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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Oct 04. 2023

2023년 추석 6일 연휴, 가족 여행.

4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 표선면 허브동산 가까운 곳 집에 일주일 전 미리 도착한 아내와 오전에 서울에서 먼저 날아온 아들이 마중 나와 기다리는 곳, 제주공항에 추석 연휴 전날 짧은 근무를 마친 내가 도착했다.

제주시에서 표선면까지 1시간, 121번 급행 시내버스는 제주의 속살을 슬쩍슬쩍 보여주며 급한 듯 천천히 달렸다.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아내와 나란히 앉은 아들이 엄마 손을 잡은 체 이야기하며 웃는 모습과 언뜻언뜻 지나치는 제주 모습이 겹치며, 우리의 행복한 가족여행은 시나브로 시작되고 있었다. 세상에 셋뿐인 우리 가족, 서울 아들, 광주 아내, 순천 나, 이렇게 흩어져 살다가 제주도에서 우리 가족이 하나가 되었으니, 그곳이 어디인들 천국 아닐까?

우리 식구 첫 저녁 식사 후 색색 등불이 어둠 속 별처럼 반짝이는 표선항 밤바다를 파도 소리 들으며 산책으로 여행의 서막을 열었다.

제주도에 여러 번 왔으나 처음 가 본 우리나라 남쪽 끝 섬 마라도엔 갈매기 없고 키 큰 나무도 없는 대신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구멍을 뚫어 놓은 돌과 바위가 가득했고, 예쁜 성당에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예쁘게 빌었던, 꽃마저 바람을 피해 땅바닥에 붙어 피던 마라도는 오래오래 기억할 이번 여행 최고 명소였다.

비가 내려서 우도행 배표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들어갔던 우도. 가끔 비가 내렸지만 '그래도 들어오길 잘했다'라고 생각한 우도. 배에 차를 싣고 가거나, 바퀴가 셋 달린 이륜차를 빌리는 대신, 구간구간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었던 순회버스를 선택했던 우리, 순회버스는 걷기에 자신 있는 우리 식구에게 딱 어울리는 교통수단이었다. 육지에서 보던 땅콩보다 작아서 '정말 콩만 하다'라며 웃었던 땅콩을 뿌리에 매단 체 더러는 하얀 꽃을 매달고 있던 땅콩 밭을 보며 땅콩처럼 고소한 행복을 느끼며 걷다가,

다음 한 구간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다리를 쉬게 하고, 다시 내려 한 구간 걸으며 구경했던, 땅콩 아이스크림을 맛보았던 자그마한 휴게소에서 귀에 댄 소라는 숨겨놓은 바닷소리를 들려주던,

엄마 아빠 말에게 꾸중을 맞은 듯 꼼짝 않고 있던 작은 망아지가 친구에게 달려갔다 와서 마음 풀어져 놀던 우도.

소 우(牛) 자 우도가 아니라, 비 우(雨) 자 우도라는 생각이 들던 우도 섬 속의 섬, 이름마저 비로 시작하는 '비양도'는 이름 값하느라 걸어갔다 나올 때까지 내내 비가 내렸지만, 그래도 싱그런 풀밭에 바다 내음 가득해서 내리는 비조차 정겨울 만큼 가족이 함께였기에 우리는 행복했다.

나무 한 그루에 참새가 가득하고 드물게 문을 열었던 성읍민속마을,

싱그러운 녹색 찻잎이 바람 따라 파도처럼 누웠다 일어나며 공기마저 녹색이던 오설록 차밭과 티 뮤지엄,

빗물에 씻긴 나뭇잎이 깨끗한 산소를 내뿜어 우리의 폐까지 상쾌하게 만들던 오름길, 미끄러질 뻔한 순간 서로를 걱정해 주어서 한 가족임을 사랑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절물 오름,

서울로 먼저 떠난 아들을 보내고, 남은 부부 둘이만 함께 걸었던, 지금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지내는 수녀님이 가보라 추천했던 사려니 숲길은 우회로 500여 미터를 더 걸어도 좋을 만큼 즐거운 사랑의 길이었다.

나이가 드니, 가는 장소, 보는 것마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일 수도 있어'라는 마음에 더 깊고 오래 느끼고 싶었던 제주도, 가족과 함께여서 특별히 더 의미 있었고 행복했던 여행지였다.

'우리 가족이 외국 여행은 자주 했어도 국내 여행은 오랜만이네'라는 아들 말 끝에 이어진 '앞으론 1년에 한 번씩 여행하자'라는 아내 말에 우리 가족 모두 웃으며 고개 끄덕임으로 다짐했으니, 행복한 가족여행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의 소망인 만큼 남편과 아빠로서 가족 약속을 지켜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해야지? 우선 나부터 매일 운동으로 건강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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