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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Oct 29. 2017

추억의 충장축제

나를 설레게 하고 추억에 잠기게 했던 충장축제가 끝났다.

매년 열리는 충장축제는 광주광역시의 대표 거리축제다.

2017년 제14회 충장축제는 우선 이름부터 바뀌었다.

작년인 2016년에는 ‘추억의 7080충장축제’였으나, 2017년 올해는 7080이 빠지고, ‘추억의 충장축제’라고 명명되었다.

하기야 추억이 꼭 7080세대의 것만은 아니므로 그동안 이름에 들어있던 7080이라는 숫자는 사족이었다.

누구나 추억은 있게 마련이다. 두 세 살짜리도 “옛날에는…….”하고 말을 하기도 한다.

충장축제는 광주광역시 동구가 도심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04년부터 개최하기 시작한 것에서 기원한다. 그래서 충장축제가 열리는 공간도 동구(東區)의 중심거리인 충장로를 비롯하여 황금로, 금남로, 예술의 거리, 아시아문화전당 일원에서 5~6일 동안 열린다.

10월인 이유는 10월에 열리는 다른 곳의 축제와 비슷한 이유다. 10월은 덥지도 춥지도 안고 맑은 날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낮에 더웠다.

축제 이름에서 7080을 뺐어도 축제의 형식을 보면 축제기간 동안 거리 곳곳에는 1970~80년대의 모습을 재현한 추억의 거리가 조성된다. 7080세대보다 젊은 사람들은 미래를 보고 앞으로 나가느라 바쁘고,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은 7080 세대는 자신이 가장 팔팔하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추억에 잠기기 때문이다.

7080세대인 나도 충장축제를 보면서 옛 감흥에 젖을 수 있어서 좋았다. 몸은 비록 2017년에 있으나 마음은 7080년대 음악다방에 머물렀고, 그 시절의 거리와 물건 포스터들을 보는 내내 눈이 편했다. 익숙한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올해 축제에 거리퍼레이드를 비롯해 추억의 거리, 추억의 고고장, 충장DJ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었지만, 내게 가장 좋았던 곳은 구 조흥은행에 준비된 ‘추억의 테마관’이었다.

광주를 잘 모르는 사람은 구 조흥은행이라고만 해서는 찾아갈 수 없으나, 팸플릿 쓰인 장소명 구 조흥은행을 보는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조흥은행 사거리와 건물이 떠올랐다.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스마트폰에서 위치를 찾아보지도 않고 충장로 파출소 앞 횡단보도를 건너, 충장로를 따라 광주일고방향으로 걸었다. 광주극장으로 가는 거리와 만나는 사거리에 구 조흥은행이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 조흥은행은 내게 첫 은행이었다. 어릴 적 살던 집에서 가까운 은행이었고, 내 첫 저축통장을 만든 곳이었다. 부모님께 주신 용돈을 통장에 끼워서 키가 작은 관계로 까치발하고 창구에 올려놓으면, 나중에 은행에서 일을 하던 어른인 여직원이 “정규석님”하고 불러 주는 게 좋았다. 초등학교도 안 다니거나 저학년 때 누가 아이이름 뒤에 ‘님’자를 넣어서 불러주겠는가? 하지만 은행에 가면 매번 나는 ‘꼬마’나 ‘야’가 아닌 ‘정규석님’이었다. 그래서 더 자주 저축하러 갔었다.

‘추억의 테마관’에서도 가장 마음에 남은 곳은 2층 음악다방이었다. 70년대 가요와 팝송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1층을 구경해 나가는 내 발걸음을 독촉했던 노래도 ‘One summer night’이었다. One summer night은 그 시절에 영화로도 봤었다. 우수에 어린 진추하의 눈망울이 기억에 남는다. 노래가 좋아서 영화를 봤는지, 아니면 영화를 보면서 좋은 노래라서 노래를 좋아했는지는 모르지만, 노래를 들으니 퀴퀴한 극장안의 냄새까지 코끝에 맴돌았다.

70년대 충장로엔 음악다방이 꽤 여러 곳 있었다. 음악다방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음악감상실이라고 불렀다. 자주 들리던 음악감상실 이었건만, 글을 쓰는 지금 음악감상실 이름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현재의 무등극장 앞 지하에 ‘목마와 숙녀’란 곳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하지는 않다. 누군가 충장로 거리에 있던 음악감상실 이름을 알려주면 좋겠다.

며칠이나마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충장축제가 내년에도 다시 올 것을 알기에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굳이 광주사람이 아니더라도 옛 시절을 떠 올리고 싶으면 충장축제 기간 동안 광주를 방문해 보면 좋을 것이다. 7080년 시절의 거리 모습은 어느 곳이나 비슷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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