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하게 끝까지 해보는 힘

손으로 하는 건 다 자신 있어요/ 강서경 님 (우아한 대표)

by 다정

마주하는 순간 감탄이 나오는 작품이 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느껴지는 작품에서 그렇다. 크기가 크거나 그 안을 채우는 내용이 섬세하고 세심해서 그 노력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에 압도당한다. 최근에는 전통 자수로 채운 작품을 보고 이런 감정을 느꼈다. 자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과 품이 들었는지 느껴졌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놓은 수가 모여 새, 나뭇잎 그리고 나무가 되었다.


10년 차 전통 공예 작가인 서경 님은 현재 한국적인 미를 더한 일상복 브랜드 ‘우아한’의 대표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이 장인 정신으로 만든 한국적인 것의 가치를 높이고, 전통 공예로 경제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서경 대표님께 단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해보고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궁금한 질문이 많이 떠올랐다. 나의 일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은 어디서 생기는지 그리고 불안한 시기는 없었는지 작은 힌트라도 얻고 싶었다.


전통 자수와 운명 같은 만남을 기대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대표님께서도 40년 넘게 무엇으로 자아실현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배웠다. 잉여 인간은 못 되는 것 같다며 어떤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를 만큼 자격증이 많다고도 하셨다. 우연한 계기로 프랑스 자수 수업을 들었고 전통 자수를 배울 기회로 이어졌다. 자수를 놓으며 스스로 정화됨을 느꼈고 그렇게 10년간 수를 놓았다. 불순하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한다는 ‘정화’의 뜻으로 짐작해 보건데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덜어내고 오롯이 나로 있게 되는 시간이었을 것 같다. 여전히 수놓는 시간이 제일 좋다는 대표님은 밤새 수를 놓으며 본인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내공을 쌓았다.


10년 동안 한 가지를 해오셨기에 이 일이 내 것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렸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변이었다. 그만큼 안심됐다. 지금 헤매는 내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모두가 자아실현에 대한 질문을 짊어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찾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질문에 답 찾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만난다. 40년간 질문을 품고 자아실현 수단을 찾은 대표님을 보며 한 번 더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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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믿음


그렇게 10년간 작품 활동을 해오다가 전통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사업을 시작했다. 전통이 좀 더 보편적으로 다가올 수 있게 일상복에 한국적인 미를 더하는 ‘우아한’이 만들어졌다. 자수와 옷은 크게 다르게 느껴졌는데 손으로 하는 건 다 자신 있다는 대표님 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의류 시장에서 우아한의 판매 방식은 특이하다. 핸드메이드라 주로 맞춤 제작이 많고, 하늘 아래 똑같은 귤이 없는 것처럼 똑같은 원단은 없기에 제작되는 모든 옷이 한정판이다. 관심 있는 손님에게도 ‘생각해 보고 오세요’라며 구매를 권하지 않는다.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판다는 뚝심과 본인에 대한 믿음, 제품에 대한 자신이 있기에 가능하다. 살금살금 입소문이 나서 우아한 제품이라 사는 사람도 많다.


앞으로 우아한은 옷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메이드 인 코리아’를 열심히 외칠 예정이다. ‘한국 사람이 장인정신으로 만든 한국적인 것의 가치’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길 바란다. 1920년대와 60년대 모두가 외친 ‘국산품을 애용합시다’라는 슬로건이 지금도 필요하다. 시작은 주저해도 시작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힘은 대표님 인생 전체를 관통한다. 그 힘이 있기에 전통의 가치를 지키며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나아가 전수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라는 대표님의 염원도 결국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이렇듯 내공은 나를 믿는 것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불현듯 불안과 혼란이 찾아오더라도 나를 믿고 진득하게 끈덕지게 가보자. 그 끝에는 단단해진 내가 있을 것이다. /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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