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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ul 30. 2024

한 달 만에 쓰는 글

글은 시간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게 아닌데, 그 사이에 바빠 시간이 없었고 마음이 바빠 정신이 없었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너무 미뤘다. 눈을 감았다 뜨니 한 달이 지났고 이제야 사이의 시간을 곱씹어본다


시간을 글로 옮기는 데도 내 머릿속을 찬찬히 둘러보는 게 아니라 캘린더를 봐야 하고 task 앱을 봐야 한다. 요즘 나에게 일어나는 많은 것과 많은 시간이 휘발되고 있음을 느낀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했는지가 금방 잊힌다. 미안할 일이 많이 생긴다. 주변의 다정에 기대 꼭 지키고 싶었던 것이 1인분은 하는 나, 피해는 주지 않는 나였는데, 사과를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미안함과 함께 자괴감이 든다. 점점 내가 싫어하는 나의 조각들이 나를 먹어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정말 치열했다고 생각하는 요즘내가 선명히 기억는 일이 없다는 게 나를 정말 슬프게 만든다. 아슬아슬하다. 무언가 잘못된 거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획 세우는 걸 즐기고 이를 지키는 걸 잘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스스로 가장 이상하다고 느낀다. 최근엔 상담을 알아보고 있다. 어느 정도에 상담을 받으러 가는 건지 몰랐는데 요즘은 알겠다. 지금다. 언제고 감정이 흘러넘칠 준비를 하고 있는, 눈물도 화도 많아진 지금이다. 이 감정을 받아내는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이런 내가 더 싫어지고 도움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해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적어도 1인분은 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해내자.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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