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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Aug 19. 2017

블라디보스톡 3일 - 마지막, 여행 팁

오늘은 블라디보스톡, 러시아를 떠나 다시 우리나라로 되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짐을 싸다 보니, 호텔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어제 신한촌에 가느라 율 브린너를 보지 못한 일행은 율 브린너 생가를 보러 서둘러 나갔다 왔다. 가족이 모두 모이자 마지막 정리를 한 후 체크 아웃을 했다. 가족들과 함께 공항으로 가는 시내버스 출발지인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광장으로 갔다. 나는 어제 역을 구경했으므로 가족들의 가방을 역 앞에서 지키고 있고, 어떻게 블라디보스톡 역사로 내려가는지 알려 주었다. 역을 바라보면서 왼쪽과 오른쪽에 철도를 건너는 구름다리가 있는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 기념 기관차와 기념탑을 보려면 왼쪽 구름다리를 건너고 계단을 내려가면 된다.


가족을 기다리면서 공항으로 가는 107번 버 출발 시간표를 발견했다. 시간표를 보니 장 가까운 시간이 10시 20분 출발이다. 하지만 이 시간 믿어서는 안 된다. 10시 10분쯤 광장 바깥쪽 승강장으로 들어온 107번 버스가 승객으로 다 차서 더 탈 자리가 없자 10시 12분에 출발을 했다. 우리가 역 광장에 도착할 때가 9시 35분이었는데 이때 출발하는 시내버스 107번을 보았었다. 9시 35분에 출발 시내버 출발 시간시간표 상으로 9시 20분인데도, 시간을 지연시켜 출발한 것이다. 시내버스 시간표를 기준으로 15분 먼저 도착하고, 15분 늦게 출발할 수도 있음을 알고 행동하면 실수할 일은 없겠다. 20인승 시내버스 두 대가 공항과 역을 오가는 것으로 추측된다. 차가 막히는 것도 감 해야 한다.     


내가 또다시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톡을 여행하는 기회가 있을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젠 눈에 익은 거리와 건물들도 더 챙겨서 눈에 담는다. 사진도 더 부지런히 찍는다.     


공항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밟았다. 캐리어 가방을 수화물로 부치는데 올 때 12Kg이었던 무게가 15Kg으로 늘었다. 호주머니를 비우고 물건을 담다. 생각을 비우고 새로 본 세상에  관한 생각들을 가득 담았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밖을 내다본다. 택웨이(Taxiway)를 서서히 구르던 비행기는 메인 활주로(Runway)를 만나면 엔 출력을 높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몸이 뒤로 밀리고, 잠시 후 비행기가 지상을 박차고 떠 오름을  몸으로 느낀다. 무사히 이륙한 것이다. 공군 장교로 대구비행장에 근무할 때 F4 팬텀과 F5E 타이거 전투기가 이륙하며 내는 엔진의 폭발음 소리가 다시 떠오른다. 나는 틈만 나면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것을 보며 즐겼다. 굉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BOQ에서 TV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 군에 근무하던 시절이 생다. 휴일 날 BOQ 앞에는 노란 민들레가 가득 피어있었다. 하얗고 둥글게 홀씨로 장한 민들레를 꺾어 들고 입으로 '후-'불면 민들레 홀씨는 내 마음을 매달고 하늘로 '둥실' 날아 올랐었다. 내 마음을 매단 민들레 홀씨가 고향으로 날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지금 내 아내가 된 애인에게 전해지기를 바랐었다. 하늘을 좋아하고 비행기를 좋아하던 소년은 공군이 되어서도 더 자주 하늘을 보고 비행기를 보았었다. 하늘에서 비행기가 고요히 나르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는 것을 느끼면서 공기도 질량이 있음을 다시 몸으로 깨닫는다. 학교 교과서에서 평행 저울 위에 바람을  많이 넣은 풍선과 바람을 적게 넣은 풍선을  올려놓으면 공기를 많이 넣은 풍선 쪽으로 기운다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허공에도 무게가 있는 공기가 있다는  걸 배우고 신기해했었다.


하얀 구름 위를 나르는 비행기 속에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찍혀있는 사진을 정리하고 함께 온 사람과 돌려 보며 웃는다. 아직 비행기 속이니 여행이 끝나지 않은 순간들을 즐기는 것이다. 빨리 오기를 바라고 느리게 가기를 바라는 여행은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처럼 매번 더디 왔다가 금세 가버리고 만다. 그러나 빨리 간다고 아 하지 않는다. 이번 여행을 마무리 짓기도 전에 또 내년의 여행을 머리 속으로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 비행기를 탔더니, 승무원도 기장도 러시아어로 안내 방송을 한다. 아직 귀가 더 고생을 해야 한다. 그래도 뒤를 이어 나오는 영어 안내방송은 용케 알아듣겠다. 식탁을 접어서 올리고 뒤로 재친 의자는 똑바로 세우고 비행기 창문 커튼을 열어 놓으라 한다. 곧 착륙하겠다는 의미다. 속도와 고도를 낮추고 창문 밖으로 구름 속을 지나 바다와 섬이 보이면 우리나라다. 우리 가족과 내 어머니와 아버지의 흔적으로 가득한 내 나라다. 추위에 촛불을 들기도 하고, 노란 리본을 매단 가방을 들고 출퇴근을 하며 살아갈 내 나라다. 우리 부부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꿈을 이루고 세계로 향하는 발판이 되는 나라다. 이번 가족 여행도 즐거웠다. 본인을 포함해 10명의 가족을 이끌고 이번 여행 기간 내내  통역하고 길을 안내해주며 수고해준 아들이 고맙고 또 사랑스럽다.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더니 '쿠궁'하는 소리와 함께 Touch down한  후 Reverse 하며 활주로를 달리는 것을 느낀다. 잠시 후면 멈추겠구나.

