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목마름이 있어요 / 조보금 님 (해늘아트 대표)
“좋아하는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이 문장과 꼭 맞는 사람을 동네 모임에서 알게 되었다. 보금 님은 영도 동삼동에 위치한 미술 공방 ‘해늘아트’의 대표이자 미술교육자이다. 아동 미술부터 성인 미술까지 교육하며 전시 도슨트와 외부 강의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분신술을 쓰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들을 정도로 바쁘게 지내지만 늘 활기차다. 도리어 주변 사람에게 에너지를 주는 편이라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궁금함이 커졌다. 인터뷰 날에도 아트부산 도슨트 교육을 위해 벡스코까지 갔다가 영도로 돌아와 수업하는 꽉 찬 일정이었다. 안부를 물으니 “재미있어요!”라는 답이 발랄하게 돌아왔다. 좋아하는 작가나 미술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변함없이 눈이 반짝거린다.
본인을 ‘할머니 화가가 되고 싶은 미술교육자’라고 소개했다. 현재 하는 일뿐만 아니라 미래 모습까지 담겨 있는 자기소개가 인상 깊었다. 할머니 화가의 모습을 궁금해하자 공방에 있던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라는 책을 펼쳤다. 75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모지스 할머니를 소개하며 작품을 보여주었다. 결혼식과 모임 등 작은 마을의 일상이 정겹고 따뜻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림으로 보니 보금 님이 상상하는 미래가 어렴풋이 그려졌다. 새로움으로 가득 찬 바쁜 일상이 지나가고 보다 여유로워진 하루, 자신만의 공간에서 시선이 담긴 그림이 차분히 쌓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미술은 주요한 것이었다. 고등학생 때까지 만화를 그리다 우연한 계기로 미술 학원에서 알바하면서 아동미술을 접했다. 만화에는 확신이 없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동미술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 배우고 싶어 아동미술과로 진학했다. 아동 교육학과 미술 심리를 배우며 아이들이 미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게 되었다. 졸업하고 미술 학원과 어린이집에서 일하면서도 배움에 목이 말라 타로 심리와 놀이 심리를 더 공부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 2017년도에 ‘해늘아트’를 개업했다. 이쯤 모지스 할머니를 알려준 아트컬렉터 이소영 대표를 알게 되었고 ICEA 미술교육인 아카데미에서 다른 분들과 교류하며 미술 교육 방향을 구체화해 나갔다.
미술 교육이란 스킬을 알려주기보다 미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다. 잘 그리는 것만이 미술이 아니기에 해석, 재료, 역사 등 다양한 부분을 알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현대미술 작품을 통해 세상과 이야기하고 재해석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3차원 형태와 콜라주를 사용하여 눈속임 효과를 주는 ‘마이클 리키오 밍 히호’ 작가에 대해 알려주었다. 한 아이는 이국적인 풍경을 그린 뒤 ‘여기 갈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그려 넣었다. 작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마음껏 해석하고 확장하는 게 느껴졌다. 미술에는 정답이 없다고 배우는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교육자는 계속 배울 수밖에 없다며 바쁜 일상을 당연하게 여긴다. 최근에는 실습 없이 이론만 나누는 강의를 12회차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처음 해보는 거라 공부하고 소화하고 강의자료를 준비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지만 재미있다. 새로 배우는 무언가가 자산으로 쌓이는 게 느껴지니 즐거울 수밖에 없다. 강의 준비가 가장 힘든 일이자 제일 설레는 일이라는 모순적인 말도 이해되었다.
물음표가 잘 없다는 보금 님은 감정에 솔직하기에 좋아하는 일에 흠뻑 빠져든다. 때론 감정이 알려주는 게 가장 명쾌한 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이 재미있어 보이는지 우리도 솔직할 필요가 있다. 작은 일이라도 솔직하게 결정해 직진해 보고 그 끝에 어떤 감정이 드는지 살펴보자. /25.05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그럼 그냥 하시면 돼요. 삶은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에요.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 모지스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