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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Oct 15. 2017

'미술관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 되어보기!

미술관 오디세이를 처음 접하면서 행사 이름이 왜 ‘미술관 오디세이’일까 궁금했다.

미술관은 아름다움을 그림과 조각, 사진 등으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한 예술 공간이다.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귀향하는 과정에서 겪는 모험과 탈출을 배경으로 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Odyssey)는 트로이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며 10년간 항해를 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혀서 불에 달군 말뚝으로 외눈을 찌르고 탈출하기도 하고, 라이스트뤼고네스 식인 거인족을 만나 함선과 전우들을 잃고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도망치기도 하며, 요정 키르케의 마술로 일행 모두가 돼지로 변하는 위기 등 - 여러 모험을 이야기로 엮은 것이다.

아름다움을 전시하는 미술관과 고난과 모험이야기 - 둘 사이의 조합이 어찌 어울리겠는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오히려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될 것 같았다.
고난과 모험을 이겨내는 인간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가? 인간 삶의 배경이 되는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경탄을 불러일으키지 않던가? 풍랑이 일었다가 잠잠해지고, 해가 쏟아내는 빛을 바탕으로 그려내는 빛과 사물의 조화,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일렁이는 별과 달의 항해 - 이러한 자연 속에서 도전하고 경쟁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군상을 그림으로 그리고, 조각한 조각상들이 바로 작품이 되어 미술관에 전시되기 때문이다.


10월 12일 ‘미술관 오디세이’ 행사 중 하나인 12개의 행사 중 세 번째로 진행되고 있는 ‘무등 현대미술관’의 ‘자연과 함께 바라보는 세상, 환경미술제 자연을 거닐다’를 주제로 한 작품 관람과 이어지는 ‘푸른 숲 속의 쉼터 DIY(목공체험)’ 행사를 보고 체험해 보았다.

‘미술관 오디세이’를 보면서 2년 전 가족과 함께 보름간 여행을 했던 유럽미술관이 생각났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유 궁 등을 방문해서 조각과 그림 등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 생각했었는데, 오늘 미술관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그 때의 기억이 떠 오른 것이다. 유럽여행 중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우리는 교과서나 화보를 통해서 보는 그림과 조각품들을 그 나라의 아이들과 학생, 성인들은 수시로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와서 실제로 그림과 조각을 보며 공부를 하고, 직접 미술관에서 그려보기도 한다는 말을 현장에서 확인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런 환경이 안 됨을 탓하며 많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았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바로 ‘미술관 오디세이’행사다.

‘미술관 오디세이’행사장에 아이들과 학생들이 찾아와서 공부하고, 가족이 함께 즐기면서 마음가득 아름다움을 채워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 진정한 ‘예향의 도시 광주’ 아닐까? ‘미술관 오디세이’행사는 12개의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무료로 11월 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무등 현대미술관’에 마련된 ‘자연과 함께 바라보는 세상, 환경미술제 자연을 거닐다’를 주제로 한 전시회는 미술관 전시물과 무등산 기슭 자연에 마련된 작품을 함께 보아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사진공모전을 하고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현대 미술관에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협약을 맺어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 속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보노라면 몸은 미술관에 있으나, 눈과 마음은 무등산과 지리산으로, 경주와 다도해로 가 있음을 느낀다. 전시된 사진을 통해 최근 작품 사진들의 흐름이 옆으로 길쭉한 와이드 사진으로 경향이 바뀌고 있음을 아는 것은 덤이다. 사진 속에서 끄덕도 하지 않고 선 바위와 나무의 정(定)과 흐르는 운해와 물줄기의 동(動)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 일상의 삶도 정과 동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미술관을 떠나 자연에 설치된 또 다른 작품을 보러 무등산 기슭을 따라 걷는다. 나무로 조각 작품을 만들고 나무 조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나무 조각가인 최희원 선생이 관람객들에게 무등산 길에 서 있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편백나무 앞에 서서 나무에 관한 경험을 말한다. 조각을 하며 나무를 만지면서 느끼고 알게 된 나무 속살에 관한 감촉과 느낌을 생생하게 들려 준다. 지금껏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조각가의 눈과 손으로 보고 느낀 나무 속살에 관한 이야기를 어느 누가 해 줄 수 있겠는가?

행사를 돕고 현대미술관 운영위원인 사진작가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비오고 난 직후의 자연은 생동감이 넘쳐서 정말 아름다운 사진이 나온다고 한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가운데 사진을 찍으며 관람객들에게 해준 이야기다. 사진작가의 말을 듣고 나니 나무 조각가인 최희원 선생이 잔디밭과 숲에 조각해 놓은 여러 동물들이 정말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무등산의 푸른 잔디밭을 바다로 생각하고 대나무 뗏목을 만들어 띄운 작가의 창의력이 돋보였다.


무등산 풀 숲에 전시된 나무 조각상을 보고 돌아와 ‘작가와의 대화’, ‘푸른 숲 속의 쉼터 DIY(목공체험)’가 진행되었다. 미리 재단 된 나무를 나누어 받아서 각자 새집을 만드는 행사였다.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 나무에 매다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이 많으니 나도 한 작품 자연에 주는 것이다. 원하면 자신이 만든 새집을 전시기간이 끝나면 가져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엄마와 함께 새집을 만들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만든 새집을 주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온 아이 엄마를 도울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서…….


오늘 ‘무등 현대미술관’의 ‘자연과 함께 바라보는 세상, 환경미술제 자연을 거닐다’ 관람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유럽의 미술관보다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자연에 놓여 비를 맞고 선 나무 조각상은 미술관에 놓인 조각상보다 더 아름다웠다. 원래 자연인 나무가 조각 작품이 되어 풀과 나무가 살아있는 자연으로 다시 돌아와 있기 때문이다.

노자의 사상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무위자연은 억지로 함이 없이 스스로 그러하도록 둠을 이른다. 노자를 좋아하는 나는 어디에서건 노자를 본다. 조각가는 조각으로 자연을 보고, 사진가는 사진으로 자연을 보듯이 나는 노자로 자연을 보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경험과 지식 그리고 또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자연을 볼 것이다. ‘미술관 오디세이’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의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자신이 잊고 있었던 아름다움을 다시 찾는 경험을 한다면 이 또한 우리가 맞이하는 오디세이가 아니겠는가? 오늘 관람을 한 사람들이 과감하게 ‘미술관 오디세이’를 경험해 볼 것을 권고하는 이유다. 나 역시 남은 전시관들을 하나씩 둘러 볼 생각이다. 오디세우스가 된 나만의 이야기로 엮어낸 오디세이를 내 가족에게 이야기 해 줄 생각으로 다음 전시관으로 찾아 갈 기대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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