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오전 09:51분 이륙한 비행기를 타고 이탈리아 로마 네오나르도다빈치공항에 도착했다. 도착시각은 우리나라 시각으로 밤 10시 52분, 로마 시각으로 오후 3시 52분이다. 13시간 1분 걸렸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지만, 멀어도 너무 멀다. 내가 처음 유럽을 온 것은 13시간쯤 걸려서 도착한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이다. 런던이 로마보다 서쪽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로마보다 런던이 더 멀지만 오늘 로마가 1시간 넘게 걸렸다. 이유는 비행경로일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탓도 있으려나?
유럽문명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로마를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었다. 서유럽 2번, 동유럽 1번을 여행 후 4번째 만에 이탈리아 일주를 한다. 그동안 3번의 유럽 여행은 중세 르네상스 문명과 문화를 보고 느끼고 생각했다면,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더 오래 전의 문명과 문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좋다. 유럽의 기원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로마에 오기 1주일 전 중국 황산 천도봉을 등정하며 동양의 옛 문화와 문명을 느끼고 얼마 안돼 서양을 보면 더 비교가 될 것도 같다.
중국 여행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았지만, 내가 와 보고 싶었던 이탈리아라 피곤한 줄 모르고 여행할 것 같다. 비행시간이 길지만 그나마 타고 온 비행기가 아시아나여서 하늘에서도 덜 지루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중국 비행기였다면 더 답답하고 지루했겠지? 앞으로도 10시간 넘게 걸리는 비행은 값이 좀 더 비싸도 우리나라 비행기를 이용해야겠다. 이렇게 쓰려고 돈을 번 것 아닌가? 강진 현장 1년 5개월에 바로 이어 순천 현장에서 2년 2개월을 일했다. 그 사이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했지만 일하는 도중이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중국 황산도 마음에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순천 일을 완전히 마무리 짓고 하는 이번 여행은 몸도 마음도 자유롭다.
공항에 도착해 현지 가이드를 만났다. 일행 중 세 사람은 마음대로 밖으로 나갔고, 두 사람은 가방이 부서져서 서류를 작성하느라 많은 사람이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눈총을 받는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로마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이니, 다빈치가 스케치했던 헬리콥터로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버스였다. 버스를 타고 1시간 40분, 마침내 호텔에 도착했다.
토요일인 오늘,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 본 2차 시험 결과가 좋게 나오길 바란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오늘 시험이 모든 것으로 통하는 우리 아들의 길이 되기를 기원하며...