현지에서 예약하는 걸로 정했고 가장 중요한 먹을 건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마음이다.


이러다 말린 과일이나 초콜릿만 먹고 돌아오는 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괜찮다고 믿는다.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좋은 경험도 나쁜 경험도 다 추억이고 글감이 될 것이니까 불안감도 재미있는 추억으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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