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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덕후의 심장은 뛴다

<진격의 거인>을 이제 알게 된 머글 리뷰

by 다정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을 정주행 했다. 제목만 얼핏 알고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몰랐는데 남편이 제안해 무려 2주간 저녁마다 홀린 듯이 보게 되었다. 잔인한 장면은 잘 못 보는데도 세계관에 흠뻑 빠져들어 호기심으로 극복했다. 어느 순간 나도 주인공처럼 벽 너머의 세계와 저 세계의 진실을 알고 싶은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주인공과 친구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몰입해서 한 화, 한 화를 아끼며 아까워했다. 나중에는 넓어진 세계관과 떡밥을 회수하는 장면들에 감탄하고 현실적인 갈등에 함께 괴로워하며 결말을 꼭 보겠다는 의지로 봤다.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은 모든 사건이 종료되고 3년 후, 주인공 친구들이 평화사절단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오고 한결같이 머플러를 매고 있는 여자주인공 모습으로 끝이 난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지막화였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다 보고도 홀가분하지만은 않았다. 왕관의 무게를 모른 체 너무하다며 주인공을 욕했다가 결국 그 마음을 이해하고 '모두가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는 결말을 응원했기에 허망했다. 또, 어렵게 지켜낸 평화가 과연 언제까지 지켜질지도 의문이라 불안했다. 실제로 만화책에서는 대륙 사람들이 주인공이 살았던 섬을 침공하는 것으로 끝난다니 증오와 복수는 끊어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2주라는 시간 동안 진격의 거인에 몰입했던 건 주인공이 어설프고 캐릭터들이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응원했다가 배신당하고 욕했다가 이해하는 과정을 주인공과 함께 겪으며 내가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만약에 나라면?'이라는 질문으로 과몰입하고 내가 지향하는 모습과 가치관을 여러 캐릭터에서 발견하며 긴 여정을 함께 했다.


익숙하고도 낯선 새로운 세계에서 가장 정이 많이 간 캐릭터는 '아르민'이다. 아르민은 주인공의 소꿉친구로 속은 단단하고 밖은 부드러운 캐릭터이다. 골목대장에게 열심히 두들겨 맞지만 도망치지 않았으니 진 게 아니하고 눈을 반짝거리며 벽 너머를 궁금해한다. 또, 여러 사건을 겪은 뒤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 먼저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고 사랑하는 아르민의 태도에 동질감과 부러움을 함께 느꼈다.


그렇지만 내가 누구와 가장 가깝냐고 한다면 '코니'다. 코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주변 사람과 아주 작은 용기로 가장 위험한 조사병단에 들어간다. 조사병단이 되어 작전을 수행할 때도 조금 허술하지만 동료를 믿고 움직이며 중요한 순간 힘을 보태는 캐릭터이다. 모른 척 외면하지 않는 아주 작은 용기로 큰 결정을 내리는 캐릭터라 현실에서 볼 법한 인물, 나와 닮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 밖에도 리바이 병장, 샤샤 아빠, 픽시스 사령관 등 닮고 싶은 모습을 가진 캐릭터가 정말 많았다. 누군가와 대화하며 장점을 흠모해 배우고 성장하듯 진격의 거인을 통해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하나씩 배웠다. 어려운 결정을 기꺼이 내리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생각할 지점이 많은 작품 덕분에 오늘도 덕후의 심장이 뜨겁게 뛴다.



진격의 거인 앓이는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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