이번 여행으로 우리 가족은 또 하나의 마디를 만들었다. 속이 텅 비어 부러지기 쉬운 대나무가 쉽게 부러지지 않음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마디를 바탕으로 또 대나무처럼 쑥 커야겠다. 나와 아내는 일터로 돌아가고, 아들은 대학원  연구실로 돌아가 공부를 할 것이다. 나는 일도 일이고, 밀린 TV와 신문, 블로그 기사를 써야 한다. 9월 중순에 있을 자격증 시험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잘 놀았으니 일도, 공부도, 글 쓰는 것도 잘 해야겠다.

비행기가 멈추고, 앞쪽 사람들이 일어선다. 비행기 모드로 해 놓았던 스마트폰에서 비행기  표시를 없앴더니 스마트 폰이 '그동안 밀려 있던 것들을 쏟아내며, 아! 이젠 내 세상이다.'한다. '스마트폰아 좋아하지 마라, 이젠 전화도 메시지도 SNS도  인터넷 검색도 다 네가 해야 한단다.'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톡에서 보고 느낀 점.

- 우선 두 도시에는 서유럽이나 동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흑인이 없었다. 파리 에펠탑  근처에서 처럼 물건을 사라고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다.

- 밤늦게 다녀도 위험하지는 않았다. 치안이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치안이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도 사고는 발생한다. 러시아는 영어조차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임을 참조할 필요는 있다.

- 공산주의 체제임에도 심하게 통제를 하지 않았다. 반면에 평균적으로 친절하다고 느낀 적도 없다.

- 비행기는 정확하게 제시간에 출발했으나, 시내버스는 아니다. 시간표가 있으나 고무줄 시간표다.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미리 서둘러야 한다.

- 지하철도 트램도 없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에서는 시내를 왕복하는 공항철도가 있으나 시간 간격이 길어서 드물다. 다행히 비행기 시간이 맞으면 이용이 가능하겠다. 하바롭스크엔 전기버스가 있었다.

- 자전거 도로가 없다. 서유럽과 동유럽에서는 자전거 도로가 발달해 있었으나,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 없는지, 아니면 자전거가 적게 다니니 자전거 도로가 없는지는 모르겠다.

- 블라디보스톡 공항에서 블라디보톡 기차역까지는 30Km가 넘는다. 시내버스는 블라디보스톡 공항과 블디보스톡 기차역을 한 시간 정도 걸려 오간다. 공항  출발은 2시, 3시 이런 식으로 매시간 정각에 출발하고, 기차역에서 공항으로 가시간표는 2:20,3:20 이런 식으로 매시간 20분에 출발한다. 하바롭스크 공항에서 시내 레닌광장까 시내버스로 15~20분 걸린다. 버스도 블라디보스톡처럼 한 시간 간격이 아니라 11분 간격으로 더 자주 있다.     


+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 여행 팁

- 루블 환전은 여러 번 나누어서 해야 유리하다. 4 가족 340만 원을 모아서 한꺼번에 환전했더니, 우리 돈 10만 원에 해당하는 5,000 루블 짜리가 대부분이고, 1,000 루블 100 루블 짜리는 몇 장 주지 않았다. 따라서 귀찮더라도 여러 차례  나눠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구 외환은행, 현 하나은행에서만 루블화 환전이 가능하다.  하나은행도 전 지점에서 다 환전해 주지 않으므로 미리 전화서 환전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가야 한다. 하나은행 본사인 1599-1111로 전화하면 루블화  환전 가능한 지점을 알려준다.  루블화 환전은 인터넷 환전도 안 된다. 현금이나 하나은행 통장을 들고 은행 창구로 가서 신청서를 써야 하고, 할인 혜택도 없다.

하바롭스크나 블라디보스톡 현지 환전소 간판에  환전은 미국 달러, 유로화, 일본 엔화가 가능하며, 우리 돈은 간판에 없었다. 나는 세계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미국달러를 예비로 가져 갔었다.

- 구글 번역기 앱을 설치하고, 인터넷이 안 되는 Off line에서도 우리말 - 러시아어 변환이 가능하도록 미리 러시아어 다운로드하여야 한다. 러시아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러시아에서 구글 번역기 많이 써 먹었다.

