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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Sep 07. 2020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며…….

나를 이 세상에 있도록 해 주신 어머니와 아버지.

매일 아침 어머니와 아버지 사진에 절을 하면서, ‘어머니 아버지 저를 낳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오늘도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겠습니다. 서울에 있는 우리 아들 잘 보살펴주시고 도와주세요.’라는 말씀을 드린다.

살아계셨을 때, 젊은 우리 부부 잠에서 깰까 봐 우리가 방에서 나올 때까지 방에서 나오시지 않으셨던 어머니와 아버지.

‘진지 드세요.’라는 말씀에 식탁으로 나와 앉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출근하면서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드리면,

‘오냐 잘 갔다 오너라, 따듯하게 입고 가거라, 우산 챙겨가거라…….’ 하셨었다.

오늘 메신저를 통해 전해 온 브런치 글 - ‘가족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먼저다.’-를 쓴 사람은 어린아이 시절 짜증내고 운다고, 혼자 집에 남겨두고 나가 버릴 만큼 냉철했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화를 잘 냈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거두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고백을 했다. 시집을 가서도 아버지에 대한 냉담함이 유지되다가, 나이 들어 연약해진 아버지를 보면서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우리를 밑바닥까지 내려가게 하는 사람 중 으뜸은 가족입니다. 보통 가족은, 옆에 없으면 그립고, 가족과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더 많지요. 가족과 함께 있으면 대체로 짜증이 납니다.’ 라는 심리상담자의 글을 읽으며, 다른 많은 사람들도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는다는 걸 알면서 위로 받았다고 했다. 글을 쓴 사람은 '가족에 대한 미움을 거두고 이해와 용서하는 것은 상처 난 마음을 보듬고 내 상태가 편안해지는 것이 먼저'라면서, '애쓰고 살아온 나를 내가 알아주고 안아주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라며 결론을 맺는다.

글을 읽으며, ‘내가 먼저’라는 생각에는 동의를 했다. 내가 있어야 가족이 있기에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건을 붙여서……. 가족은 형제자매와 부모 자식으로 구성된다. 가족 안에서 누나의 동생인 나, 동생의 오빠와 형으로써의 나, 어머니 아버지의 자식으로서의 나, 그리고 아내의 남편, 아들의 아버지로서의 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식, 형제자매 안에서의 나로서는 내가 먼저일 수 있다. 그러나 내 자식의 부모, 내 아내의 남편으로써의 나는, 내가 먼저가 아니라, 나보다 아들과 아내가 먼저다. 내게는 아내와 아들을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내 건강이 먼저다. 내 생명이 보존되어야 아내와 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건강이 유지된다는 조건하에서, 내게는 아내와 아들이 항상 먼저다. 내가 조금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아내와 아들이 편하다면, 기꺼이 어려움을 감수한다. 아내 또한 나와 아들에게 그러하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우리 자식들에게 그러하셨다. 이는 정상적인 어머니와 아버지라면 누구나 갖는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한편, 어머니 아버지 자식으로서의 나도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강건하시던 어머니 아버지께서 나이가 들어 약해지시면, 나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먼저로 바뀐다. 맹자(孟子)가 말했듯이 사람에게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 생각이 들었다. 사랑으로, 인자함으로 우리를 키워주셨던 어머니와 아버지. 그때는 당연한 것으로 알았던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나이 들면서 깨닫고 있다. 십여 년 전 회사 후배가 ‘아버지에게 많이 맞고 컸다.’면서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라는 말을 들었었다. 대화가 끝나고, 내 자리로 돌아와서 ‘내가 맞은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었다. 말씀으로 꾸지람을 들은 적은 있었으나, 나는 단 한 차례도 어머니 아버지에게 맞은 기억이 없다. 당연히 나도 아들을 때린 적이 없다. 브런치 글을 쓴 사람처럼 평생 원망하는 마음의 짐을 안고 갈 필요가 없이 살았다. 고마운 어머니 아버지 덕분이다. 오히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사랑의 순간만 생각나고, 무심히  흘려 보낸 시간 속에서 더 잘해드리지 못했던 못난 내 과거가 부끄럽고 아쉽다.

아버지처럼,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 살아가는 내 모습에서 예전 아버지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한다. 앞으로도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받은 사을 아내와 아들에게 전하며 살아갈 거다. 그러면 내 아들도 나처럼 가족을 사랑하는 가장이 될 거고, 내 아들의 자식, 손자와 손녀도 또한 그렇게 살게 될 테니까…….

다시 한번 어머니와 아버지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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