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r 01. 2022

3월 1일, 봄이 시작되는 날

입추 지나고 우수도 지났다. 글피는 경칩이다.

3월 1일, 봄의 달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아침에 내렸다. 비가 내릴수록 추위가 다가오는 가을비와 달리 3월엔 비가 올수록 봄이 한 발짝씩 다가온다.

집 아파트 화단 나뭇가지에 눈송이처럼 하얀 매화가 달렸다. 매화 꽃잎에 봄비가 눈물처럼 맺혔다.

남쪽 바다에는 더 먼저 봄이 와 있으려나? 강진을 지나 고금대교와 장보고대교를 건너 도착한 완도 명사십리. 가늘고 고운 모래가 십리에 걸쳐 펼쳐진 바다. 밀려왔다 밀려나가는 파도 따라 길게 늘어진 백사장을 걸었다. 카펫처럼 푹신한 모래가 신발 뒷굽을 따라 일어섰다 눞는 자리마다 핏빛 동백꽃이 핀다. 파도가 실어 온 바람을 깊게 들여 마신다. 내 안에 들어앉은 바다가 울렁거린다. 몸을 관통하는 바람이 비릿한 내음 없이 차고 맑다. 모래처럼 서러운 내가 부서진다. 부서진 나를 한 움큼 쥔다. 바람처럼 빠져나 나를 붙잡지 않는다. 손을 털었다. 손바닥에 붙은 마음이 마저 떨어진다. 모래 위에 '보고 싶다 씨발'이라 썼다던 시인이 생각난다. 모래 위에 쓴 이름이 지워진다. 봄이 한 걸음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 바다에 가라앉고 없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농성광장, 가을의 화양연화(花樣年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