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를 다녀왔다. 아마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내가 강화를 갈 거라고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우연과 인연의 연속이라 부산에서 강화로, 끝에서 끝으로 다녀왔다. 강화 여행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아는 게 많이 없었다. 강화도조약, 신미양요 등 몇 사건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었다. 4박 5일간의 여행이 끝나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강화는 나에게 '요상한 동네'가 되었다.
강화에는 '강화유니버스'라는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온전히 나와 주변을 돌아보고, 생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쉼과 다른 삶의 모습이 있는 곳'(강화유니버스 세계관 전문 중 발췌)이다. 이 한 문장 그리고 강화유니버스를 이루고 있는 많은 단어들이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모여 무엇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여행은 한 가지의 이유면 충분하고 이번 여행은 '강화유니버스'면 충분했다.
강화유니버스에 '잠시섬'이라는 방법으로 접속했다. 잠시섬은 최소 2박부터 최대 5박까지 강화에 머물 수 있는 섬살이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를 위한 로컬 프로그램, 잠시섬 미션지 등이 강화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머무는 동안 모든 로컬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그중 <접속, 강화유니버스>라는 프로그램에서 강화유니버스를 짓고 함께 살아가게 된 협동조합 청풍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동네, 이웃, 연결이라는 키워드가 살아 숨 쉬는 이 말랑말랑한 세계가 오랜 시간에 걸쳐 차곡차곡 만들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더해 다른 삶, 지역살이, 청년 등의 여러 키워드에 공감하면서 내가 사는 동네의 앞으로는 어떤 모습일지도 상상해 보게 되었다. 우리 동네도 지금처럼 만나다 보면 안부를 묻는 게 자연스럽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환대하는 따뜻한 동네가 될 거라고도 믿는다.
4박 5일간 머물며 강화유니버스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연결, 공감과 따뜻함이라는 내가 사랑하는 단어들이 계속 느껴졌다. 특히 매일 저녁에 크게 느낀다. 저녁 9시 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공유하고 점수를 매기는 회고 시간이 있다. 잠시섬으로 강화에 머무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시간이다. 첫날에는 조금 어색했는데 날이 갈수록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궁금하고, 전날 추천한 곳을 다녀왔다고 말하고도 싶었다. 혼자 온 여행이라 누군가와 대화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사실 회고 시간의 따뜻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 이 시간에는 누구 하나 경청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여주고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고 같이 웃어주는 모습에 점점 안심하게 된다. 낯선 곳이라 긴장될 만도 한데 여기서만큼은 편안하다. 자신과 동네를 탐색해 볼 수 있다는 잠시섬의 설명이 정말 꼭 맞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지역과 동네에 정을 빨리 붙였다는 게 느껴진다. 다른 계절이 궁금하고 가보지 못한 곳이 궁금한데 시간이 모자라다. 다른 계절에 또 오겠다고 약속한다.
강화가 아닌 다른 지역에도 이런 세계가 있을까 궁금하다. 감사를 표현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운 동네가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