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뮤지엄 영도에 다녀왔다. 미디어아트 전시는 3년 전쯤 해운대 '뮤지엄 다'에서 본 <슈퍼 네이처>가 처음이었다. 검은 선 밖에서 관람해야 하는 액자 안의 작품, 조형물이 아니라 발을 딛고 있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공간 전체를 채우는 전시가 처음이라 놀라고 신기한 마음이 컸다. 아르떼도 그렇겠지? 규모가 크다고 하니까 더 신기할 수도 있겠다 하며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입장했다. 기대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충족되었다. 온통 검은색 세상에서 커다란 원의 작은 점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글을 쓰며 찾아보니 '영원히 순환하며 빛나는 눈부신 금빛 모래'였다.) 우리가 그 원으로 들어가는 게 전시의 시작이었다.
아르떼뮤지엄에 대해 크게 알아보지 않아 몰랐는데 전시의 제목은 모두 '자연' 속에 있었다. 폭포, 꽃, 토네이도, 빙하, 비, 태양 등. 자연을 모티브로 해서인지 엄청난 자연 앞에서 압도당하는 기분을 종종 느꼈다. '태양' 앞에서는 홀린 듯 흑점을 바라보기도 했고 '씨앗'에서는 씨앗의 발아를 진동으로 온몸으로 느꼈다. '바다'에서는 바다의 소리를 들으며 엄청난 파도가 나를 덮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모든 작품이 새롭고 낯설어서 좋았다.
작품을 소개하는 문장 덕분에 기억에 남는 작품도 있다. '빙하'는 '다시 회복하는 거대한 빙하. 원래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거대한 빙하는 자연의 내재된 힘을 일깨워주며 인류의 경각심과 희망을 동시에 전달한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작품은 시간을 역주행하듯 바닷속에서 다시 얼음이 되어 빙하로 합쳐지는 영상이 반복재생된다. 다른 작품과 비교해 현실과 가장 맞닿아있는 작품 같아 특히 마음이 아려왔다. '엄청난 규모의 빙하가 이렇게 파괴되고 있구나. 커다란 빙하가 이렇게 고요한 바다로 사라지는구나.'를 느끼며 심장에 빙하 조각이 박히는 듯했다. 나가기 전 돌아와 작품을 다시 보며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무언가 느껴지게 만드는 게 작품의 힘이고 규모의 힘이구나 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주민의 사족)
아르떼뮤지엄은 생기기도 전부터 이야깃거리였다. 최대의 규모니 마니, 오픈을 하니 마니 하는 통에 실제로 오픈하기 전까지 믿기 어려웠다. 주민으로 우리 동네가 관광지가 되는 것에 어지러운 마음 반, 실제로 생긴다면 한 번은 가봐야지 하는 마음이 반이었다. 실제로 요즘 주말에 영도를 가면 차가 정말 많다. 예전에는 흰여울마을로 올라가는 쪽이 복잡했다면 요즘은 피아크, 아르떼뮤지엄을 가는 반대 노선으로도 차가 많이 다닌다. 새삼 내가 사는 동네가 관광지가 되었구나 하는 마음에 속상하고 어지럽기도 하다. 영도만의 속도를 알아차려주면 좋겠다. 빽빽한 아파트, 인스타핫플 카페, 주말마다 주차장이 되는 도로들을 볼 때면 금방 어느 동네나 다름없어질 것 같다. 마치 아르떼뮤지엄의 마지막 작품이자 부산하면 떠오르는 모든 걸 넣은 아무 울림도 없이 11분짜리 부산 홍보 영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