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번아웃인가?

설마 아니겠지.

by 다정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에 대한 건 아니었나 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을 꾸려가는 행복한 사람이다. 사회에 나가 일을 하면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물어볼 수 있으니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매일이 넘치게 행복하진 않더라도 하루에 30분 글쓰기나 보리와의 산책, 아버지와의 저녁 등 내가 좋아하는 일상을 지킬 수 있어서 작게라도 행복했다. 그런데 요즘 조금 바빠지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상을 조금씩 못 지키고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일이 있다는 게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많다는 건 잠시이며 이 시간이 지난 뒤에 성취감도 큰 법이니까.


그런데 요즘 생각지도 못했는데 '혹시 내가?' 하는 질문을 종종 하게 되었다. '요즘애들'이라는 책에서 여러 사례를 통해 우리 모두 정상이 아니라고 애를 쓰고 있다고 말하고, 멈추지 않는 글쓰기를 하다가 내 머릿속 가득히 일 생각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문이 떠오를 때마다 혹시가 설마가 된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맡은 일은 해내야 하고 잘 해내면 더 좋으니까. 그냥 오롯이 쉬는 시간을 좀 가져야겠다. 하루 끝엔 스스로 다독이고 늦잠도 자고 낮잠도 잘 수 있게 주말을 지켜내야겠다. 체력이 좀 남는다면 그 시간에 책을 들고 조용한 카페를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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