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보러 가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오빠와 브라운아이즈소울 콘서트를 보러 갔다. 콘서트를 보러 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갈 수 있다면 누구 콘서트를 보고 싶어?라는 질문에 오빠의 답은 늘 '브아솔'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브아솔이 새 앨범을 발매하며 콘서트를 열었다. 살롱드립에 나온 브아솔 영상을 보고 나서 뒤늦게 알게 찾아보니 당연히 전석매진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커질수록 가고 싶다는 열망도 커졌다.
무려 6년 만의 콘서트였다. 새 앨범이 또 언제 나와 또 언제 콘서트를 할지 모른다. 모든 타이밍이 맞은 지금, 콘서트를 보러 가야 했다. 오빠에게 콘서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취소표 예매 방법을 검색하고, 네이버 예매와 예스24 예매 사이트를 오가며 취소표를 확인했다. 취소표는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네이버에서 예약 가능한 좌석 개수를 확인해 예스24에서 그 좌석을 찾으려면 없었다. 오기가 생겨서 그 자리에서 붙박이가 되었다.
불굴의 한국인이라는 말처럼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의지로 새로고침을 반복하고 휴대폰을 뚫어져라 봤다.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취소표가 6개 정도 나왔다. 좌석을 확인하고, 덜덜 떨리는 마음을 갈무리하며 예스24에 들어가 천천히 확인했다. 저 멀리 4층 꼭대기에 예매 가능한 보라색 포도알 2개가 보였다. 심호흡하며 좌석을 클릭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결제까지 왔다. 결제를 마치고 예매 확인 문자를 받으니 그제야 깊게 숨 쉴 수 있었다.
예매 내역을 차근차근 다시 살피는데 O열과 P열이 보였다. '옆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좌석 선택창에 있던 주의문구가 스쳐 지나갔다. '측면 좌석은 같은 열 연번을 예매하셔야 옆좌석에서 관람 가능합니다.' 분명 보고 인지했는데 포도알 2개가 보이자마자 고민할 겨를 없이 예매를 해버린 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지는 없었으니 좌석이 있음에 더 감사하자며 마음을 달랬다.
남은 일은 이걸 어떻게 말하까였다. 서프라이즈로 준비했기 때문에 선물처럼 놀라게 해 주고 싶었는데 좋아할지 아닐지 감이 안 왔다. 특히 요즘 오빠가 일이 잘 안 풀려 힘들어하던 때라 더욱 조심스러웠다. 퇴근한 오빠한테 조용히 "오빠 만약에 브아솔 콘서트를 보러 갈 수 있으면 갈 거야?" 하고 운을 띄웠다. "가야지"라는 대답에도 큰 힘은 없었다. 텐션을 높여 서프라이즈로 사실은 표를 구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오빠의 반응은 잔잔했다.
그럴 에너지가 없는 것 같아. 취소하자.
며칠 고민해 보고 나온 답이 취소였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오빠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서 물어봤지만 사실은 내 마음속 답이 이미 정해져 있었구나 깨달았다. 무조건 보러 가야 하는 거였다. 이런 귀한 타이밍이 언제 올지 모르니 보여주고 싶었고, 분명 보고 오면 좋을 거라 믿었다.
근데 오빠, 이거 보러 가자.
내가 단호하게 말하니 오빠도 그러자고 했다. 그러니 이제 답은 하나다. 공연을 즐기기 위한 준비만 하면 된다. 브아솔 콘서트를 검색해서 예상하는 셋 리스트를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저장하고 출퇴근하면서, 설거지하면서 브아솔 노래를 들었다. 오빠도 주변에 자랑하며 노래를 듣다 보니 점점 콘서트에 대한 기대가 차오는 것 같았다. 나도 그런 오빠의 모습을 보면서 더 마음이 부푸는 12월이었다.
(사진출처: 예스24 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