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지 않아서 뿌듯해요.”/ 이여원 님 (이여원스튜디오 대표)
수영구 망미동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낮은 키의 아파트 옆, 고즈넉한 골목길에서 패션쇼가 열렸다. 모델은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으며 골목길을 걸었다. 원래 이곳이 패션쇼장이었던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일상적인 공간을 숨겨진 보석처럼 발견하고 단골 손님을 모델로 세운 패션쇼를 열게 된 건 골목길 옆에 자리 잡은 빈티지 의류 스튜디오인 ‘이여원스튜디오’ 이여원 대표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대표님은 작년 9월 스튜디오를 오픈하자마자 <2024 자연스러운 골목길 패션쇼>를 기획했다. 본인이 발견한 한국적이고 부산다운 골목길에서 패션쇼를 하면 좋겠다는 상상을 구현했다. 올해는 <부산 로마(로컬 플리마켓)>라는 플리마켓을 직접 기획해 2회까지 개최하였다. 옷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상상하고 말하는 대로 실현하는 이여원스튜디오가 과연 다음으로 상상하고 있는 건 무엇일지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에 앞서 대표님께 자기소개를 부탁하니 꽤 긴 답변이 돌아왔다. “빈티지 패션 스튜디오인 이여원스튜디오에서 제 취향과 무드의 옷을 큐레이팅하며 쓰임이 다한 옷은 리디자인과 업사이클링으로 탈바꿈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스타일 룩북 촬영이나 플리마켓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 어떤 일이 가장 재미있는지, 많은 일을 하며 정체성에 혼란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답은 명확하고 간결하다. 지금 하는 모든 일이 똑같이 재미있고, 본인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사장님의 색깔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무슨 옷을 파는 곳인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에 고민한 적도 있다. 옷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고 입고 싶은 옷으로 스튜디오를 시작했는데 어떤 스타일을 붙이려니 꼭 맞지 않았다. 그러다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출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내 취향’으로 답을 내렸다. 이여원스튜디오에서는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큐레이팅하여 판매한다. 이렇게 ‘나’라는 답을 내리고 생각하니 모든 일이 명확해졌다. 다른 사람 눈에는 이것저것 많이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는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다.
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나’라는 확실한 기준을 둔다. 못 할 일은 없고 모든 경험이 자양분이 될 거라 믿는다. 상상을 구현하며 걱정도 스트레스도 받지만 모든 일은 지나가기에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 일을 실현하는 데 망설이기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데 집중한다. 이렇게 나만의 영역을 차근차근 구축하는 중이다. 상상을 구현하며 좋아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스튜디오를 시작할 땐 옷이 좋아 내 취향인 의류를 셀렉하거나 업사이클링, 리디자인해 스타일링해주고 판매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올해 플리마켓을 열어보니 사람들이 모이는 장을 기획하는 일도 너무 재미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 색깔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녹여내는 과정도 즐겁다. <부산 로마>는 기획할 때는 문화를 일상적으로 누리는 데에 신경을 썼고, 이를 위해 발레 클래스와 전시도 함께 열었다. 앞으로도 내 색깔을 고민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인터뷰 내내 상상을 구현하는 추진력이 느껴져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대표님의 꿈도 말하는 대로 실현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가장 뿌듯한 일이 플리마켓을 열거나 무언가를 해내서가 아니라 ‘멈춰 있지 않은 것’이라는 여원 대표님을 보며 나에 대한 믿음을 배웠다. 25년 상반기를 보내며 작은 것이라도 생각하고 행동했으니 뿌듯해해도 괜찮다는 안심도 들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칭찬하고 믿으며 각자의 영역을 만들어가 보자. /2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