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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ug 19. 2017

블라디보스톡 2일-개선문,혁명광장,쥬마식당,해변

독수리전망대에서 내려와 처음 마주치는 관광지가 개선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황제 니콜라이 2세 기념 개선문'이다. 이 개선문은 니콜라이 2세 황제 방문을 기념하며 세웠으나 소련 정부가 파괴한 것을 니콜라이 2세 황제 135주년을 기념하며 2003년에 복원되어 현재에 이른다. 개선문 윗 부분에는 블라디보스톡 상징인 호랑이가 반대편에는 니콜라이 2세 상징이 새겨져 있다.

개선문 아래에는 1941~1945년 2차 세계대전을 기념하는 무명용사들의 부조가 벽에 새겨져 있다. 실제 무명용사일까? 모든 사람은 이름이 있다. 다만 전쟁의 혼란 속에 죽어서 누구인지 구분이 안될 뿐이다. 따라서 무명용사라는 말은 옳지 않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용사'에 어울리는 단어를 찾다가 포기했다. 러시아에는 용사가 될 수 있으나, 2차 대전 말 갓 일제치하에서 벗어난 북한지역에 진주한 러시아 군인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대포 조각상 아래에는 꺼지지 않는 횃불이 있었다. 황금빛 지붕을 한 정교회 건물도 있다. 개선문과 꺼지지 않는 횃불, 잠수함 전시관 근처를 제독광장이라 부른다.

혁명광장 방향(연해주청사 방향)으로 잠수함 박물관이 있는데, 실제 사용하던 잠수함이다. 내부에는 사진과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잠수함 박물관을 지나고 나면 러시아 해군 사령부(?)를 볼 수 있다. 해군 사령부라고 추측하는 이유는 쇠창살벽 앞에 배에서 쓰는 닻이 있기  때문이다.  쇠창살로 벽 넘어 안에 건물이 있는데 쇠창살 문에서 군인이 지키고 있어 들어가지는 못한다. 바다에 여러 척의 군함도 정박 있다.

좀 더 혁명광장 방향(연해주청사 방향)으로 가서 계단을 오르면 넓은 혁명광장이 나온다. 광장에는  동상이 있는데 동상에는 1917-1922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이 숫자의 의미는 러시아 혁명정부가 1917년 러시아에서 혁명을 시작하여 1922년 블라디보스톡에서 혁명을 끝냈다는 의미다. 광장에선 금요일에 시장이 열리는데 우리는 금요일엔 여행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다가오는 금요일엔 이미 우리나라로 돌아가 없다. 이 광장에도 중국 관광객만큼이나 많은 비둘기가 있다. 비둘기 무리 사이로 갈매기도 보인다. 갈매기가 비둘기보다 더 크다.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분수물이 나오는 아르바트 거리에서 쉬었다. 어제 저녁식사를 예약해 둔 식당 쥬마(ZUMA)로 갔다. 예약 시간보다 40분 리 갔음에도 자리가 있어서 입장을 허락 받았다. 2층 좌석으로 안내받은 곳에 10명이 앉았다. 메뉴책을 10명 모두에게 나눠준다. 메뉴가 한글로 되어 있다. 메뉴를 보고 킹크랩과 몇 가지 음식을 준문하고 기다리니 음식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한다. 중간에 식당 메니저라는 사람이 와서 우리 말로 인사를 한다. 러시아 사람으로 우리나라에서 일을 했단다. 9월에 쥬마식당 계약이 끝나면 다시 한국으로 가겠다고 한다. 기대했던 킹크랩이 나왔다. 3층으로 된 식기 맨 위에는 깐 새우가 요리되어 있고, 중간에 킹크랩, 맨 아래에 요리된 가리비조개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블라디보스톡을 조회하면 쥬마 식당이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 여행객에게 그만큼 알려져 있다는 뜻이다. 식당 내부는 러시아식이라기 보다는 중국냄새가 많이 났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사면 청나라 관복을 입은 사람의 초상이 있기도 하다. 킹크랩이랑 요리가 맛 있기는 하다. 다만 가격이 비쌀뿐이다.


식당에서 나와 해변을 거닐었다. 우리처럼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고, 조각배를 타고 뱃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해변 산책길을 걸으며 보니  곰발바닥 무늬 안에 나라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네팔, 싱가폴, 베트남, 우리나라 이름도 있을텐데 다시 돌아가 확인하기는 싫었다. 불가사리 등 여러 모양의 조각 작품도 눈길을 끈다. 8월 15일이지만 이곳은 기온이 낮아서 바다에서 해수욕을 하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다른 해수욕장이 있고 그 곳에선 사람들이 해수욕을 하고 있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오늘밤을 자고나면 내일은 처음 여행 온 러시아를 떠나는 날이다. 오늘 밤러시아로의 이번 여 마지막밤이다. 어제 킹크랩을 먹었던 Sea Food 식당을 다시 찾았다. 맥주와 안주를 놓고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는 여행을 이야기 했다. 여행의 끝 부분이라 생각하니 아쉽다. 내가 블라디보스톡에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지나면 많이 생각나는 여행지가 될 것은 확실하다. 하기사 내게  아쉽지 않은 여행지가 어디 있으랴? 국내 여행지도 아쉬운 곳이 많으니 말이다. 그러나 하나의 여행이 끝나야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음을 안다. 마음 속엔 내년 겨울 여행할 새싹을 벌써 키워내고 있다. 30년이 넘게 근무한 회사를 정년퇴직하고, 또 내년엔 내가 회갑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두 가지 모두를 기념하는 가족여행을 어디로 갈 것인지 러시아 밤바닷가에서 생각하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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