- 구글 맵 앱을 설치하고, 인터넷이 안 되는 Off line에서도 지도를 볼 수 있도록 방문할 도시의 지도를 미리 다운로드하여 두어야 한다. 또한 지도에서 내가 방문할 목적지를 '별표 표시, 방문,  좋아요'로 저장해야 한다. 이렇게 저장해두면 인터넷이 안 되는 거리에서도 GPS 신호를 받아 현재 내 위치를 실시간으로 지도 위에 표시해 주니 내가 미리 저장해둔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공항과 숙소는 '빨간색 좋아요'로, 방문할 관광지는 '노란색 별표'로 표시해 두었다.

- 책이나 인터넷에서 여행지에 대한 검색을 많이 해보고 중요한 사항은 메모해 두면 좋다. 가이드 없이 자유 여행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봐야 할지 결정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 여행기간에 사용할 용도로 현지 통신사의 유심칩 하나는 사자. 위급한 상황에 전화를 할 수 있고, 여행지 정보도 길 거리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우리 일행은 아들 스마트폰에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톡 두 곳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15기가 용량 유심침을  통신사 대리점에서 500루블 주고 사서 끼웠다. 매우 유용했다.  빼낸 우리나라  유심칩은 잘 보관했다가 우리나라에 와서 다시 바꿔 넣으면 우리 통신사 핸드폰으로 돌아온다.

- 현지에서 우리나라 여행객을 만났을 때 서로 관광정보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관광지에서 우리나라 여행객을 이끄는 가이드가 설명을 하는 근처에 있으면 덤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숙소를 정했으면 숙소에 커피포트(컵라면), 전자레인지(햇반, 냉동밥) 등이 있는지 검색해 두면 아침식사나 저녁 간식에 유용하다. 나는 26,000원 주고 산 2인용 커피 포트를 가져가서 아침에 누룽지와 라면을 끓여 먹었다. 저렴한 숙소에는 '헤어드라이'가 없는 곳도 있다.

- 간편식을 가져간다면 꼭 라면만 고집하지 말고, 짜장, 짬뽕 등 다양하게 가져가서 선택해 먹어보자. 컵라면을 가져간다면 컵라면 뚜껑을 벗겨 라면과 수프만 따로 비닐봉지에 담고, 컵 여러 개를 포개서 담으면 부피를 줄일 수 있다.

- 빈 물통을 가져가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 물을 채우자. 보온병도 챙겨가서 숙소에서 커피를 끓여 넣고  좋은 풍경이 있는 곳에서 마시면 그곳이 나만의 카페가 된다.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아직도 나는 물을 사 먹는 돈은 아깝다. 빈 비닐봉지도 몇 챙기면 유용하게 사용한다.

- 전기 콘세트는 우리나라와 같다. 우리나라 전기제품 그대로 사용 가능하다. 다만 내가 충전해야 할 것이 많다면 멀티 전기 콘세트나 , T자형으로 3개를 꽃아 쓸 수 있는 콘센트를 준비해 가는 게 좋다.

- 시내버스는 중간이나 뒷 문으로 타고  버스요금은 차장이 와서 표를 주고 돈을 받아간다.  내릴 때는 앞문으로 내린다. 때로는 뒷문으로도 가능하니, 눈치껏 내리면 된다.

-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 볼 만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 사진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사진 잡지를 미리 보자. 그러면 스마트폰이라 할지라도 구도를 제대로 잡을 수 있어 멋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 촬영 시 멀리 서서 스마트폰 카메라 화면을 확대해서 찍지 말아야 한다. 이는 내가 시민기자 활동을 하면서 배웠고, 철저히 지키는 원칙이다. 일반 카메라라면 줌인 줌 아웃을 해도 상관없으나, 스마트폰이라면 발이 부지런해야 한다. 크게 찍고자 하면  대상에 가까이 가서 촬영해야 한다. 여러 장을 촬영하고 나중에 필요한 사진만 남기고 지우.

-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자. 사진을 많이 촬영하다 보면 메모리가 부족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무료로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저장한 사진은 스마트 폰에서 지워클라우드에 그대로 남는다. 나중에 우리나라에 돌아와 PC에서 클라우드를 접속하고 다운을 받아 PC에 저장하면 된다. 나는  네이버 클라우드(30기가 무료)와 구글  클라우드(15기가 무료)가입해서 사용한다.(클라우드 사용법은 인터넷 참조-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을 뿐 어렵지 않다.)

- 필요하면 USB OTG(universal serial bus on-the-go)도 가져가면 스마트폰 메모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삼성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아이폰용 USB OTG도 있다. 스마트 폰에 USB OTG를 연결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USB OTG에 옮기고 스마트폰의 사진과 동영상을 지워 메모리 용량을 확보하면 된다. 나는 만일에 대비하여 사진과 동영상을 클라우드에도 저장하고, USB OTG에도 저장한 후 스마트폰의 메모리를 비웠다.

- 출발 전 가방에 짐을 넣을 때는 80%만 채우자. 여행지에 가면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게 되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큰 캐리어 하나를 화물로 보내고, 기내에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가방 하나만 무료다. 가방이 추가되면 요금을 추가로 내야 하고, 화물로 보내는 캐리어 가방 규정치 무게를 넘으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항공사마다 다르니 미리 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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