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했던 결혼의 의미와 무게
점차 뚜렷해지는 중
결혼이 다가오면서 약속이 많아졌다. 원래 주기적으로 만났던 친구들부터 밥 한 번 먹자 했던 지인들까지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다. 친구가 몇 없어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또 그렇지만은 않다. 청첩장을 받기만 하다가 주는 입장이 되어 보니 생각할 게 많다. 상대에게 부담이 될지, 서운함이 될지 많은 것을 고려할수록 어려워진다. 나는 그 사이에서 서운함을 남기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을 초대할 예정이다. 기쁜 마음으로 초대하고 안 와도 섭섭해하지 않기. 약속은 배가 되었지만 외향형 인간이라 이를 즐기는 중이다. 힘들지 않냐, 바쁘지 않냐 안부를 물어봐 주는 사람들 덕에 바쁜 일정에서도 힘이 난다.
좋은 사람들과 이 김에 약속을 잡고, 내가 대접할 수 있는 게 은근히 기쁘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취준생이자 백수 혹은 프리랜서라 전부 계산한 적이 거의 없고 실제로 약속이 너무 잦을 땐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계산까지 할 수 있어 정말 기분이 좋다. 마음을 나누는 기쁨을 이렇게 폭넓게 느낀 적이 있나 할 정도로 낯설다. 그러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결혼과 결혼식의 의미가 점점 뚜렷해진다.
'새로운 시작'이 틀에 박힌 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였다. 결혼은 희로애락을 나눌 내 편이 생긴다는 의미이고 결혼식은 남은 인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소개하고 축하받는 자리였다. 이를 위해 주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이다. 인생의 중대사라는 말이 이런 무게, 이런 의미구나 실감하고 그 과정에 있는 매일이 더욱 소중해진다.
결혼식에 초대받아 축하를 건네는 사람이었을 때, "행복하게 잘 살아~"라는 말이 진심이 아닌 적은 없었지만 실제로 그 무게를 체감하니 마음 깊숙한 곳부터 조여오듯 찡해온다. 나의 축하가 모래알처럼 작았더라도 그들의 앞에 단단한 흙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초대받을 누군가의 결혼식도 진심으로 행복을 기원할 거다. 아직 결혼식은 안 올렸지만 우리도 정말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