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Oct 26. 2019
인일기백(人一己百),'안 돼도 될 때까지 한다.'
여자는 모르겠으나 남자화장실에 가면 짧은 명언들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목욕탕 화장실에 갔다가 벽에 코팅되어 붙은 글을 봤다.
'인일기백(人一己百)ㅡ남이 한 번할 때 나는 백번을 해서라도 따라간다.'
인일기백이라, 나이 들고 난 후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시험공부를 할 때도 어린 사람보다 10배는 더 공부하려 하고,
영상 작업도 수준에 오를 때까지 많이 애썼다.
시도 그렇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러려니 몸도 머리도 피곤하지만,
나이 들어 약해진 기억력을 보상하는 방법은 메모하는 습관 말고는 부단히 노력하는 방법뿐이니 어쩌겠는가?
세상에 좋아하는 일 부지런히 하는 사람을 누가 당하랴.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해병대의 구호지만, 나는 '안 돼도 될 때까지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한다.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하는 기우제와 같은 심정으로 한다.
대신 뭐든 시작하면 열심히 해서 끝을 보는 성격이라, 뭔가를 새로 시작할 때는 신중하게 앞 뒤로 재고 결정한다.
판단하는 기준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가?'이다.
내게 선택할 권한이 있는 일이라면, 하다 말 것 같은 일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시람은 사는 데로 생각할 때도 많지만, 생각하는 데로 살 때가 더 많다.
결국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다.
세상을 내 마음에 맞게 바꿀 수는 없으니, 내 생각을 바꿀 때가 많다.
내 마음이 편해지는 방향으로 생각하면 나만이라도 편해짐을 경험으로 알고 산다.
타인의 뜻에 의해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사람에 끌려다님을 '자신이 원했다.'라고 합리화하지 않고, 진정한 내 뜻, 내 의지로 사는 삶이 내가 추구하는 삶이다.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쓰고 있는 자기 방어 기제 중 합리화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뜻에 자신을 맞추면서 하는 생각이다.
남에게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
자유로운 영혼, 내 꿈이다.
오늘은 신문 기사 두 건을 쓰고, TV 영상 작업을 하나 해서 방송국에 보냈다.
월급 받는 죄로 해야 하는 공사장 현장 점검은 오후 한 번만 있었다.
회사 일은 어제보다 줄어서 여유가 있었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시를 새로 쓰지는 못 하고, 어제 썼던 시를 고쳤다.
글 쓰기는 퇴고부터라 했으니, 고치고 고치다 보면 좋아지겠지.
언젠가는 가지 끝에서 꽃망울이 터지는 게 아니라 상처가 터졌다는 표현을 할 수 있게 되겠지.
시를 배우고 있는 모임에서 시화전에 낼 시를 제출하라는데 아직 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직 그럴 듯 한 시도 없거니와 있다 하더라도 신춘문예 당선 때 까지는 내놓을 수 없다.
세상에 발표하는 순간 신춘문예에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취미로 시작한 영상작업과 시 쓰기, 나이 들어 늦게 시작한 만큼 인일기백의 마음으로 하고 있다.
죽기 전에는 되겠지.
사람이 노력하는 일에 안 되는 게 어디 있겠는가?
하다 말면 한 만큼 이익이라 말하던 친구 말도 생각난다.
죽을 때까지 안 되면?
사는 동안 노력 한 만큼 이익이 되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