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소중함 특별함 감사함
산타 할아버지보다 브아솔 콘서트로 기억 남을 25년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부산역에서 광명역으로 광명역에서 고척 스카이돔으로 향했다. 고척 스카이돔 가까이에 가니 설레고 들뜨고 기대감에 젖은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고척 스카이돔에 걸린 포스터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더 설레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을 보기 위해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이 시간, 이 자리에 모였다는 생각에 뭉클한 감정도 들었다. 오빠와도 셀카를 찍고 몸을 녹이러 카페에 들어갔는데 내내 브아솔 노래가 나왔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행의 시작인 것처럼 공연장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공연이 시작된 기분이었다.
줄 맞춰 공연장에 들어가서는 입구 코 앞에서 티켓도 한 번 흘려 잃어버리며 -티켓을 잃어버려 못 들어갈까 봐 심장이 내려앉았다- 떨리는 마음을 더 보태었다. 무사히 입장해 좌석을 찾아갔다. 4층이라 잘 안보일까 봐 걱정도 했는데 의외로 공연장을 한눈에 다 볼 수 있어 좋았다. 다행히 우리 옆자리에 앉은 분들도 위아래로 좌석을 예매해 자리도 바꿔 앉을 수 있었다. 야무지게 LED 응원 밴드도 손목에 차고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LED 응원 밴드를 중앙에서 제어하는 몇 번의 시도가 지나고 화려한 레이저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라이브 밴드부터 무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화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음향, 레이저나 LED 밴드 등 무대 장치까지. 시작하자마자 콘서트를 보러 오는 이유를 느꼈다. 특히, LED 밴드 덕분에 이 공연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점 중에 하나였다가 연결되어 파도가 되고 별이 되었다.
이 순간을 지금 여기 우리끼리 공유한다는 기분에 마음이 더 부풀었다. 영상으로 찍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며 이 순간을 즐겨달라는 영준의 말과 2부가 시작되고 화장실을 다녀온 사람들이 들어오며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함께 즐기는 자리니까요"라는 정엽의 말에서도 순간의 유일함이 느껴졌다. 관객이 있기에 무대가 있고 가수가 있고, 가수가 있기에 무대가 있고 관객이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며 함께함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 그게 콘서트의 특별함 같다.
콘서트 후기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최고였다. 녹음할 때 기필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라이브도 CD를 먹은 거 같이 완벽했다. 오히려 애드리브를 망쳤다는 말과 익숙한 애드리브 파트가 애드리브 없이 지나가는 그 약간의 아쉬움이 이 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물론 완벽한 순간이 훨씬 더 많았다.) 순식간에 2시간 반이 지나고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지막 인사를 들었다. 감사 인사와 함께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말 중 가장 소중한 말로 우리의 행복을 기원해 줬는데 그 마음이 전해져 뭉클했다. 관객들도 모두 같은 마음일 거고 이 마음 또한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앵앵콜까지 듣고 나와 콘서트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두서없이 기록했다. 지하철에서 위에 적은 내용을 포함해 자잘한 것들까지 쏟아내고는 서울역에 도착해 오빠는 어땠는지 물어봤다. 처음에는 보고 듣기만 하던 오빠가 함께 노래 부르기도 했지만,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나누고 싶었다. '이게 공연장에서 보는 매력인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무대는 당연히 좋았고, 무대화면, 레이저, 조명, LED 밴드 조명 등 무대 구성을 누가 어떻게 기획했을까 하며 궁금해하는 모습이 참 오빠스러웠다. 대답을 들으며 아주 뿌듯했다. 역시 최고의 타이밍은 없다! 보고 싶은 가수가 공연을 하면 보러 가야 한다! 내년에도 열심히 문화생활을 즐기며 오빠와의 시절을 채워나가야겠다.
say lalalululu~♪ say lalalalalulul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